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화와 전설/아즈텍

그들은 정말 기꺼이 인신공양의 제물이 되었을까

반응형

1521년 콘키스타도르(16세기 멕시코와 페루를 정복한 스페인 정복자를 일컫는 말) 에르난 코르테스 군대가 아즈텍의 수도 테노츠티틀란(현재의 멕시코시티)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그곳에서 목격했던 끔찍한 의식을 기록으로 남겼다. 아즈텍 사제들은 날카로운 흑요석 칼을 이용해 제물로 바쳐진 사람의 가슴을 도려내 여전히 뛰고 있는 심장을 신들에게 바쳤다. 그리고는 심장이 없는 그 시신은 우뚝 솟은 템플로 마요르 계단 아래로 던져졌다. 코르테스 군대에 참여한 안드레스 데 타피아는 템플로 마요르 옆에 있는 두 개의 둥근 탑을 묘사했는데 그 탑은 수천 개의 해골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고대 아즈텍의 수도 테노치티틀란(현재의 멕시코시티). 출처>구글 검색

수백 년이 지난 후 역사학자들은 이 보고서가 아즈텍 황제 모테주마의 살인과 테노치티틀란의 무자비한 파괴 그리고 스페인의 아즈텍 정복을 정당화하기 위한 과장된 선전물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2015년과 2018년 멕시코시티의 템플로 마요르 유적 발굴 현장에서 고고학자들은 아즈텍에서 벌어진 인신공양의 증거들을 발견했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묘사한 두개골 탑이 발견된 것이다.

 

발굴에 참여했던 고고학자들은 약 8만400여 명의 남성과 여성, 아이들이 인신공양의 희생자였다고 밝혔다. 정복자들의 보고서와 사원 벽화에 묘사된 섬뜩한 장면들이 사실이라는 것이다. 한 인류학자는 아즈텍인들의 인신공양 즉 인간희생제의 관행이 영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즈텍인들의 인신공양 관습은 중요한 달력 날짜에 맞춰 이루어졌다. 그들의 인간희생제의는 가뭄과 기근 등 인간의 능력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재앙을 막기 위한 생존의 문제였다. 아즈텍 우주론에서 태양신 우이칠로포츠틀리는 어둠과 끊임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고대 아즈텍인들은 세상이 어둠으로 뒤덮이는 인류의 종말이 온다고 믿었다. 태양이 하늘을 가로질러 그들의 삶을 보장해주는 동안 아즈텍인들은 태양신 우이칠로포츠틀리에게 인간의 심장과 피를 먹여야 했다.

 

당시 인간희생제의는 아즈텍 제국에게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전쟁포로들을 살해하고 그들의 두개골을 전시하는 것은 제국의 힘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효과가 있었다. 실제로 DNA 검사 결과 발굴된 두개골의 대부분은 외부인 즉 전쟁포로나 노예였을 것으로 추정됐다. 제국의 권력을 시각화하기 위한 이런 비슷한 관행은 로마 제국의 검투사 대결이나 이집트와 중국의 전쟁포로 대량 학살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편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의 많은 전쟁포로나 노예, 아즈텍 시민들은 기꺼이(?) 인신공양의 제물이 되었다고 한다. 태양신 우이칠로포츠틀리에게 자신의 심장을 바치는 것은 엄청난 영광이었고 축복받는 사후세계로 가는 티켓으로 인식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라고 했다. 과연 그들이 자신의 희생을 영광으로 여겼을지는 현재의 우리로서는 단언할 수 없는 역사의 진실이 아닐까? 인간에게 생명만큼 소중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