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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북 리뷰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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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 10점
테네시 윌리암스 지음, 신정옥 옮김/범우사


'가령 내가 정착한 곳이 있다고 한다면 그곳은 1938년 이래 내가 거의 생활해 온 뉴올리언스일 것이다. 이 소도시는 어느 곳보다도 나에게 소재를 제공해 주었다. 나의 거처는 후렌치 쿼터의 로열이라는 거리 근처에 있었다. 그런데 이 거리에는 두 대의 전차가 같은 궤도 위를 달렸다. 그 하나는 '욕망' 또 하나는 '묘지'라고 씌어진 전차다. 로열 거리를 당당히 질주하는 이 전차들을 보고 있으면 그것이 후렌치 쿼터 사람들의 생활을 상징하고 있는 듯 생각됐다. 더군다나 그러한 의미로서는 어느 것에 살든 인간생활은 같지만....이리하여 나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라고 제목을 붙이게 되었다.'

테네시 윌리엄스(Tennessee Williams 1911~1983, 미국)는 자신의 희곡이 [달밤의 블랭취의 의자]에서 [포커의 밤]을 거쳐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라는 제목의 세계적인 고전이 된 유래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실제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주인공 블랭취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와 '묘지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극의 배경이 된 뉴올리언스의 '극락'이라는 거리에 도착하게 된다. 끝없는 욕망으로 인해 파멸의 길로 질주하는 블랭취의 삶에 대한 복선이자 상징이다. 또한 욕망이라는 껍질을 벗고 순수하고자 했던 그녀의 또다른 욕망의 표현이기도 하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많은 등장인물에도 불구하고 블랭취라는 주인공 한 명이 전체 극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스탠리라고 하는 여동생인 스텔라 남편과의 갈등구조가 그 핵심을 이루고 있다. 남부 대농장 소유주의 딸이었던 블랭취, 그녀는 집안의 몰락과 첫결혼마저 남편 앨런이 동성애자라는 충격 속에 실패하고 만다. 결국 그녀는 공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제자와의 사랑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고 이는 그녀가 교직에서 추방당하게 되는 원인이 되고 만다.


오갈데없는 그녀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곳이 바로 여동생 스텔라가 살고 있는 뉴올리언스의 '극락'이라는 거리다. 어찌됐건 블랭취가 숨기고자 했던 과거는 그녀의 자존심이자 마지막 안식처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동생의 남편 스탠리에게 폭로되고 만다.

밋   치: 난 누구든지 당신에게 무례하게 군다는 건 생각할 수 없어요.
블랭취: 정말 끔찍해요. 이곳엔 프라이버시라고는 있을 수 없어요. 밤에두 두 방 사이에 칸막이만 있을 뿐이에요. 스탠리는 밤에 내복 바람으로 방을 왔다갔다하지 않겠어요. 욕실문도 닫아달라구 해야 닫아줘요. 그렇게까지 쌍스럽게 굴 필요도 없는데 말이에요. 제가 왜 이 집을 떠나지 않는지 궁금하시죠? 솔직히 말씀드리겠어요. 교사 월급이란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예요. 작년에 전 저금을 한 푼도 못했어요. 그래서 올 여름은 이곳에 오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죽으나 사나 스텔라의 남편하고 한 집안에서 지내자니 비위가 꼴리고 부아가 끓는 것을 꾹꾹 참을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 사람도 절 못마땅해하고 싫어할 줄 알아요...절 미워한다고 틀림없이 얘기했을 거예요!
밋   치: 미워하는 것 같지 않던데요.
블랭취: 증오하고 있어요. 아니라면 왜 절 모욕하겠어요? 처음 그 사람을 본 순간 직감이 가더군요. 이 사람이야말로 나의 사형집행인이라구 말이에요! 그 사람이 절 파멸시킬 거예요.

결국 그녀의 예상처럼 블랭취는 '극락'에서 새로 시작한 밋치와의 사랑마저 깨지고 만다. 게다가 스탠리에게 몸까지 짓밟혀 정신이상 증세까지 보이게 된다. 블랭취의 마지막 대사에서 그녀가 자신의 몰락과 그 몰락의 공허함을 채우고자 했던 끊임없이 추구했던 욕망의 실체를 발견하게 된다.

블랭취: (의사의 팔에 꽉 안기며)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언제나 낯선 분의 친절에 의지하여 살아왔어요.

분명 주인공 블랭취는 허영과 허세 그리고 잘못된 욕망에 사로잡힌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런 그녀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는 것은 절망적인 현실을 극복하고자 했던 그녀의 투쟁 속에서 인간의 순수성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블랭취의 약점을 담보로 한 인간이 몰락해가는 불행을 즐기려는 스탠리의 행동에서 가식과 허위로 가득찬 현대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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