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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따따부따

콘크리트 제방이 철새를 부른다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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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여론을 무시한 '4대강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들은 홍수조절, 생태복원, 일자리 창출 등등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 명분으로 열거한 내용 중 어느 것 하나 속시원한 답을 듣지도 못했다.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에 암담한 미래만 한탄할 뿐이다.

 
 
▲ 4대강 사업전 낙동강 모습과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낙동강 모습(출처:오마이뉴스)

언론이나 여론조사 기관들의 발표를 보면 우리 국민 중 대략 70% 정도가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고 한다. 환경파괴에 대한 담론이 주요의제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본래 정치적인 동물인지라 현 정부 지지 정도에 따라 선택의 추를 옮긴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더욱이 한국처럼 기형적인 정치문화를 감안한다면 만만한 수치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반면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본다면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보다는 이명박 밀어붙이기식 행정에 대한 반대가 더 높은 것도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시간을 두고 적절한 대응만 했다면 보다 많은 찬성여론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만큼 환경에 대한 가슴과 머리에서 느끼는 괴리감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는 데는 청계천 복원에 대한 서울 시민들의 지지와 자신감이 한 몫 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70년대식 성과주의에 매몰된 이명박 대통령의 자화상이다.

청계천을 덮고 있던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다시 콘크리트를 발라 강제로 물을 흐르게 하는 것이 청계천 복원이었다면 이명박 대통령 말고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청계천 복원이 20년이 걸리니, 30년이 걸리니 했던 것은 콘크리트를 걷어낸 청계천에 철새들이 날아오고 물고기가 한가로이 노닐며 우리 아이들이 마음놓고 물장구를 칠 수 있는 그런 청계천을 희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청계천의 모습은 어떠한가? 녹조에 막대한 관리비용에 흙을 덮은 콘크리트는 금이 가고 있다.

청계천 복원공사가 끝나던 날 서울시민뿐만 아니라 온국민은 열광했다. 역시 이명박이라고 했다. 주변 사람들은 아직도 이명박 대통령이 그동안 가장 잘했던 것을 묻는 질문에 청계천 복원을 첫째로 꼽는다. 청계천 하나로 일국의 대통령까지 되었으니 '청계' 이명박이라 자칭할 만하다.

여기서 나는 가슴과 머리가 따로 노는 처절한 괴리감을 느낀다. 청계천 복원에 열광했던 우리들은 지금 흙을 찾아 자연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이뿐인가!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동남아 국가들도 소위 '에코투어리즘'이라고 해서 콘크리트로 둘러쳐진 제방을 뜯고 있다고 한다. 원시의 자연을 보고싶은 관광객들을 위한 배려(?)가 아닐 수 없다.

흙은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도 끊임없이 돌아가고픈 어머니의 품이다. 단순한 향수가 아닌 생명의 원천이다. 인간이 생활의 편리를 위해 파괴한 자연을 이제는 불편을 감수해서라도 품에 안기고자 한다.
언젠가 TV에서 어느 외국인 건축가가 이런 말을 했던 게 기억난다. 서울에는 볼 게 없단다. 서울이 보여주는 모습은 어느 나라에 가도 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장면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저 성냥갑을 질서있게 정렬해 놓은 듯한.... 서울다움이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생각했던 그래서 서울을 찾고 싶었던 500년 고도 서울의 모습은 남산에 올라서야 비로소 보일 듯 말듯 한다는 것이다.

오늘자 한겨레 신문에서 머리가 시원해 지고 가슴이 뚫리는 사진 한 장을 보았다. 독일 이자르강의 백사장에서 한가로이 해수욕을 즐기는 독일 시민들의 모습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것은 150년 전 홍수 등 기상재해를 막기 위해 설치했던 인공제방을 허물었기 때문이다. 전체 289km에 이르는 강 중에서 불과 8km를 복원하는 데 계획만 10년, 또 복원하는데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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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이런 세계적 추세와 반대로 잘만 흘러가는 강에 콘크리트를 처바른다고 한다. 게다가 우리나라 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4대강 사업'을 계획하는데 6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또 2년만에 끝낸다고 한다. 토건 대통령이 또 하나의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4대강 사업'을 위해 동원된 학자들은 말한다. '4대강 사업'은 철새를 부르는 친환경 사업이라고....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과연 학자적 양심으로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어안이 벙벙해진다. 자연은 인간의 간섭을 거부한다. 인간이 개입하는 순간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자연은 자연 속성대로 방치해 두면 스스로 생명을 잉태하고 키워낸다.

3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던 4대강에는 오늘도 사람의 그림자는 온데간데 없고 불도저 굉음만이 온 천지를 뒤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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