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여행 중에 대청소를 해야했던 사연

반응형

올 초부터 회원들간 휴가 일정을 조율한 끝에 81 12일 일정으로 대전 근교 산에서 꿀맛 같은 휴가를 보냈다. 숨이 턱턱 막히는 한여름 태양을 뚫고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흥얼거리는 콧노래는 끝날 줄을 몰랐다. 30분 남짓 달려 드디어 예약했던 펜션에 도착했다. 숲이 내뿜는 자연 내음에 일상의 피로가 스르르 사라지는 것 같았다.

도저히 밥할 용기가 나지 않았던 전기밥솥

다들 아침도 거르고 왔던 터라 서둘러 여장을 풀고 식사 준비부터 했다. 그런데 왠걸? 냉장고 위에 놓여있던 전기밥솥을 보고 있자니 배고픔마저 잊혀지는 것 같았다. 언제 마지막으로 씻었는지 전기밥솥은 묵은 때가 그득했다.

도저히 밥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결국 전기밥솥은 싱크대 아래 서랍에 처박아두고 밥은 휴대용 전자레인지로 하기로 했다. 보고만 있어도 밥맛이 뚝뚝 떨어질 것 같아서였다. 우여곡절 끝에 얻은 12일의 시작부터 순탄치 않을 여행을 예고하는 듯 했다. 말 그대로 전기밥솥은 시작에 불과했다.


내친김에 대청소를 시작하다

접시와 그릇이 올려진 행거에도 여기저기 찌든 때가 흉물스럽게 남아있었다. 식사 당번을 맡았던 형은 어렵사리 얻은 휴가인데 짜증낼 시간이 없다며 조용히 행거를 뜯어내 씻기 시작했다.

에어컨을 켜는 순간 참았던 짜증이 폭발하고 말았다. 선풍기와 나란히 벽에 걸려있는 에어컨은 따뜻한(?) 바람을 내뿜기 시작했다. 게다가 에어컨 바람을 타고 역겨운 생선 비린내가 온 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에어컨을 끄고 뚜껑을 열어보았다. 에어컨 필터는 바람 한 점 통과하기 어려울 정도로 먼지가 빼곡히 쌓여있었다. 욕이 절로 나왔다. 다시 청소해 달라고 할 수도 없고.내친김에 휴식은 잠시 접고 청소부터 하기로 했다.

주객전도의 현장

샤워기로 에어컨 필터의 먼지를 씻어내고 미끌미끌한 방을 쓸고 닦고..주방에서는 식기란 식기는 다 꺼내서 설거지가 한창이었다.

밖에서는 공공식수대 청소를 하고 있었다. 닦아도 닦아도 별로 나아지질 않는다. 얼마나 오랫동안 청소를 하지 않았는지 찌든 때 벗기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야외 테이블도 걸레를 몇 번씩 빨아가면서 윤기가 자르르 날 정도로 닦아냈다. 찝찝한 냄새로 가득했던 화장실도 깔끔하게 새단장했다.

그렇게 1시간 넘게 각자 맡은 청소를 끝냈다. 다들 방에 모여 뻐근한 팔다리를 쭉 뻗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본격적인 여행 첫 날 일정을 시작했다.

무작정 손님을 유치하기 전에 한 번 온 손님이 다음에 또 찾고픈 맘이 들게끔 청결에 만전을 기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더욱이 수많은 사람들이 거쳐간 곳이 아니던가! 아마도 우리 모임에서는 그 펜션을 다시 갈 일은 없을 것 같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