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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북유럽

시프의 금발이 상징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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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Sif는 북유럽 판테온의 여신으로 고대 아이슬란드 문학에서 종종 언급되었다. 하지만 여신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아닌 스쳐 지나가는 정도의 언급에 그치고 있다. 사실 시프에 대해 알고 있는 유일한 사실은 그녀가 폭풍의 신 토르의 배우자라는 것이다. ‘시프Sif’라는 이름이 ‘결혼에 의한 관계’를 의미하지만 그녀의 성격이나 기능에 대한 어떤 것도 설명하지는 못한다. 단지 가족관계일 뿐이다. 궁술의 신 울Ullr의 어머니로 알려졌지만 그녀의 배우자인 토르가 울의 아버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시프는 또한 ‘토르 망치의 창조’라는 이야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론 이 이야기에서도 그녀의 역할은 상당히 제한적이고 수동적이다. 이 이야기에서 시프는 매우 아름다운 금발머리를 가졌다고 하는데 교활한 사기꾼 로키는 어느 날 장난삼아 시프의 금발을 잘랐다고 한다. 분노한 토르는 로키를 죽이겠다고 위협했지만 로키는 지금보다 더 멋진 금발을 찾아주겠다고 제안했다. 토르는 동의했고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로키는 새 머리카락을 찾아 떠났다.

 

시프의 금발에 관한 언급은 여전히 미미해 보이지만 그나마도 우리가 알고 있는 그녀에 관한 가장 의미있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신화학자들은 비교적 짧게 언급된 시프의 금발 머리카락이 노랗게 익은 곡식으로 가득 찬 밭을 상징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시프는 풍요의 여신으로도 여겨진다.

 

인도-유럽어족 신화 즉 북유럽, 켈트, 슬라브, 발트, 그리스, 로마, 인도(힌두) 등의 신화에서 가장 흔한 주제 중 하나는 하늘의 신과 땅의 여신의 성적 결합이다. 학자들은 이것을 ‘히에로스 가모스Hieros Gamos’ 즉 ‘신성한 결혼’이라고 부른다. 히에로스 가모스는 우주의 질서를 유지하고 대지가 하늘의 비와 태양에 의해 수정되어 풍요와 번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대 북유럽 신화에서 토르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대지의 풍요였다. 즉 토르는 농작물의 수확과 관련된 지배하는 천둥과 번개, 바람과 비, 맑은 날씨와 대기 등을 관장했다. 따라서 토르의 배우자인 시프도 땅의 비옥함을 관장하는 여신이 되는 것도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고대 노르웨이 말에 ‘시프의 머리카락’이라는 뜻의 ‘하드르 시프야르Haddr Sifjar’가 있는데 이는 대지의 초목을 상징하는 이끼의 한 종류하고 한다. 결국 우리가 시프에 대해 거의 알고 있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이전 북유럽의 민족 신화, 종교, 세계관 등에서 시프가 가장 고귀한 신성의 역할 중 하나를 수행했다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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