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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신화 속 노블리스 오블리제, 앙쿠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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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말이 있다.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로 이와 관련해서 프랑스와 영국의 백년전쟁의 일화가 유명하게 회자되고 있다. 백년전쟁 때 프랑스의 깔레시는 끝까지 저항하다 영국군에게 점령당하게 된다. 이 때 영국 국왕 에드워드 3세는 저항에 대한 책임으로 깔레 시민 6명의 처형을 요구했다. 이 때 자진해서 나선 사람들은 바로 깔레시의 최고 부자와 시장, 부자 상인과 그의 아들 그리고 3명의 시민이었다고 한다.

 

 

 

모두 7명이 자진해서 목숨을 내놓기로 했으나 영국이 처형대상으로 요구한 인원은 6명이었다. 어쩔 수 없이 이들은 처형장에 가장 늦게 나오는 사람을 빼자고 합의했다. 다음 날 아침 6명이 처형장에 모였을 때 깔레시의 최고 부자 한 사람만 보이지 않았다. 시민들이 그의 집으로 달려갔을 때 그는 이미 자살한 후였다. 한 사람이라도 살아 남으면 순교자들의 사기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죽음을 선택한 것이었다. 이에 감동한 영국 왕비는 깔레 시민에게 자비를 베풀어줄 것을 요청했고 에드워드 3세는 왕비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들의 처형을 취소했다고 한다. 로뎅의 작품 깔레의 시민은 이 일화를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한다.

 

 

아폴론의 연주를 듣고 있는 미다스 왕(오른쪽 위). 출처>구글 검색

 

 

3.1혁명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일제 강점기 시절 가문의 모든 재산과 사제를 털어 신흥무관학교를 세운 이회영 6형제와 그 가족들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노블리스 오블리제로 존경받고 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신화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미다스의 손으로 유명한 미다스 왕이 프리기아를 다스리고 있을 때였다. 프리기아의 수도 근처에 커다란 심연이 생겨 도시 전체가 함몰될 위기에 처했다. 심지어 폭우까지 내려 많은 집들이 무너져 내렸다. 미다스 왕은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신전의 무녀를 찾아가 신탁을 받았다.

 

 

 

신탁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신탁의 내용은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소중한 것을 심연에 던져 넣어야 땅이 닫힌다는 것이었다. 미다스 왕은 많은 양의 보석을 심연에 던져 넣었다. 하지만 심연은 닫히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 알다시피 그리스 신화에서 신탁은 애매모호하고 두루뭉수리하다는 특징이 있다. 미다스 왕은 가장 소중한 것으로 금은보석을 생각했으나 사실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나선 이가 있었다. 바로 미다스 왕의 아들 앙쿠로스(Anchurus)였다. 앙쿠로스는 생명이야말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그 심연에 던져야겠다고 결심했다. 결국 앙쿠로스는 스스로 심연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지옥의 심연이 닫혔다고 한다.

 

 

 

이회영 6형제와 깔레의 지도층 인사들 그리고 차기 왕을 포기하고 나라를 구하기 위해 하나뿐인 생명을 던진 앙쿠로스. 이들은 모두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진정한 영웅들이었다. 현재 우리나라 지도층이라고 자부하는 인사들 중에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이가 몇이나 있을까? 아니 기본적인 의무와 책임이라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이가 몇이나 있을까?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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