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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파에톤이라면 호박방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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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을 아는가? 신데렐라가 타고 다녔다던 호박마차가 아니다. 못생겨도 맛이 좋은 먹는 호박이 아니다.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여성들의 눈을 유혹하는 보석, 이 보석의 이름이 호박(琥珀, Amber)이다. 조선시대 양가댁 마나님들은 호박으로 만든 비녀와 노리개 등을 지니고 다녔다고 한다. 요즘에는 그 값어치가 수억원에 달하는 호박 보석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호박을 원료로 화장품도 만든다고 하니 '비비디바비디부!' 주문만 외면 호박마차가 나타나기라도 하는가 보다.

호박(琥珀, Amber)은 나무에서 흘러나온 송진이 굳어 생긴 화석이라고 한다. 보통 3,000만년~9,000만년된 보석으로 호박 화석 안에서는 곤충이나 작은 동물들이 들어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진귀한 보석, 호박에는 미스터리한 역사와 재미있는 신화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러시아의 푸쉬킨시에는 바로크 양식의 예카테리나 궁전이 있는데 이 궁전에는 세계 8대 불가사의로 불리는 '호박방'이 있다고 한다. 방 전체가 호박으로 되어있단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3,000억원이 넘는다고 하니 이 호박방에서 정신줄 제대로 잡고 있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그러나 아쉽게도 원래의 호박방은 사라지고 현재는 20여년의 공사 끝에 복원된 것이라고 한다. 사라진 호박방의 미스터리와 함께 호박에 얽힌 신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호박방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원래 호박방은 지금의 러시아 예카테리나 궁전이 아닌 독일 베를린에 있는 샤를로텐부르크 궁전에 있었다고 한다. 18세기 프러시아의 프리드리히 1세가 왕비인 소피 샤를로테를 위해 만든 방이 호박방이었다고 한다. 사랑치곤 너무 과한 사치인 것 같다. 아무튼 이 호박방은 베를린을 방문한 러시아 표트르 대제의 눈에 띄었나보다. 표트르 대제는 프리드리히 1세의 아들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로부터 이 호박방을 선물받았다고 한다.

러시아로 건너온 호박방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겨울 궁전을 장식하게 되었는데 훗날 엘리자베스 여제가 예카테리나 궁전으로 가져와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러나 이 호박방은 어느날 자취를 감추게 되는데 아직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로 남아있다고 한다.

세계2차대전 당시 독일이 소련을 공격하자 소련정부는 박물관으로 변모한 예카테리나 궁전의 소장품들을 시베리아 지역으로 옮기게 되는데 이 때 호박방의 호박들은 그대로 남겨놨다고 한다. 손상의 위험이 있어 철거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예카테리나 궁전은 나치독일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  이 때부터 호박방의 행방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된 것이다.

전후 소련은 호박방을 찾기 위해 정부 위원회까지 설치했으나 끝내 호박방의 행방은 찾지 못하고 복원으로 결론을 내고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3,000억원이 넘는다는 이 호박방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연합군의 폭격으로 한 줌의 재로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 나치독일이 어딘가에 숨겨놓은 것일까?

이제 호박방의 아쉬움은 잠시 접어두고 재미있는 신화의 세계로 떠나보자.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따르면 호박은 나무가 흘리는 눈물이라고 한다.

호박은 나무가 흘리는 눈물이다

태양의 신 헬리오스는 이집트의 클뤼메네라는 여자를 사랑한 적이 있었다. 헬리오스와 클뤼메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파에톤(Phaeton)이다. 파에톤은 '빛나는 자'라는 뜻인데, 이 이름 때문에 파에톤은 친구들로부터 잦은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 빛나는 자라면 태양신의 아들이라는 뜻인데 그 증거를 보여달라는 것이었다.

아들의 성화에 클뤼메네는 파에톤 탄생의 비밀을 털어놓고 만다. 자신이 태양신 헬리오스의 아들이라는 말을 듣게 된 파에톤은 그 증거를 확인해 보고 싶었다. 결국 파에톤은 어머니를 졸라 머나먼 태양이 뜨는 곳에 있는 아버지인 헬리오스를 찾아가게 된다. 헬리오스를 만난 파에톤은 자신이 태양신의 아들이라는 증거로 태양마차를 하루만 몰게 해달라고 했다. 파에톤의 끈질긴 요구에 헬리오스는 얼떨결에 스튁스 강을 걸고 파에톤의 청을 들어주기로 약속하고 말았다.

그런데 태양마차가 무엇인가? 태양마차는 태양신 헬리오스만이 운전할 수 있게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어준 마차였다. 제 아무리 아들이라도 헬리오스가 아닌 이상 태양마차를 몰 수는 없었다. 어찌됐건 헬리오스의 태양마차를 몰게 된 파에톤은 간장된 마음으로 태양마차를 이끄는 천마에게 힘찬 채찍질을 가했다. 그러나 파에톤이 태양신이 아닌 이상 천마도 파에톤의 명령에 순순히 따를 리 없었다.

결국 파에톤은 천마의 고삐를 놓쳐 버리게 되고 천마가 움직이는대로 끌려갈 뿐이었다. 오늘날 이디오피아로 불리는 아이티오페이아 사람들의 피부가 검은 것도 이 때 태양마차가 너무 낮게 나는 바람에 그 열기에 그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동의 사막도 이때 생겨났다고 한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올림포스 신들은 이 상황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특히 이들은 신들의 권리가 이미 올림포스 신들에게로 넘어왔음에도 태양의 신과 달의 여신이 아직도 티탄족이라는 사실에 질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까지 태양의 신이었던 헬리오스와 달의 여신이었던 셀레네는 남매지간으로 티탄족이었다. 여하튼 훗날 태양의 신과 달의 여신 자리를 물려받게 될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는 제우스에게 태양마차를 부숴 버릴 것을 요청했다.

결국 제우스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벼락을 던져 태양마차를 추락시키고 만다. 동시에 파에톤도 추락해 죽고마는 운명을 겪게 된다. 클뤼메네는 파에톤의 시체를 수습해 장례를 치르게 되었는데 그 슬픔은 어떻게 표현하기조차 힘들었다. 또 파에톤과 남매지간인 헬리오스의 딸들도 동생의 죽음에 몇 달 동안 파에톤의 무덤 앞에서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슬픔이 너무도 컸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한 자리에 너무도 오래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무덤 앞에서 울고 있던 파에톤의 누나들이 갑자기 나무로 변하기 시작했다. 온몸이 나무껍질로 덮혀가는 딸들의 모습을 본 클뤼메네는 나무에서 껍질을 벗겨 내려고 애를 써 보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급기야 클뤼메네의 딸들은 영락없는 나무의 모습으로 바뀌고 말았다.

나무가 되어서도 동생을 잃은 슬픔을 주체하기 힘들었던지 나무 껍질에서는 눈물이 흘러나왔다. 이 눈물이 굳으면서 구슬이 되어 강물로 떨어졌다고 한다. 수만년 동안 강물이 간직하고 있었던 이 구슬이 바로 호박(琥珀, Amber)이라고 한다.

신들의 세계에 등장하지만 파에톤은 인간이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것이다. 어찌되었던간에 신들과 소통했던 파에톤이기에 호박방의 행방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누이들의 눈물을 간직하고 있는 호박방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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