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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발트

가장 극단적인 운명의 여신, 라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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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마Laima는 몇 안 되는 발트 판테온의 여신으로 기본 개념을 의인화한 신으로 알려졌다. 요약하자면 라이마는 기독교 이전 라트비아의 여신으로 인간과 동물의 운명을 관장했으며 특히 분만하는 여성 및 신생아의 수호신이었다. 그녀는 다양한 개인과 사회의 기능을 통합하고 있는데 특히 그녀를 대표하는 기능은 운명과 풍요(또는 다산)의 여신으로써의 역할일 것이다. 운명과 관련하여 라이마는 ‘행복’을 뜻하는 ‘라이메Laima’라는 단어와의 연관성에 주목해야 한다. 운명으로써의 라이마는 개인의 삶을 결정짓는 최고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결정은 늘 급진적이었고 절대불변이었다.

 

라이마는 운명을 관장하는 여신이었다. 출처>구글 검색


발트 신화에서 라이마의 역할은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에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 첫 번째는 출산 또는 탄생이었다. 여기서 라이마는 산모와 신생아의 개별적인 삶을 결정짓는 역할을 했다. 출산 중인 여성에 대한 라이마의 관심은 진통이 오기 전부터 시작됐다. 전통적으로 라트비아에서는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욕실을 선호했다. 출산이 시작되기 전 여성들은 깨끗하게 몸을 정화했으며 라이마 여신은 임신중인 여성이 어떤 방해를 받지 않도록 도왔다고 한다.

특히 출산 과정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에 산모는 출산 전에 라이마 여신에게 자신과 아이의 안전을 간절히 빌었다. 이 때 산모는 라이마 여신에게 염색한 실 또는 양털이나 아마로 땋은 실을 제물로 바쳤다고 한다. 또 출산 후에 산모는 각종 음식들로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오직 산모만이 참가할 수 있었고 이 명예의 장소는 라이마에게 바쳐졌다.

또 하나의 운명적인 순간은 결혼이었다. 라이마는 전통적으로 불행한 결혼 생활 뿐만 아니라 행복한 결혼 생활에도 관여했다. 그러므로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라이마 여신에게 적절한 배우자를 만나 그녀의 삶이 행복해지기를 기도했다. 미래의 결정권자로써 라이마는 여성의 불행한 결혼 생활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었다. 그럴 경우 불행한 여자와 라이마 여신 사이에는 불신이 쌓이게 되는데, 신화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 여성은 라이마에게 무거운 돌을 옮기는 징벌을 요구하거나 여신의 제물을 갈취하겠다고 협박할 수 있었다고 한다.

라이마는 또 인간의 죽음을 결정했다. 인간이 죽음에 가까워지면 신들 사이에서는 두 가지 형태의 대화가 이루어졌다. 첫째는 과연 이 사람이 생을 마감해도 되느냐의 문제였다. 이 때 망자가 될 사람에게 자식이 있다면 신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야만 했다. 하지만 인간에게 주어진 운명은 피할 수 없었다. 또 하나의 대화에서 죽음에 임박한 인간은 하늘의 신 디에브스의 지원을 받았다. 즉 디에브스와 라이마는 이 사람의 운명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하지만 라이마는 운명의 여신들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이고 급진적이었다. 라이마는 인간의 정해진 운명에 대해 슬퍼하거나 눈물만 흘려줄 뿐이었다. 절대 정해진 운명을 바꾸지는 않았다.

라이마는 운명의 여신으로써의 역할 외에도 인간의 행복에도 관여했다. 농경사회였던 고대 라트비아에서 행복의 근간은 곡물과 가축의 번식이었다. 앞서 언급한대로 라이마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녀의 주된 목적은 행복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녀만이 농부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었고 라이마는 발트 판테온의 풍요의 여신으로 자리잡았다. 이런 맥락에서 라이마는 더욱 차별화되었다. 라이마가 어떤 동물을 돕느냐에 따라 라이마를 부르는 이름도 달라졌다. 즉 라이마는 ‘말의 라이마Laima of Zirgu’, ‘소의 라이마Laima of Govu’, ‘양의 라이마Laima of Aitu’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라이마는 가장 오래된 농업 전통에서 말 사육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라이마는 또 악마들로부터 농부들의 경작권을 보호해 주었다.

라이마는 부유한 농부들의 부인들이 명절에 입는 화려한 옷을 입고 있는 금발의 여성으로 묘사된다. 머리에는 화관을 쓰고 있고 어깨에는 은빛 브로치가 달린 화려한 숄을 걸치고 있다. 드문 경우에만 그녀는 가난한 노파로 변장했다. 기독교 이후 라이마의 특성은 ‘라이마스 마테Laimas Mate’라는 이름으로 대변된다. 즉 ‘어머니 라이마’라는 뜻이다. 학자들은 기독교 이후 ‘성모 마리아’라는 종교의 영향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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