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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북 리뷰

햄릿은 정말 우유부단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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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익스피어의 <햄릿(Hamlet)>/1601년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세익스피어의 <햄릿>을 읽어보지 않았어도, <햄릿>을 주제로 한 영화나 연극을 본 적이 없어도 이 대사가 <햄릿>의 명대사임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고전 중의 고전 <햄릿>은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던 영국의 자존심, 세익스피어의 대표작 중의 하나이다.

<햄릿>, <오셀로>, <맥베스., <리어왕>으로 대표되는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주인공들의 비극적 결말을 통해 독자와 관객들로 하여금 인간 본성의 참된 의미가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해준다. 그 중에서도 <햄릿>의 주인공 햄릿의 성격에 대해서는 오늘날까지도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학자마다, 독자마다 각기 다른 햄릿의 성격 유형을 정의하곤 한다. 심지어 최근 연극에서는 햄릿을 테러리스트로 묘사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햄릿의 성격을 두고 갑론을박하는 것일까? 우선 <햄릿>의 전체적인 내용을 살펴보자.

덴마크의 왕자인 햄릿은 어느날 선왕이었던 아버지의 유령을 만나게 된다. 선왕의 유령은 햄릿에게 자신이 현재의 왕이자 햄릿의 아버지인 숙부 클로디어스에게 독살당했다며 복수를 부탁한다.

햄릿은 숙부인 클로디어스에게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미친 척하고 연인 오필리어에게도 싸늘하게 대하게 된다. 어느날 햄릿은 유령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 유랑극단을 통해 자신이 직접 국왕살해와 관련된 대본을 써서 연극을 상연하게 한다. 이 연극을 통해 유령의 말이 진실이었음을 확인한 햄릿은 복수의 기회를 노리게 된다.

복수의 기회를 놓친 햄릿은 자신과 어머니이자 숙부의 부인이 된 거트루드의 얘기를 엿듣고 있던 오필리어의 아버지 폴로니어스를 죽이게 되고 이 사건을 계기로 그의 연인 오필리어는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며 결국 물에 빠져 죽게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클로디어스는 햄릿을 영국으로 보내고 영국 국왕에게 햄릿을 죽여달라고 부탁하지만 이를 눈치챈 햄릿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고 귀국하게 된다. 때마침 오필리어의 오빠 레어티스도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프랑스에서 귀국해 있는 상황이었다.

클로디어스는 레어티스와 짜고 레어티스의 칼에 독을 바르고 갈증해소를 위한 물에 독약을 탄 후 햄릿과 검투시합을 유도한다. 레어티스의 칼에 상처를 입은 햄릿은 레어티스의 칼을 빼앗아 레어티스에게 치명상을 입히게 된다. 레어티스가 숨을 거두기 전 햄릿에게 클로디어스의 음모를 폭로하게 된다. 그러던 중 거트루드도 햄릿을 독살하기 위해 준비해 둔 물을 마시고 숨을 거두게 된다. 숙부의 음모를 알게 된 햄릿은 클로디어스를 죽이지만 자신도 독이 묻은 레어티스의 칼에 맞은 상처로 인해 온몸에 독이 퍼져 죽게 된다.


햄릿은 정말 우유부단했을까?
<햄릿>의 사건발단과 전개과정의 핵심은 복수다. 또 햄릿의 성격유형을 결정짓는 것도 복수의 실행과 관련된 심리상태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우유부단한 햄릿, 사색적인 햄릿, 철두철미한 햄릿, 애국심에 불타는 햄릿, 복수가 부도덕하다고 생각하는 양심적인 햄릿, 심지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설(정신분석이론에서 아들이 아버지에 대해 느끼는 경쟁의식, 여성에게 나타나는 현상은 엘렉트라 콤플렉스라고 한다)까지 다양하다. 

햄릿의 행동 중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은 햄릿이 선왕 유령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 꾸몄던 연극 상연 후로 연극을 보던 중 클로디어스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 자리를 뜨게 된다. 이를 본 햄릿은 아버지 독살에 대한 진실을 확신하게 된다. 드디어 복수의 기회를 잡게 된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햄릿은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만다.

클로디어스를 향해 칼을 빼든 햄릿은 과감하게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상념에 빠져들게 된다. 클로디어스가 형의 독살에 대한 참회의 기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만 있자, 이건 생각해 볼 문제다. 악한이 내 아버지를 죽였는데, 그 보답으로 외아들인 내가 그 악한을 천당으로 보내? 아니, 이건 복수가 아니라 도리어 사례를 하는 일이 된다.....그런데 저자가 영혼을 깨끗이 씻어서 천당의 길을 떠나기에 꼭 알맞은 이 때 죽이는 것이 과연 아버지에 대한 복수가 되겠는가?...그가 술에 취해 잠들었을 때, 격분했을 때, 잠자리에서 추한 쾌락에 빠져 있을 때, 도박할 때, 폭언할 때, 그밖에 전혀 구원의 여지가 없는 나쁜 짓을 하고 있을 때, 그런 때에 저자를 쳐라. 그러면 뒷발로 하늘을 차면서 지옥으로 굴러떨어질게 아닌가....너를 살려주지만 너의 괴로움은 더욱더 연장될 뿐이다."

뿐만 아니라 햄릿은 선왕 유령을 만나고도 선뜻 유령의 말을 믿지 못한다. 한편 햄릿이 아버지의 죽음과 뒤이은 어머니의 숙부와의 재혼을 보면서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 있었다는 것도 햄릿의 성격유형을 파악하는 데 있어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

햄릿은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하게 되지만 자신도 어머니도 비극적 결말을 피할 수는 없었다. 비극적 결말이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은 햄릿에 대한 논쟁은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세익스피어는 주인공 햄릿의 비극적 결말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불의 앞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햄릿의 모습으로 행동해야 하는 것일까?

햄릿이 우유부단하건, 사색적이건, 양심적이건 아니면 또다른 햄릿을 창조하건 그 해답은 분명 독자와  관객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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