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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북유럽

다뉴브강의 악몽, 시긴Sig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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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9일 한국인 관광객 33명과 헝가리인 승무원 등 총 35명을 태운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대형선박에 부딪혀 침몰했다. 이 사고로 7명이 생존했고 헝가리인 2명을 포함해 27명이 숨졌다. 사고 직후 우리 정부는 수색팀을 파견해 헝가리 정부와 합동 수색을 벌여 1명을 제외한 실종자 전원을 찾는데 성공했다. 나머지 한 명도 꼭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 이 사고에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를 침물시킨 대형선박의 이름이 바로 ‘시긴호’였다. 여기서 ‘시긴’은 북유럽 신화의 여신 중 하나를 뜻한다.

 

로키에게 떨어지는 뱀의 독을 받고 있는 시긴. 출처>구글 검색


북유럽 신화에서 시긴Sigyn은 약삭빠른 트릭스터 로키Loki의 아내였다. 노르웨이 문학에 지나가는 언급이나마 그녀에 대한 자료가 담겨 있는 걸로 봐서 그녀가 초기부터 북유럽 판테온에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중세 아이슬란드 역사가인 스노리 스툴루손은 시긴을 에시르 신족의 신들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시긴과 로키 사이에는 아들이 한 명 있었는데 나르피Narfi라고도 하고 나리Nari라고도 한다.

시긴Sigyn이라는 이름은 ‘승리’를 의미하는 고대 노르웨이 말 ‘시그르Sigr’와 ‘’여자 친구’를 뜻하는 ‘비나Vina’의 합성어로 ‘승리의 친구’라는 뜻일 것이다. 북유럽 신화의 주요 원천의 파편적 성격 때문에 시긴의 성격과 신화적 역할 즉 발드르를 죽인 로키의 처벌에 대한 이야기에서 그녀가 했던 역할만 단편적인 구전을 통해 살아남았다.

<로카센나>에 따르면 오딘의 아들 중 한 명인 발드르는 로키의 나쁜 계락에 걸려 죽은 것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로키는 맹인 신 호드르를 선동해서 운동 삼아 발드르에게 겨우살이 화살을 쏘도록 했다. 로키는 발드르를 죽이기 위해 ‘겨우살이’라고 하는 특별한 칼을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로키는 여자 거인의 모습을 하고 죽은 오딘의 아들 발드르의 장례식에 참석하기를 거부했으며 그 때문에 발드르가 죽은 자의 세계에서 돌아오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신들은 분노했다. 로키는 신들이 자신을 잡으러 오는 것을 보고는 강에 있는 물고기로 변신했다. 그렇지만 현망한 크바시르 거인은 로키가 화롯가에서 태운 그물의 흔적을 보았으며 신들은 그물을 다시 만들어 세 번째 시도 끝에 로키의 꼬리를 잡았다. 그런 다음 신들은 세 개의 평평한 돌로 로키를 묶었으며 얼굴을 위로 향하게 해서 독을 떨어뜨리는 뱀과 함께 놓아 두었다.

전통적인 아내의 모습으로 로키의 아내 시긴은 사발을 가져와서 물방울처럼 떨어지는 뱀의 독을 받았다. 하지만 시긴이 사발을 비우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독이 로키의 얼굴에 떨어지고 말았다. 로키는 고통스럽게 몸부림을 쳤다. 로키가 몸부림을 칠 때마다 세상에서는 지진이 일어났다고 한다.

영국 컴브리아주 고스포스에 있는 거대한 석물에는 결박된 로키를 표현한 것으로 생각되는 어떤 인물 옆에서 사발을 든 여자가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여기에는 기독교의 악마 이미지도 같이 묘사되어 있다고 한다. 학자들은 이것이 이교도의 비석인지 기독교의 십자가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북유럽(스칸디나비아) 전설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에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아쉽게도 전해지는 시긴Sigyn에 관한 이야기는 이게 전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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