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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중국

중국 달 탐사선 '창어'와 달의 여신 '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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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여신, 항아. 출처>구글 검색

항아(ChangE, 嫦娥)는 중국의 신화적 인물이다. 중국 고전 <회남자>에 따르면 항아는 전설적인 궁수이자 서왕모(西王母)에게 불사의 과일을 받았던 예(HouYi, 羿)의 아내였다. 흔히 천도 복숭아로 알고 있는 중국 신화상 불사의 과일은 서왕모가 관장하는 것으로 3천년에 한 번 꽃이 피고, 3천년에 한 번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이 불사의 과일, 천도 복숭아를 먹으면 누구나 신선이 될 수 있었다. 항아는 남편의 천도 복숭아를 훔쳐 먹고 불사의 몸이 되어 달로 도망쳤다. 달로 도망간 항아는 ‘달의 정령’ 또는 ‘달의 여신’이 되었다. <회남자>에는 항아가 달로 가서 두꺼비로 변했다는 기록도 전한다. 이것이 항아에 관한 가장 유명한 전설이다.

 

어떤 학자들은 <산해경>에 나오는 달의 여신 상희(ChangXi, 常羲)를 항아로 보기도 한다. 상희는 동방의 천제인 제준(帝俊)의 아내로 12개의 달을 낳았다고 한다. 참고로 제준에게는 상희 말고도 태양의 여신 희화(羲和)라는 아내가 있었는데 둘 사이에서는 10개의 태양이 태어났다고 한다. 제준과 상희 사이에서 태어난 12개의 달은 모두 딸이었고, 제준과 희화 사이에서 태어난 10개의 태양은 모두 아들이었다.

 

한편 상희가 중국 고대 전설상의 제왕 제곡(DiKu, 帝嚳)의 아내인 추자(JuZi, 娵訾)의 딸이라는 설도 있다. 전설 속의 역서로 알려진 <귀장>에도 항아 이야기가 보이는데 여기에는 항아가 서왕모의 불사약을 먹고 달에 가서 달의 요정이 되었다고만 기록하고 있다. 즉 항아의 남편으로 알려진 예에 대한 언급은 없다. 중국 양나라 때의 시문집인 <문선>에도 항아가 등장한다. <문선>에는 달이 하도 밝아서 죽은 이도 다시 살린다는 내용이 들어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달에 산다는 두꺼비와 토끼 이야기는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앞서 언급한대로 <산해경>에 달로 도망간 항아가 두꺼비로 변신했다는 기록이 있었다. 하지만 남편의 불사약을 훔쳐 달아난 항아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이 달라진 것일까. 나중에는 항아가 두꺼비로 변했다는 내용이 사라지게 된다. 또 서왕모 전설이 유행하면서 두꺼비가 토끼로 바뀌게 된다. 어떤 학자에 따르면 토끼와 두꺼비를 나타내는 구토(顧菟)와 섬여(蟾蜍)의 중국어 발음이 각각 ‘구투’와 ‘찬추’로 비슷해서 생긴 오류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월식도 두꺼비의 식욕에서 비롯되었다고 신화적으로 설명한다. 한편 문헌에 따라서는 ‘달의 영혼’을 두꺼비라고도 하고 까마귀라고도 한다.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한 중국 달 탐사선 ‘창어 4호’가 바로 달의 여신 ‘항아’에서 따온 이름이다. ‘항아’의 중국어 발음이 ‘창어’다. 창어 4호는 달의 앞면과 뒷면에 착륙한 최초의 탐사선이 되었다. 미국과 러시아를 제친 중국의 ‘우주 굴기’가 놀랍기도 하지만 이런 첨단 과학으로 무장한 달 탐사선 ‘창어’가 달의 여신 ‘항아’를 내쫓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달이 물질적 탐사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달이 고대로부터 인류에게 베푼 정신적 가치 또한 소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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