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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켈트

아발론, 아더 왕의 영원한 휴식처이자 이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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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했던 사내가 있었다. 조선시대 허균의 한글 소설 제목이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했다는 의적 홍길동이었다. 홍길동은 철저하게 신분사회였던 조선에서 서자로 태어난 억울함을 새로운 사회에의 꿈으로 해소했고 활빈당의 우두머리가 되어 탐관오리의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홍길동은 연산군으로부터 제의받은 병조판서 자리도 거부하고 부하들과 함께 바다 건너 율도국이라는 섬나라의 왕이 되었다고 한다. 홍길동에게 율도국은 출신 성분에 따른 신분 차별이 없는 이상향이었을 것이다. 물론 봉건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했던 당시로서는 율도국이 완전한 이상 사회였다기보다는 홍길동 자신이 말년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었던 휴식처로서의 의미가 더 강했을 것이다.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이상 사회, 이상향에 대한 꿈은 영원한 숙제가 아닐까?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에 등장하는 '빈 섬'이 그랬고, 그리스 신화의 '엘리시온', 기독교의 '에덴 동산'이 바로 홍길동이 꿈꾸었고, 인류가 꿈꾸는 이상향의 모습들일 것이다. 켈트족 신화에 등장하는 아발론(Avalon)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한 영웅의 영원한 휴식처가 시간이 흐르면서 특정 민족의 이상향으로 진화한 경우일 수도 있겠다.  

아발론은 켈트족의 일원이었던 브리튼의 왕 아더 왕(King Arthur)이 영원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찾았던 섬이다. 아더 왕이 아발론 섬에서 영원한 휴식을 취한 데는 사랑과 불륜이 그 원인이었다. 아더 왕의 왕비 기네비어가 아더 왕의 가장 절친이었던 기사 랜슬롯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두 영웅의 불화는 내란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게다가 아더 왕의 아들 모드레드가 반란을 일으키면서 아더 왕은 생애 최후의 전투를 하게 되었고 모드레드와의 싸움에서 깊은 상처를 입고 부하의 등에 업혀 도착한 곳이 바로 '아발론'이었다. 치유를 위해 아발론으로 갔지만 결국 아더 왕의 영원한 휴식처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앵글로색슨족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작은 섬에 갇혀버린 켈트족 브리튼인들에게 아발론은 영웅의 부활과 귀환을 염원했던 이상향이었던 것이다. 브리튼인들이 생각했던 아발론은 정가운데에 사과나무가 있고 주변은 드넓은 초원이었으며 가장자리는 험난한 바위로 둘러싸여 있는 아름다운 섬이었다. 그래서일까 아발론은 켈트어의 사과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동양에 복숭아가 있다면 서양인들에게 사과는 아주 성스러운 과일로 인식되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되었던 황금 사과, 에덴 동산에서 이브가 먹었던 열매도 사과였다. 한편 아발론은 요정 모건(Morgan)이 다스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더 왕은 왜 하필 영원한 휴식처러 '사과의 섬'이라는 아발론을 찾았을까? 

누구나 아더 왕 하면 떠오르는 명검이 있을 것이다. 바로 엑스칼리버(Excalibur)다. 아더 왕은 열다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어떤 기사도 뽑지 못했던 거대한 돌에 꽂혀있던 검, 엑스칼리버를 뽑아 단번에 브리튼의 영웅이 되었다. 엑스칼리버에는 '이 검을 뽑은 자야말로 브리튼의 진정한 왕'이라는 문구가 새겨있었다고 한다. 훗날 명검을 손에 쥔 아더는 켈트족의 영웅이 되었고 급기야 브리튼의 왕이 되었다. 그런데 아더 왕은 명검 엑스칼리버를 잃어버리게 되는데 어느 아름다운 호수에서 이 명검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아발론은 바로 이 아름다운 호수 어느 곳에 있다고 한다. 


흔히들 아더 왕을 영국의 전설 속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좀 더 정확한 표현은 브리튼의 왕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로마 제국의 급속한 팽창으로 유럽 일대를 장악하고 있었던 켈트족 일부가 브리튼 섬에 정착하게 되었고 아더 왕은 로마 제국의 침략을 물리치고 브리튼을 독립시켰다. 이후 또 다른 이민족인 앵글로색슨족의 침략이 있었고 아더 왕은 앵글로색슨족을 물리치고 브리튼 최초의 왕이 되었다. 하지만 아더 왕이 죽고 브리튼의 국력은 급속히 쇠락했고 앵글로색슨족의 재침략에 지금의 스코틀랜드와 웨일즈, 아일랜드 등으로 쫓겨나게 되었다. 이들 지역에서 아직도 독립 요구가 강한 것을 보면 그 역사가 꽤 오래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지금의 잉글랜드는 '앵글로색슨족의 땅'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취업 걱정 없는 사회, 우리 아이가 안전한 사회, 가장 행복하게 죽음을 기다릴 수 있는 사회. 우리 사회 각각의 구성원들이 꿈꾸는 가장 소박하면서도 현실적인 이상향은 아닐까.◈사진> 아발론 섬의 아더 왕, 아더 왕. 출처:구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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