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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여, 밤길 조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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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육교를 넘을라치면 주위를 몇 번이고 둘러본다. 혹시나 여자들이라도 있을까 싶어서다. 만약 여학생이나 아주머니가 있으면 앞서 갈까 뒤따라 갈까 서로 무언의 선택을 위해 잠시간 발길이 멈추어진다.


어쩌다 뒤따라가기라도 할 때면 올라가는 동안 자꾸 뒤를 돌아보는 여자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깜깜한 육교 너머를 주시하며 걷곤 한다.


육교 상단, 앞서가던 여자의 걷는 속도가 느려진다. 아무래도 나한테 앞서 가라는 뜻인듯....재빨리 추월한다. 스치는 순간 여자의 소리없이 놀라는 몸짓이 느껴진다. 이 육교 아래로는 기찻길이 있어 기차라도 지나가면 남자인 나도 뒤따라오는 남자라도 있으면 알 수 없는 공포를 느끼곤 한다.


내려가는 길, 올라오는 여자 한 명이 위를 쳐다보더니 잠시 멈칫 한다. 그리곤 올라오지 않고 입구에서 비껴선다. 이때는 빨리 내려가는 게 상책이다. 이 육교를 이용할 때면 늘 바른 생활 사나이(?)는 추행범(?)으로 오해를 받곤 한다.


공단지역이라 전체적으로 어둡고 인적도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런 황당한 경험을 해야만 한다. 특히 비바람을 막기 위한 차단막이 오히려 폐쇄적인 느낌을 주는 것 같다. 게다가 청소는 하는지....육교 천장 여기저기에는 온통 거미줄뿐이니 그 공포감은 배가 된다.


오늘도 이 육교 앞에서 나는 짧은 선택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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