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화와 전설/인도네시아

하이누웰레형 농경기원 신화의 탄생

반응형

어느 날 사냥을 하던 아메타(Ameta)라는 사람이 야생 멧돼지의 엄니에 걸린 그 동안 인도네시아 세람 섬에서는 한번도 본 적이 없었던 코코넛을 발견했다. 바나나에서 나온 서쪽 세람 인들의 아홉 가족 중 한 명이었던 아메타는 코코넛을 집으로 가져갔다. 그날 밤 꿈에 누군가가 나타나 코코넛을 땅에 심으라고 가르쳐 주었다. 아메타는 꿈에서 본대로 코코넛을 땅에 심었고 불과 며칠 만에 큰 나무로 자라 꽃을 피웠다. 아메타는 수액이 나오는 꽃을 자르기 위해 나무에 올라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손가락을 베었고 피가 꽃 위에 떨어졌다


'코코넛 가지'라는 뜻의 하이누웰레. 출처>구글 검색

 

9일 후 아메타는 꽃이 피어있던 곳에서 한 명의 소녀를 발견했다. 그는 코코넛 가지라는 뜻의 하이누웰레(Hainuwelw)였다. 아메타는 소녀를 사롱(Sarong,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남녀 구분 없이 허리에 둘러 입는 )에 싸서 집으로 데려왔다. 하이누웰레는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해 어느 덧 성숙한 숙녀가 되었고 놀라운 재능도 가지고 있었다. 하이누웰레가 자연의 부름에 응답했을 때 그녀는 귀중한 물건들을 배설했다. 덕분에 아메타는 큰 부자가 되었다.


하이누웰레는 타메네 시와에서 9일 밤 동안 열리는 댄스 페스티발에 참석했다. 이 춤 축제에서는 소녀들이 빈랑 열매(Areca nuts, 아레카 너츠)를 남자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전통이었다. 하이누웰레도 전통대로 그대로 했다. 하지만 남자들이 아레카 너츠를 요구했을 때 그녀는 배설할 수 있는 귀중한 것들을 대신 그들에게 주었다. 매일 밤 그녀는 더 크고 값진 것들 즉 황금 귀걸이, 산호, 도자기 접시, 덤불 나이프, 구리 상자, 신호용 징을 배설해 나누어 주었다. 처음에 남자들은 낯선 물건에 즐거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은 하이누웰레의 호의를 이상하게 생각했고 질투심에 이끌려 9일 째 되는 날 밤에 죽이기로 결정했다.


매일 밤 연속되는 춤 속에서 남자들은 춤판 중앙에 있는 여자들 주위를 빙빙 돌았고 그들 중 하이누웰레에게 선물을 건넸다. 9일 째 밤이 되기 전에 남자들은 무도장 중앙에 구덩이를 파고 하이누웰레를 지목하면서 그녀가 구덩이로 밀릴 때까지 더 안으로 밀어 넣었다. 하이누웰레가 구덩이에 빠지자 남자들은 재빨리 흙을 덮었다. 하이누웰레가 산 채로 땅에 묻힌 것이었다.


하이누웰레가 사라지자 아메타는 그녀를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결국 아메타는 신탁을 통해 하이누웰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고 마을 주변을 뒤져 그녀의 시체를 찾았고 다시 정성껏 매장해 주었다. 하이누웰레가 묻힌 자리에서는 다양하고 유용한 종류의 알뿌리 식물들이 자라났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하이누웰레 형 농경기원 신화의 토대가 되었다. 하이누웰레 형 농경기원 신화란 신이나 거인 또는 인간의 사체나 배설물에서 구근(알뿌리) 등 식용 작물들이 생겨났다는 작물 기원신화로 이에 맞서는 프로메테우스 형 농경기원 신화가 있다. 프로메테우스 형 농경기원 신화는 하늘 또는 외부에서 곡식 등을 훔쳐오거나 가져왔다는 작물 기원신화를 말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