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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메소포타미아

'카인과 아벨'의 모티브가 된 '아쉬난과 라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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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과 하와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다. 큰 아들 카인(Cain)은 땅을 부치는 농부였고, 작은 아들 아벨(Abel)은 양치기였다. 카인은 땅에서 나오는 곡식으로 하느님께 제물을 바쳤고, 아벨은 자신이 기르던 양의 기름을 제물로 바쳤다. 하지만 하느님은 아벨의 제물만 반겼다. 이에 질투심을 느낀 카인은 동생 아벨을 들로 데려가 죽였다. 이 사실을 안 하느님은 카인에게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벌을 내렸다. 세상을 떠돌아 다니던 카인은 뒤늦게 자신의 죄를 깨닫고 그 벌로 자신도 죽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하느님은 카인을 죽이지 못하도록 표식을 찍어 주었다. 세상을 떠돌던 카인은 에덴의 동쪽 놋 땅에 정착해 살았다고 한다. 

 

아쉬난과 라하르 신화는 카인과 아벨(위)의 또 다른 모티브였다. 출처>구글 검색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대충은 알고 있을 <구약성서>에 나오는 카인과 아벨 이야기이다. 인류 최초의 살인 이야기라고도 하는 카인과 아벨 이야기의 모티브 중 하나가 메소포타미아의 ‘아쉬난과 라하르’ 신화라고 한다. 메소포타미아 판테온에서 아쉬난(Ashnan)은 곡식의 여신이었고, 라하르(Lahar)는 가축의 신이었다. 신화에 따르면 두 신은 남매 관계로 바람의 신 엔릴(Enlil)과 지혜의 신 엔키(Enki)가 각각 가축과 곡식의 수호신으로 지상에 파견했다. 아쉬난과 라하르를 지상에 내려보낸 원래 목적은 아눈나키(Anunnaki, 메소포타미아 신들의 총칭)의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서였다. 즉 아쉬난과 라하르는 최고신이자 하늘의 신인 안(An)의 자식들이자 추종자들인 아눈나키가 입을 옷과 먹을 음식을 가질 수 있도록 창조신 신이었다.

그러나 하늘의 피조물들인 아눈나키가 자기들의 생산물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하급 신들의 일을 대체하기 위해 인간이 창조되었다. 아쉬난의 상징은 어깨에서 자라나는 곡식 이삭이었고, 라하르는 숫양의 모습으로 묘사되었다. ‘카인과 아벨’의 모티브가 된 ‘아쉬난과 라하르’ 신화는 그들이 지상으로 파견된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엔키와 엔릴은 아쉬난과 라하르를 지상으로 보내 각각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게 했다. 신들은 아쉬난에게는 쟁기와 멍에를 선물로 주었고 라하르에게는 양을 칠 수 있는 들판을 주었다. 아쉬난과 라하르 덕분에 신들의 거처인 하늘은 풍요롭게 되었다. 하늘의 신 안도 매우 만족해 했다.

어느 날 아쉬난과 라하르는 술을 마시고는 그들의 밭과 농장에서 싸우기 시작했다. 신들은 각각 아쉬난과 라하르 편으로 나뉘어 각각의 업적을 찬양하거나 멸시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결국 엔릴과 엔키가 이 싸움에 개입했다. 하지만 이 신화를 기록한 토판은 이 싸움의 결말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결말이 없다기보다는 현재 발견된 토판으로는 여기까지밖에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카인과 아벨’ 이야기로 유추해 본다면 신들은 가축의 신 라하르의 손을 들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쉬난과 라하르’ 신화를 채용한 ‘카인과 아벨’ 이야기는 그들의 상황에 맞게 원전이 각색되었을 것이다. 즉 이스라엘 사람들은 농경 문화의 가나안보다는 목축 문화인 자신들의 조상 히브리인들이 더 우월하다고 믿었기 때문에 아벨을 선택했을 것이다. 반대로 ‘아쉬난과 라하르’ 신화에서 싸움의 승자는 곡식의 여신 아쉬난이었을지도 모른다. 생존을 위해서 인간에게 더 필요한 것은 고기보다는 곡식이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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