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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레다, 트로이 전쟁을 촉발한 여인 헬레네의 탄생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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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바람둥이 제우스의 여신들 레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Tethys)와 프티아의 왕 펠레우스(Peleus)의 결혼식에 수많은 신들이 초대됐다. 하지만 불화의 여신 에리스(Eris)는 초대받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장 행복해야 할 순간에 불화와 다툼이 끼어들 공간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해 화가 난 에리스는 결혼식장에 황금 사과 하나를 던졌다. 그 황금 사과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에게 바친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에리스가 던진 황금 사과를 두고 결혼의 여신 헤라(Hera)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 지혜의 여신 아테나(Athena)가 서로 소유권을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외모에 대해서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세 여신이 맞붙었으니 쉬 결론이 날리 만무했다. 결국 제우스는 세 여신을 이데 산으로 데려가 양치기 파리스에게 가장 아름다운 여신을 고르게 했다. 헤라는 권력과 부, 아테나는 명예와 명성,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다며 파리스를 유혹했다. 파리스의 선택은 단호했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를 황금 사과의 주인으로 선택했고 아프로디테는 그 대가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헬레네(Helene)의 사랑을 얻게 해 주었다. 하지만 당시 헬레네는 스파르타의 왕비였다 


 ▲테티스와 펠레우스의 결혼식. 사진>구글 검색


스파르타의 왕이자 헬레네의 남편이었던 메넬라오스가 나라를 비운 사이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도움으로 헬레네와 눈이 맞아 트로이로 도망치고 말았다. 그렇다고 헬레네와 메넬라오스의 부부 관계가 소원했던 것도 아니었다. 순전히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가능했던 일이었다. 졸지에 아내를 빼앗긴 메넬라오스는 형인 아가멤논을 비롯해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 등 그리스 연합군을 조직해 트로이 원정길에 나서면서 전쟁이 시작되었다. 호메로스와 베르길리우스가 쓴 고대의 가장 위대한 시의 소재가 된 트로이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아프로디테가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지목한 헬레네. 그녀의 아름다움의 결과도 극적이었지만 그녀의 탄생 비화도 이에 못지 않았다. 헬레네는 제우스와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Leda) 사이에서 태어났다. 


레다는 아이톨리아 왕 테스티오스와 에우리테미스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톡세우스, 플렉시포스와는 남매 지간이고 알타이아, 히페름네스트라와는 자매 지간이다. 스파르타의 왕 틴다레오스와 결혼했지만 그녀도 제우스이 바람기는 피해가지 못했다. 레다의 아름다움에 반한 제우스는 이번에는 백조로 변신해 레다에게 접근했다. 우리가 생각했던 우아하고 아름다운 백조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제우스는 백조로 변신해 레다를 겁탈했고 그 날 밤 레다는 남편인 틴다레오스와도 잠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레다는 얼마 후 두 개의 알과 두 명의 아이를 낳았다. 두 명의 아이는 카스토르와 클리타임네스트라였고 알에서 태어난 두 명의 아이가 바로 헬레네와 폴리데우케스였다 


 ▲레다와 백조로 변신한 제우스. 사진>구글 검색


알에서 태어났건 정상적인 아이로 태어났건 헬레네와 클리타임네스트라는 레다의 배 속에서 나온 자매였다. 훗날 헬레네는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가 되었고 클리타임네스트라는 메넬라오스의 형이자 미케네의 왕이었던 아가멤논의 왕비가 되었다. 하지만 그리스 신화에서 헬레네와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아버지가 다른 자식으로 간주되었다. 또 폴리데우케스와 카스토르도 쌍둥이 형제로 간주되었는데 흔히 디오스쿠로이(Dioskouroi, 제우스의 아들들)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이들 형제 자매들의 탄생에 관한 일화는 복잡하기 그지 없다. 또 다른 설에 의하면 헬레네와 클리타임네스트라, 디오스쿠로이 형제(폴리데우케스와 카스토르)가 제우스와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Nemesis)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악역은 여자건 남자건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게 마련인데 네메시스는 달랐던 모양이다. 네메시스는 자신을 쫓아다니는 제우스를 피해 갖가지 동물로 변신했는데 어느 날 거위로 변신했을 때 제우스가 백조로 변신해 겁탈당하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 거위로 변신한 네메시스가 알을 낳았는데 목동들이 발견해 레다에게 갖다 주었고 레다는 알에서 아이들이 태어나자 마자 친자식처럼 키웠다고 한다. 문헌에 따라 친자식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긴 했지만 어쨌든 레다는 이들을 정성껏 키워 두 딸은 그리스의 도시국가 스파르타와 미케네의 왕비가 되었다 


 ▲영화 '트로이'(2004). 사진>구글 검색


앞서 헬레네의 미모가 트로이 전쟁을 촉발시켰다고 했는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을 것이다. 메넬라오스 입장에서는 바람난 아내를 찾기 위해 전쟁을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다른 그리스 도시국가들까지 트로이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을까? 바람난 아내를 찾기 위해 온 그리스 도시국가가 전쟁에 참여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 이면에도 헬레네의 아름다운 미모가 있었다. 헬레네가 인간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던만큼 결혼 적령기가 되자 여기저기 구혼자들로 넘쳐났다. 심지어 그리스의 영웅 테세우스도 헬레네를 납치한 적이 있다고 한다. 결국 스파르타의 왕 틴다레오스의 아내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오디세우스의 역할이 컸다. 


그리스 전역에서 모여든 수많은 구혼자들 가운데서 한 명을 선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누구든 그 결정에 승복하지 않으면 또 다른 불화의 원인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디세우스는 한 명의 남편을 결정하기에 앞서 모든 구혼자들에게 서약을 받았는데 누가 남편이 되건 그 권리를 인정하고 부부를 지켜주겠다는 내용이었다. 훗날 헬레네로 인해 트로이 전쟁이 발발했을 때 그리스 전역에 산재해 있었던 과거 헬레네의 구혼자들은 이 서약 때문에 그리스 연합군에 합류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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