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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슬라브

머리가 셋 달린 전쟁의 신, 트리글라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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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악 지대 중 하나로 ‘줄리언 알프스’라는 곳이 있다. 2세기 경 로마가 슬로베니아를 정복한 후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고 한다. 줄리언 알프스는 다른 알프스에 비해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빙하침식작용으로 생긴 뾰족한 봉우리가 장관이라고 한다. 줄리언 알프스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진 사바 계곡과 소카 강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2,864미터의 트리글라브 산은 줄리언 알프스의 제왕으로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슬로베니아 전경이 압권이라고 한다. 이 트리글라브 산의 이름은 하늘과 대지와 지하세계를 상징했던 고대 슬라브 판테온의 신 트리글라브에서 유래했다.

 

트리글라브. 출처>구글 검색


트리글라브Triglav는 머리가 셋 달린 전쟁의 신이었다. 고대 슬라브인들은 트리글라브를 세 개의 머리에 눈과 입은 금빛 띠를 두르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했다. 트리글라브가 눈에 띠를 두르고 있는 이유는 트리글라브의 사제들이 믿었던 것처럼 그의 눈이 강력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인간의 죄를 볼 수 없었다. 한편 트리글라브를 묘사한 모든 조각상이나 조형물들은 신화에 등장하는 모습대로 세 개의 머리 모두에 눈을 가리고 있다. 트리글라브의 세 개의 머리는 각각 하늘과 대지, 지하세계를 상징할 가능성이 크다.

세 개의 머리를 가진 신 트리글라브는 슬라브 판테온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신들 중 하나이다. 트리글라브는 스바로그의 하늘, 페룬의 대지, 체르노보그의 지하세계를 상징적으로 구현한 것으로 인식된다. 트리글라브는 하늘, 대지, 지하세계 등 세 개의 영역을 지배하고 있었지만 볼 수 없기 때문에 가장 순수하며, 인간의 잘못을 보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지상에 거의 내려오지 않았다고 한다. 기록에도 ‘우리는 첫 번째 트리글라브에게 절한다’라는 표현이 있는 것으로 보아 트리글라브가 한 명의 신이 아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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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와 12세기 기독교 성직자들이 쓴 연대기에 따르면 폴란드 북서부의 슈테틴에 있는 트리글라브 신전의 바깥쪽은 많은 사람들과 동물들의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 그림들은 너무도 잘 조각되어 있어서 마치 살아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생생했으며, 눈이나 비의 영향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또 트리글라브는 전쟁의 신으로 당시 전리품의 10분의 1 이상을 이 신전으로 가져왔기 때문에 온갖 무기와 금은 보석을 비롯한 귀중품들이 가득했다고 한다.

연대기에 따르면 신전 내부 또는 주위의 세 언덕 중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트리글라브의 동상은 다른 신들의 동상보다 작았다. 다른 신들의 동상은 그 규모가 엄청나서 황소 네 마리가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정도였다고 한다. 반면 트리글라브의 동상은 규모는 작았지만 금과 은으로 만들어졌으며 불타는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세 개의 머리는 각각 금색 띠로 눈과 입을 가리고 있었다. 기독교 이후 슈테틴의 트리글라브 동상은 허물어졌고, 머리 부분은 로마의 교황에게 보내졌다. 한편 사제들은 트리글라브의 이름으로 예언을 하기도 했으며 기독교 이후에도 슬라브 인들의 트리글라브에 대한 숭배는 계속되었다고 한다.

정복 계획이 있을 때 사제들은 아홉 개의 창을 팔꿈치 길이로 땅에 놓고 정확하게 세 번 말을 탔다. 만약 말이 창을 하나도 건드리지 않으면 전쟁을 시작했지만, 말이 창을 하나라도 건드리면 정복 전쟁을 포기했다고 한다. 이 때 말의 안장도 금과 은으로 만들어 트리글라브 동상 옆 신전에 보관했는데 슬라브인들은 트리글라브가 밤에 이 말을 타고 악마를 쫓는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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