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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메소포타미아

최초의 용(龍), 티아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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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원통인장에 새겨진 티아마트(Tiamat). 출처>구글 검색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 티아마트(Tiamat)의 역할을 정확하게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티아마트는 태초의 바다로 염수의 신이자 창조 여신이었다. 티아마트에 관한 자료는 바빌로니아의 창조 서사시인 <에누마 엘리쉬>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에누마 엘리쉬>에도 티아마트의 겉모습에 관한 자료만 수록되어 있다. <에누마 엘리쉬>는 염수의 신 티아마트와 담수의 신 아프수(Apsu) 등 두 개의 태초의 바다에 대한 묘사로부터 시작된다. 두 개의 물 즉 티아마트와 아프수의 결합으로 신들이 창조되었다.

 

서사시는 아프수와 물의 신 에아(Ea, 수메르의 엔키)의 전쟁으로 이어진다. 티아마트는 아프수를 설득해 전쟁을 멈추도록 시도한다. 하지만 아프수는 신들과의 전쟁에서 패배하고 티아마트는 아프수의 복수를 위해 괴물 군대를 만들어 그녀의 새로운 배우자인 킹구(Kingu)에게 그 지휘를 맡긴다. 티아타트는 결국 바람과 활로 무장한 마르둑(Marduk)에게 패배하고 만다. 마르둑은 티아마트의 시체를 둘로 쪼개어 하늘과 대지를 창조한다.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도 이 때 티아마트의 눈에서 생겨났다고 한다. 또 마르둑은 티아마트의 침으로 대기를 만들고, 티아마트의 가슴으로는 산을 창조했다.

 

<에누마 엘리쉬>는 티아마트를 태초의 물이나 꼬리를 가진 용으로 묘사하기도 하는데 결국 마르둑에 의해 티아마트의 몸통은 자연의 특징으로 재조정된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용이 티아마트일 것이다.

 

<에누마 엘리쉬>에서 티아마트는 모든 신들의 어머니이다. 티아마트는 아프수와 결합해 라흐무(Lahmu)와 라하무(Lahamu)를 낳고 다시 라흐무와 라하무가 결합해 안샤르(Anshar)와 키샤르(Kishar)를 낳는다.

 

초기 신화에는 티아마트에 관한 몇 가지 서로 다른 묘사가 존재하는데 티아마트는 바다와 관련된 두 가지 전통이 합쳐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신이 창조된 원시 대양인 남무(Nammu 또는 Namma)라는 어머니 여신이고, 다른 하나는 괴물로써의 바다의 이미지다. 티아마트의 묘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또 하나는 안주(Anzu)인데, 안주는 전쟁의 신 닌우르타(Ninurta)에게 패배한 신화 속의 새를 말한다. 실제로 마르둑과 티아마트의 전투는 닌우르타와 안주의 그것과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티아마트에 관한 직접적인 숭배는 없었다. 하지만 바빌론에서 열렸던 신년 축제인 아키투(Akitu)에서는 티아마트와 마르둑의 전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에누마 엘리쉬>는 축제 나흘 째 되는 날 낭송되었는데, 축제에서는 이 신화적 전투를 상징적으로 재현했다고 한다. 기원전 천 년까지는 티아마트에 관한 언급이 거의 없었다. 바빌로니아의 창조 서사시 <에누마 엘리쉬>가 가장 오래된 언급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의 언급도 대부분 <에누마 엘리쉬>를 인용하는 수준에 그쳤다.

 

시리아의 고대 도시 팔미라의 벨(Bel) 신전에서 발견된 부조는 나부(Nabu)와 마르둑이 티아마트를 죽이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이 때 티아마트는 여성의 몸을 가진 꼬리 달린 뱀 형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부조는 후기 헬레니즘 시대의 작품으로, 아직까지 티아마트라고 확신할 수 있는 그림이나 조각 등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팔미라의 이 부조는 최근까지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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