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화와 전설/그리스

장애를 극복하고 명장이 된 헤파이스토스

반응형

대장간의 헤파이스토스. 출처>구글 검색

헤파이스토스(Hephaestus)는 장인과 대장장이와 석공의 신이었다. 그는 또한 불의 신이기도 했다. 헤파이스토스는 올림포스에 자신의 궁전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곳에는 모루와 20개의 풀무가 있었다. 그는 헤르메스의 날개 달린 모자와 신발, 아킬레우스의 갑옷, 헤라클레스의 청동 추, 아폴로와 아르테미스 남매의 은화살, 페르세우스의 칼, 제우스의 갑옷 아이기스, 디오메데스의 몸통용 갑옷 등을 만든 장본인이었다. 또 그는 키클롭스가 제우스의 벼락과 포세이돈의 삼지창, 하데스의 투구 등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헤파이스토스는 주로 해머와 집게를 들고 수염을 기른 남자로 그려진다. 모루 옆에 서 있거나 당나귀를 타고 있는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헤파이스토스 숭배의 중심지는 렘노스 섬이었는데 헤파이스토스의 출생에 관한 유명한 신화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헤시오도스에 따르면 헤파이스토스는 헤라 여신이 혼자 낳은 아들이었다. 헤라와 제우스 사이에서 태어났다고도 한다. 어쨌든 헤파이스토스는 태어날 때부터 절름발이에 추남이었으며 이를 싫어한 헤라가 그를 하늘에서 떨어뜨렸다고 한다. 그 때 테티스와 에우리노메가 헤파이스토스를 안전하게 받은 곳이 렘노스 섬이었다. 그곳에서 헤파이스토스는 9년 동안 오케아노스에 둘러싸여 살았다. 그 기간 동안 헤파이스토스는 자신의 기량을 연마했고 드디어 눈에 보이지 않는 족쇄가 달린 황금 의자를 만들어 어머니를 위한 선물로 올림포스에 보냈다. 이런 비밀을 모르고 있었던 헤라는 황금 의자에 앉았고 아들이 만든 덫에 갇히고 말았다.

 

하지만 이 족쇄는 워낙 견고하고 훌륭해서 어떤 신도 헤라를 풀어줄 수 없었다. 결국 신들은 헤파이스토스에게 부탁했지만 자신을 버린 어머니에 대한 분노로 거절하고 말았다. 그 때 헤파이스토스가 유일하게 신뢰하는 디오니소스가 신들에게 그를 다시 올림포스로 불러들인다는 조건을 승낙받고 헤파이스토스와 거래를 하기로 했다. 헤파이스토스를 찾아간 디오니소스는 포도주의 신답게 토론 중에 술을 돌렸다. 디오니소스는 헤파이스토스가 어느 정도 취했을 때 올림포스로 데려왔다. 제우스는 헤라를 풀어준다면 헤파이스토스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과연 헤파이스토스는 무슨 조건으로 어머니 헤라를 황금 의자에서 풀어주었을까? 뜻밖에도 헤파이스토스는 아프로디테와 결혼할 수 있다면 어머니를 풀어주겠다고 했다. 제우스는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과 가장 못생긴 남신 커플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미인을 얻은 대가는 혹독했다.

 

아프로디테는 이미 아레스와 서로 사랑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들은 헤파이스토스의 궁전에서 사랑을 나누는 대담한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던가! 태양 신 헬리오스가 그들의 불륜 장면을 목격하고는 즉시 헤파이스토스에게 알렸다. 화가 난 헤파이스토스는 복수를 결심하고는 그의 작업장으로 갔다. 그곳에서 그는 보이지 않는 마법의 그물을 하나 만들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방에 그물을 설치해 놓고는 자리를 비웠다.

 

아니나 다를까 아프로디테와 아레스는 또 사랑을 나누기 위해 헤파이스토스의 궁전으로 왔다. 자신들이 지금 어떤 상화에 내몰린 줄도 모르는 그들은 열렬히 사랑을 나누었다. 그들이 뭔가에 갇혔다고 느낀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보이지 않는 그물에 갇힌 아프로디테와 아레스는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보았지만 소용없었다. 헬리오스가 이 사실을 다시 헤파이스토스에게 보고했고 분노한 헤파이스토스는 올림포스의 모든 신들을 불러 이 장면을 보게 했다. 완벽한 복수였다. 이 사건으로 아레스는 올림포스에서 추방되었다고 한다.

 

모든 신들 앞에서 굴욕을 당한 아프로디테도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아프로디테는 주문을 걸어 헤파이스토스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그 때 전쟁의 여신 아테나가 무기를 하나 구하기 위해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에 왔다. 아프로디테의 주문으로 정신이 혼미해진 헤파이스토스는 아테나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헤파이스토스는 연신 아테나에게 추파를 던졌다. 하지만 아테나의 전쟁의 여신이기 전에 순결의 여신이었다. 하지만 헤파이스토스의 구애는 끈질겼다. 결국 그는 욕정을 참지 못하고 아테나의 다리에 사정을 하고 말았다.

 

아테나는 불결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재빨리 헝겊으로 다리에 묻은 정액을 닦고는 땅에 버렸다. 이 때 땅에 떨어진 정액에서 거대한 뱀인 에릭토니오스가 태어났다고 한다. 그렇다면 에릭토니오스의 진짜 부모는 누구일까? 아테나가 어머니라고도 하고 혹자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어머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아버지는 헤파이스토스가 확실해 보인다. 어쨌든 뛰어난 재주에도 불구하고 외모 때문에 누구에게도 사랑 받지 못한 헤파이스토스의 인생 또한 기구하지 않을 수 없다.

 

프로메테우스가 인류를 위해 불을 훔친 죄로 코카서스 산 바위에 묶였을 때 그를 묶은 쇠사슬 또한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었다. 또 트로이 전쟁 당시 익사할 뻔한 아킬레우스를 구한 이도 바로 헤파이스토스였다. 아킬레우스를 잡고 있는 이는 강의 신 스카만드로스였다. 불의 신 헤파이스토스는 강물을 끓여 증발시키는 방법으로 스카만드로스를 물리치고 아킬레우스를 구했다고 한다.

 

한편 헤파이스토스가 평생 다리 장애신으로 사는 데는 앞서 설명한 이유 말고도 다른 신화가 존재하는데 제우스와 헤라의 아들이었던 헤파이스토스는 어느 날 이들의 부부싸움에 본의 아니게 끼어들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어머니 헤라 편을 들었고 이에 분노한 제우스가 헤파이스토스를 하늘 아래로 던져 버렸는데 땅에 떨어지면서 다리를 크게 다쳐 평생 장애신으로 살았다고 한다.

 

올림포스의 신들 아니 그리스의 신들 중에 오로지 자신의 능력만으로 신의 지위를 유지한 신은 헤파이스토스가 유일할 것이다. 헤파이스토스의 성공하지 못한 사랑이 결코 폄하되거나 가십거리로 전락될 수 없는 이유는 자신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장인이 된 그의 불굴의 노력과 의지 때문일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