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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카리브해

야야의 카리브해, 생명의 원천은 호리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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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자메이카, 아이티, 푸에르토리코, 트리니다드토바고.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모두 서인도 제도 즉 카리브해에 위치한 국가들이라는 것이다. 대부분 열대지방에 위치해 있고 우리가 이들 나라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긴 하지만 미디어를 통해 가장 흔하게 접하는 것이 폭풍우나 허리케인,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일 것이다. 한편 1492년 콜럼버스가 인도라고 외치며 신대륙 발견을 알렸던 장소도 사실은 카리브해의 바하마 제도에 있는 산살바도르 섬이었다. 이후 카리브해 연안국가들은 스페인,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의 식민지 쟁탈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카리브해가 전세계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알려진 계기는 바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아닐까? 원래 캐리비안의 해적은 테마파크, 놀이기구, 영화, 소설, 비디오 게임 및 그 외 출판물을 아우르는 월트 디즈니의 프랜차이즈로 디즈니랜드 테마파크에 있는 캐리비안의 해적이라는 놀이기구를 보고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2003년 제 1편 ‘블랙 펄의 저주’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제 5편 ‘죽은 자는 말이 없다’까지 총 5편이 제작〮개봉되었다. ‘캐리비안의 해적’은 잭 스패로우(조니 뎁 분)가 헥터 바르보사(제프리 러쉬 분)와 함께 블랙 펄을 타고 카리브해에서 보물을 약탈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바르보사는 잭을 배신하고 그를 외딴 섬에 가둔다. 한편 바르보사 일당이 약탈한 저주받은 보물로 인해 바르보사와 그 부하들은 영원히 죽을 수 없고 밤만 되면 해골로 변신하는 저주에 걸리게 되는데…

 

실제로 카리브해의 토착원주민인 타이노 족 신화에는 혼령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전해지고 있다. 이 혼령은 꼭 죽은 자들의 전유물만은 아니었다. 바르보사 일당처럼 산 자들에게도 혼령이 존재하는데 무수한 변신 능력과 힘을 갖고 있는 게 특징이다. 아마도 허리케인과 폭풍우, 지진 등 변화무쌍한 자연재해에 대한 고대인들의 두려움이 투영된 신화가 아닐까. 특히 카리브해 생성에 관한 신화는 그 발상이 아주 독특하고 재미있다.

 

카리브해 원주민 타이노 족 최고의 신은 야야(Yaya)였다. 야야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이 아들이 자신에게 반항하자 그를 죽여버렸다고 한다. 아시다시피 그리스 신화는 아버지와의 대결에서 승리한 아들(우라노스→크로노스→제우스)이 올림포스의 주인이 되었는데 정반대의 이야기이다. 어쨌든 야야는 아들의 뼈를 거대한 호리병 속에 넣어 걸어 두었다고 한다. 얼마 후 이 호리병 속에서는 신기하게도 아들의 뼈가 물고기로 변해 있었다. 믿거나 말거나 야야와 그의 아내는 호리병 속의 물고기를 꺼내어 음식으로 만들어 먹었다고도 한다. 어느 날 이 호리병이 깨져 물이 대지 위로 쏟아져서 카리브해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신화에 따르면 카리브해 섬들은 호리병이 깨지기 전에는 육지였다는 것이다.

 

카리브해의 창조에 관한 또 다른 버전은 물고기가 담긴 호리병을 지키는 사람이 없었다는 데서 시작한다. 아이를 낳다가 죽은 대지의 여신 이티바 카후바바(Itiba Cahubaba)의 네 아들들이 카리브해 최고의 신 야야의 집에 오게 되었는데 그들은 호리병 속의 물고기를 몇 마리 꺼내 먹었다고 한다. 이 때 갑자기 야야가 돌아오는 소리에 놀라 호리병을 깨뜨렸고 안에 있던 물고기들이 쏟아져서 카리브해 주변 원주민들의 생계의 원천이 되었다고 한다.

 

한편 우리가 흔히 먹는 바베큐가 카리브해 원주민인 타이노 족이 꼬챙이에 꿴 생선을 모닥불 주변에 꽂아 요리하던 ‘바르바코아(Barbacoa)’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이 신화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카리브해와 그 바다의 물고기가 최고의 신 야야가 아들의 반란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아들을 죽이고 그 뼈를 담아둔 호리병에서 시작되었다는 것. 자연의 풍요 속에 이런 끔찍한 신화가 숨어 있었다니 자연은 역시 지배의 대상이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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