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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북 리뷰

과학과 종교의 대혈투, 문제는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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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다윈의 시대신과 다윈의 시대 - 10점
EBS 다큐프라임 <신과 다윈의 시대> 제작팀 지음/세계사

EBS 다큐프라임 {신과 다윈의 시대} 제작팀이 1년여에 걸쳐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세계적인 석학들을 인터뷰해 책으로 펴냈다. 진화론과 지적설계론, 종교 이론 등 어렵게만 생각되던 과학과 철학 문제를 비교적 쉽게 설명하고 있다.

 
중학교 시절 '성경'이라는 과목이 있었다. 기독교 재단이 운영하는 학교라 본인의 종교나 선택여부와는 상관없이 일주일에 한시간씩 성경을 배워야만 했다. 첫 성경 시간에 배웠던 창세기 1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암흑이 깊음 위에 있고...' 한편 과학 시간에는 다윈의 '진화론'이란 걸 배웠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발표된지 150년이 흐른 지금 세계 곳곳에서는 인류의 탄생을 두고 진화론자들과 창조론자들간에 지루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사실 나는 성경과 과학을 동시에 배웠던 중학교 시절 진화론이 맞냐 창조론이 맞냐는 관심 밖의 일이었다. 종교가 없었던 탓이었는지 진화론과 창조론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였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종교 특히 기독교를 가지고 있던 친구들은 제법 혼란스러웠으리라 짐작된다.

EBS 다큐프라임 제작팀의 [신과 다윈의 시대]는 인간은 창조되었는가, 진화되었는가에 대한 의문보다는 이를 둘러싼 창조론자들과 진화론자들간의 불꽃 튀는 대결을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인터뷰 형식을 빌어 소개하고 있다. [신과 다윈의 시대]는 이미 방송으로도 제작되어 진화론과 창조론을 둘러싼 누리꾼들의 뜨거운 공방을 불러일으켰던 바 있다. 인류의 탄생을 두고 지루한 공방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화론 자체가 실험실에서 단기간에 증명이 어렵다는 데 있다. 즉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믿지만 다윈의 '진화론'은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진화론, 창조론 그리고 지적설계론  

인류의 탄생에 대한 공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진화론과 창조론에 대한 확실한 개념정립이 우선되어야 한다. 원숭이가 진화되어 인간이 되었다거나 다윈이 최초로 진화론을 주장했다는 잘못된 상식부터 깨쳐야 할 필요가 있다.

진화론의 핵심은 '자연 선택론'이다. 즉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생명체들은 각자가 처한 환경에 적응해 가면서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는 것이다. 반면 창조론은 각 생명체들이 처음부터 완벽한 구조를 갖추고 탄생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진화론은 단순한 물질이 환경에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지금처럼 복잡한 구조를 갖추게 되었다는 것이고 창조론은 인간은 탄생에서부터 완벽한 정신을 갖추었기 때문에 오늘에 이르는 발전이 가능했다는 주장이다. 진화론과 창조론을 둘러싼 논쟁은 물질이 우선이냐 정신이 우선이냐라는 가치관의 문제에까지 확대된다.

여기에 신의 과학이라는 지적설계론까지 대두됨으로써 인류의 탄생을 둘러싼 논쟁은 점입가경으로 흐르게 된다. 지적설계론은 1989년 미국에서 출간된 [판다와 사람에 관하여]라는 책이 출간되면서부터 등장하게 되었는데 생명은 어떤 지적인 존재가 세상을 계획적으로 설계하고 만들었다는 이론이다. 얼핏 들으면 창조론과 같지 않냐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창조론에서 말하는 지적인 존재란 각 종교가 신봉하는 신을 의미하지만 지적설계론은 지적인 존재에 대해 특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통분모가 없는 과학과 종교의 지루한 싸움  

결국 진화론과 창조론 그리고 지적설계론은 과학과 종교간 논쟁이 되고 있다. 진화론자들은 종교도 사회진화의 한 분야(에드워드 윌슨)라고 주장한다. 또 지적설계론도 종교적 주장(제리 코인)일 뿐이라고 폄하한다.

반면 지적설계론자들은 다윈의 이론이 진화를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생명의 탄생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마이클 베히)고 주장한다. 창조론자인 앨리스터 맥그래스는 진화론이 인간의 도덕적 가치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인류의 탄생을 둘러싼 논쟁의 태반은 종교와 관련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질을 다루는 과학과 정신을 다루는 종교 사이에서 과연 이런 논쟁이 의미가 있느냐 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즉 기차레일의 한 쪽씩을 차지하고 달리는 과학과 종교가 서로를 향해 삿대질하고 육두문자를 날리는 꼴이다. 과학은 종교를 과학적으로, 종교는 과학을 종교적으로 해석하려 한다.

문제는 소통이다  

EBS 다큐프라임 제작팀은 진화론과 창조론, 지적설계론의 치열한 논쟁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했던 것일까? 과학적이고 종교적인 논쟁보다는 대화와 토론이 부재한 우리 사회를 꼬집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과학과 종교는 서로 더불어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공존할 수밖에 없음에도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독선과 오만으로 인해 진화론과 창조론은 지루한 논쟁이 될 수밖에 없다. 과학은 과학으로, 종교는 종교로 받아들여야 한다.

제작팀은 상지대 최종덕 교수의 인터뷰를 통해 진화론과 창조론 그리고 지적설계론의 바람직한 소통의 가능성을 제시해 준다.

"각자가 내면에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자기중심적인 마음, 이렇게 두 측면을 잘 조절한다면 소통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사람들이 각자 내부에서 생각의 갈등과 전쟁을 통해서 자기중심성을 타파해야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신을 믿지 않는다고 하면서 산속 밤길을 무서워하고 신을 믿는다면서 도심속 뒷골목을 두려워한다. by yeogangyeo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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