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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멜라네시아

물색없는 여신, 아베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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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새벽이면 닭살이 돋을 정도로 새벽 공기가 차갑지만 낮에는 아침에 입은 옷들이 거추장스러울만큼 덥다. 게다가 일하는 현장에는 벌써부터 모기가 득실댄다. 특히 야간 현장이라 앞으로 펼쳐질 모기와의 전쟁을 생각하면 고개가 절로 흔들어진다. 공단을 관통하는 개천을 끼고 있으니 여름이면 일보다는 모기를 쫓다 지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마도 갈대가 우거진 개천에는 모기의 애벌레인 장구벌레가 그득할 것이다. 그래서 요즘같은 밤이면 일하다 말고 비가 좀 왔으면 하고 간절한 바람을 되뇌어본다. 다른 지역은 비가 너무 와서 문제라는데 대전에는 좀처럼 비다운 비가 내리질 않는다. 현장 앞 개천을 휩쓸 정도의 비가 한번만 와줘도 올 여름 모기 걱정은 안해도 될텐데.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른 게 사람 마음이라더니 비가 많이 와도 걱정, 적게 와도 걱정이니 변덕이 죽 끓듯 한다. 어쩌면 오랜 옛날부터 자연 현상을 대하는 인류의 마음이 다 이러지 않았을까? 그저 하늘만 바라보면서.


하기야 인디언들은 기우제를 지내는 족족 비가 왔다고 하니 도대체 제사장은 무슨 영험한 신기가 있길래 자연 현상까지 지배할 수 있었을까 싶었는데 아는 사람들에게는 개그의 소재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사실이 참 씁쓸하기 그지 없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니 비가 올 수밖에. 그 인내와 간절함만은 서프라이즈급이다. 


오세아니아는 호주, 멜라네시아, 미크로네시아, 폴리네시아로 구분된다. 출처>구글 검색

 

밤일 하는 사람들에게 잠은 늘 2% 부족한 그 무엇이다. 낮에 자는 잠이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적응되지 않는다. 오늘도 가벼운 소음에 깨어보니 덥긴 덥다. 지금 더운 것보다 밤에 출근하는 게 더 걱정이다. 비 좀 왔으면. 인디언 기우제 대신 고대인들이 생각했던 비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궁금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설화이다보니 내용이 별로 없다. 그래도 속으로 몇번 웃었으니 소개해볼까 한다. 멜라네시아의 여신 아베구우(Abeguwo)에 관한 신화다.


멜라네시아(Melanesia)는 호주 북동쪽에 위치한 남태평양의 섬들로 그리스어로는 검은 섬들이라는 뜻이다. 뉴기니, 솔로몬 제도, 피지 제도 등이 여기에 속한다. 흔히 오세아니아를 문화의 연관성에 따라 호주와 멜라네시아, 미크로네시아, 폴리네시아 등 네 지역으로 구분한다. 서로 멀리 떨어진 섬들의 집합체이긴 하지만 서로 비슷한 내용과 비슷한 이름의 신화들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그 중에서도 멜라네시아에는 비를 관장하는 여신이 있다고 한다. 아베구우(Abeguwo)는 멜라네시아 특히 뉴기니에서 비의 여신으로 알려져 있다. 아베구우는 하늘에 거주하면서 소변이 급하면 대지를 향해 거침없이 오줌을 누었다고 한다. 고대 멜라네시아인들은 아베구우의 오줌이 바로 비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고상(?)하게 눈물도 아니고 오줌이라니 이 여신 물색없지만 참 인간적(?)이다. 오줌이라도 좋으니 비가 좀 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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