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화와 전설/그리스

올림픽 성화의 유래가 된 헤스티아의 불꽃

반응형

꽃 가지를 들고 있는 여신이 헤스티아(Hestia). 출처>구글 검색

지구촌 최대 축제인 올림픽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아마도 올림픽 성화 점화일 것이다. 올림픽이 시작되기 직전까지도 성화 최종 주자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대개는 개최국의 스포츠 영웅이 최종 주자로 선정된다. 88 올림픽 때는 육상 선수 임춘애였고 작년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 최종 주자는 피겨 스타 김연아였다. 성화는 올림픽 기간 내내 타올랐다가 마지막 날 폐막과 함께 꺼지게 된다. 그렇다면 올림픽 성화는 언제부터 어떻게 유래되었을까?

 

올림픽 성화가 처음 선보인 때는 1928년 제9회 암스테르담올림픽 대회였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성화대와 성화봉송식이 갖추어진 것은 1936년 제11회 베를린올림픽 대회였다고 한다. 올림픽 성화는 고대 올림픽경기 발상지인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태양광선으로 채화된다. 채화 장소는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있는 헤라 신전이다. 그렇다면 올림픽 성화 유래가 헤라 여신이라는 뜻일까? 올림픽 성화가 헤라 여신 신전에서 채화되지만 그 유래는 이름도 생소한 헤스티아 여신이라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헤스티아(Hestia, 로마의 베스타)는 건강과 가정의 평안을 관장하던 여신이었다. 그녀는 또한 신성한 불꽃의 여신으로 각 가정마다 가지고 있는 화로의 불을 책임졌다. 그리스인들이 식민지를 개척하고 새로운 정착지를 만들 때 헤스티아 숭배의 중심 도시에서 불씨를 가져다가 새로 세워진 도시로 옮기는 전통이 있었다. 이런 전통이 오늘날 올림픽 경기에서의 성화로 이어졌다. 고대 그리스에서 그랬던 것처럼 불꽃은 꺼지면 안 된다. 헤스티아의 불꽃은 끊임없이 타올랐고 결코 꺼지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만약 불꽃이 꺼진다면 춥고 불모의 존재를 불러올 전조로 믿었다.

 

시대와 상관없이 헤스티아는 꽃 가지를 들고 있는 온화한 여성으로 묘사되었다. 그녀는 또 한 손에 신성한 불꽃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헤스티아는 크로노스와 레아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딸이었다. 자식들을 집어삼킨 크로노스 신화에서 헤스티아는 크로노스가 첫 번째로 집어삼키고 마지막으로 토해낸 자식이었기 때문이다. 헤스티아는 우아함과 아름다운 환경에서 자라났다. 이렇게 성장하는 동안 헤스티아는 오빠 포세이돈과 조카 아폴론의 헛된 구애를 받기도 했다. 알다시피 포세이돈은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와 쌍벽을 이루는 바람둥이였다. 제우스와 레토 사이에서 태어난 아폴론도 만만치 않은 바람둥이였으니 조신한 헤스티아를 가만둘 리 만무했을 것이다.

 

하지만 헤스티아는 제우스를 증인으로 내세워 영원한 처녀성을 맹세했던 터였다. 하지만 헤스티아의 순결은 아테나나 아르테미스의 그것과는 달랐다. 헤스티아의 순결은 가족과 공동체에 매진하기 위한 그녀만의 존재의 이유였다. 헤스티아의 결정에 동의한 제우스는 그녀를 올림포스 산으로 불러들여 그의 집사로 일하게 했다. 헤스티아가 올림포스 산에 살기는 했지만 그녀의 워낙 조용한 성격이나 행동 탓에 존재감이 미미해 올림포스 12신에 그녀를 넣느냐 마느냐를 두고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헤스티아는 다른 여신들과 달리 늘 집에만 머물렀다. 낯선 사람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돌보는 것이 그녀의 본성이었다.

 

어떤 학자들은 새롭게 떠오르는 젊은 신들과 또 그들과 살고 싶어하는 올림포스 신들의 욕망으로 인해 올림포스 12신의 자리를 디오니소스에게 내줬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녀의 성격상 신들 사이에 불화나 반목이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헤스티아는 종종 잊혀진 신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녀의 겸손하고 조용한 성격과 행동을 알고 있었던 제우스는 각 신들에게 바쳐진 제물의 첫 번째를 헤스티아가 받을 수 있게 해 주었다.

 

헤스티아는 늘 가정에 머물렀기 때문에 다른 신들처럼 그녀만의 도시가 없었다. 대신 그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각 도시마다 헤스티아의 신전이 세워졌다. 화로가 있는 신전의 중심에 불꽃이 타오르고 그 주위로 숭배자들이 모여들었다. 헤스티아 신전의 화로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사회적, 정치적, 종교적 삶에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화로의 불꽃이 꺼진다는 것은 가정의 안정에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였다. 물론 신전의 불꽃은 정화와 갱신의 의미로 의도적으로 꺼지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불꽃을 점화해 새로운 시작을 나타냈다. 신전의 중심은 음식을 준비하고 먹는 장소이기도 했다. 식사의 일부는 헤스티아 여신에게 제물로 바쳐졌는데 그녀에게는 가축이 제물로 봉헌되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