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화와 전설/그리스

5월(메이, May)의 여신이 된 요정, 마이아

반응형

지구에서 445광년이나 떨어져 수많은 별들로 구성된 플레이아데스 성단은 오래 전부터 인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른 별자리나 성운, 성단에 비해 유독 아름답게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바빌로니아의 항성 일람표에서는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별 중의 별'이라는 의미의 '물(Mul)'이라고 불렀으며 힌두 신화에서 플레이아데스 성단은 전쟁의 신 무루간(Murugan)의 여섯 어머니로 묘사되기도 한다. 또 일본 신화의 보고인 <고사기>와 <만엽집>에도 '무쯔라보시(여섯 개의 별)'이라는 이름으로 플레이아데스가 언급되고 있다.


사실 플레이아데스 성단은 수천 개의 가스 구름에서 생성된 별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육안으로는 6~7개 정도만 보이기 때문에 여러 신화에서 여섯 개나 일곱 개의 별로 언급되고 있다. 이렇게 여러 신화에서 여러 이름으로 언급되고 있지만 현재는 그리스 신화에서 비롯된 플레이아데스(Pleiades) 성단이 공식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플레이아데스 성단은 일곱 개의 별로 보였는지 '플레이아데스'는 아틀라스와 플레이오네 사이에서 태어난 일곱 명의 딸을 말한다.  이 일곱 명의 딸들 중에 5월(메이, May)의 어원이 된 요정이 있다고 한다. 바로 마이아(Maia)다.


▲로마 신화 속 봄의 여신 마이아(Maia). 출처>구글 검색


마이아는 아틀라스와 오케아노스의 딸 플레이오네가 낳은 7명의 딸들 중에 한 명으로 그 자매로는 알키오네, 메로페, 켈라이노, 엘렉트라, 아스테로페, 타이게테 가 있는데 이들을 가르켜 '플레이오네의 딸들'이란 의미의 플레이아데스라고 부른다. 이들 중에서도 마이아는 올림포스의 12신 중에 한 명인 헤르메스의 어머니로 다른 자매들에 비해 특히 유명한 님페(요정)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이아는 바람둥이 난봉꾼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헤르메스를 낳았는데 헤르메스는 제우스가 수많은 여신이나 요정, 인간들 사이에서 낳은 자식 중 유독 헤라의 질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훗날 헤르메스가 신들의 전령이 될 것임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어쨌든 마이아와 헤르메스는 헤라의 복수를 피한 유일한 모자(母子)였던 것만은 확실하다. 오히려 마이아는 헤라의 질투와 복수의 피해자 중 한 명을 데려다 키우기도 한다.


알다시피 제우스의 바람끼는 죽어야만 끊을 수 있을만큼 타고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쩌랴! 신은 영원히 죽지 않는 걸. 어느 날 제우스는 숲의 요정 칼리스토를 꼬드겨 아르카스라는 아들을 낳았다. 이 사실을 안 헤라가 참고 넘어갈 리 만무했다. 헤라는 칼리스토를 곰으로 변신시켜 아르테미스가 그녀를 화살로 쏘아 죽게 만든다. 아들만은 살리고 싶었던 제우스는 전령의 신 헤르메스를 보내 아르카스를 마이아에게 보내 키우게 했다. 요즘으로 치면 입양까지는 아니고 마이아가 제우스와 칼리스토의 아들 아르카스의 보모였던 것이다. 


그런데 로마 신화에도 마이아가 등장한다. 신화학자들에 따르면 이름은 동일하지만 그리스 신화의 마이아와 로마 신화의 마이아는 전혀 별개의 인물로 본다. 그도 그럴 것이 로마 신에서 마이아는 '봄의 여신'으로 등장한다. 특히 로마 신화에서 마이아의 남편은 불카누스(Vulcanus, 그리스 신화의 헤파이스토스)로 그리스 신화와는 전혀 다르게 전개된다. 아마도 로마에 그리스 문명이 도입되면서 양 문명의 마이아가 동일시되었던 것 같다. 로마 신화에서 마이아가 메르쿠리우스(Mercurius, 그리스 신화의 헤르메스)의 어머니가 된 것도 그리스 문명이 유입된 이후의 일일 것이다.


영어에서 5월을 뜻하는 메이(May)는 '마이아의 달'을 뜻하는 라틴어 '마이움(Maium)'에서 유래되었다. 실제로 '마이아'는 무엇을 키우고 길러낸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남의 자식을 대신 키운 마이아와 로마 신화에서 봄의 여신인 마이아가 풍요와 증식의 달인 5월에 바쳐진 것도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싶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