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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제우스의 여신들⑦ 세멜레, 함부로 의심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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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모, 고수, 류승범, 한가인, 이준. 이 연예인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모두 동아제약 박카스’ CF 출신 연예인이라는 점이다. 이들이 광고 한 편으로 스타게 된 데는 CF 속 명장면들이 한 몫 했다. 주진모는 친구와 새벽에 농구를 한 뒤 한 게임 더를 외쳐 여심을 자극했고, 고수는 귀가시간을 지켜야 하는 여자친구를 위해 여자친구의 손을 잡고 밤거리를 질주하는 장면 끝에서는 젊음, 지킬 것은 지킨다는 멋진 멘트로 바른 생활 사나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또 이준은 병역 신체검사를 받으면서 꼭 가보고 싶습니다.’를 외쳐 동시대 젊은이들의 고민을 대변했다. 이 밖에도 박카스’ CF는 따뜻하고 신선한 컨셉트로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 중 하나로 남아있다.

 

박카스는 지치고 힘들 때, 피로할 때, 육체적으로 좀 피곤할 때 먹는 약이라고 하니 예나 지금이나 어디를 찾아갈 때면 박카스한 박스 들고 가는 게 꼭 의례적인 인사치레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박카스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고 피곤할 때 찾는 술과도 이미지가 겹쳐 보이기도 한다. 약인 박카스이 결코 동일시 될 수는 없지만 마시는 이유나 효과만큼은 연결되는 지점이 동일해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박카스라는 상표를 바쿠스동상을 보고 영감을 받아 지었다고 하니 더더욱 그렇다. 바쿠스(Bacchus)는 술의 신, 포도주의 신으로 그리스 신화 디오니소스(Dionysus)의 로마 신화 버전이다. 하지만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탄생 과정을 보면 술이 주는 효과 즉 고단한 일상생활에서 오는 근심과 걱정과 고통을 잊게 해 준다는 이미지와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살벌하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지 싶다.


 ▲제우스와 세멜레. 사진>구글 검색

 

디오니소스의 부모가 바로 제우스(Zeus)와 세멜레(Semele)이다. 제우스야 설명이 필요 없을 테고 세멜레는 테바이의 건설자 카드모스와 조화의 여신 하르모니아(Harmonia)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 세멜레 또한 한 미모 했을 것이다. 바람둥이 제우스의 여신이 되었으니 말이다. 제우스는 아름다운 세멜레를 자신의 여인으로 삼기 위해 인간으로 변장한 채 테바이로 가서 세멜레의 사랑을 얻는 데 성공했다. 제우스의 애정행각에는 늘 한가지 법칙이 있었다. 꼭 헤라에게 들킨다는 것이었다. 불륜에 대한 헤라의 복수 또한 꼭 등장하는 장면이다. 제우스와 세멜레의 애정행각도 헤라는 구름 위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질투심에 불탄 헤라는 세멜레를 응징하기로 결심했다.

 

헤라는 세멜레의 옛 유모인 베로에로 변신해 그녀에게 접근했다. 유모로 변신한 헤라는 세멜레를 꼬드기기 시작했다. 그녀의 애인이 제우스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가 정말 제우스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세멜레를 잔뜩 의심하게 만들었다. 드디어 세멜레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랑을 의심한 세멜레에게 비극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세멜레는 인간으로 변신하고 나타난 제우스에게 진짜 제우스가 맞냐며 본래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졸랐다. 세멜레의 의심과 달리 아무리 바람둥이였지만 제우스의 세멜레에 대한 사랑은 당시만은 진정이었는지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리스 신화에서 스틱스(Styx) 강물에 대고 한 맹세는 어느 누구도 심지어 올림포스의 주인 제우스마저도 거부할 수 없는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었다. 사랑의 힘일까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제우스가 스틱스 강물에 대고 그녀가 원하면 무엇이든지 들어주겠다고 맹세하고 말았다. 제우스는 자신이 변장을 풀고 신의 모습으로 나타났을 때 인간인 세멜레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잘 알고 있었지만 이미 늦은 후회였다. 제우스는 세멜레를 누차 설득해 보았지만 소용 없었다. 결국 스틱스 강에 대한 맹세대로 제우스는 신의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알다시피 제우스는 천둥과 번개의 신이다. 제우스는 하는 수 없이 천둥과 번개에 휩싸인 신으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고 세멜레는 그 자리에서 타 죽고 말았다. 의심이 불러온 비극이었다.

 

세멜레가 제우스의 번개에 타 죽었을 때 그녀는 임신중이었다. 이 사실을 알았던 제우스는 황급히 세멜레의 뱃속에서 아이를 꺼내 자신의 넙적다리에 집어넣고 꿰매었다. 또 다른 문헌에 의하면 전령의 신이자 제우스의 심부름꾼이었던 헤르메스가 아이를 꺼내 제우스의 넙적다리에 넣었다고도 한다. 아이는 그렇게 제우스의 넙적다리 안에서 열 달을 모두 채우고 태어났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가 바로 디오니소스였다.

 

의심이 부른 참극이었지만 훗날 어른으로 성장한 디오니소스는 저승으로 내려가 어머니세멜레를 데려온 다음 아버지인 제우스에게 부탁해 그녀에게도 신성을 부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들을 잘 둔 덕에 인간 세멜레(Semele)는 죽어서는 티오네(Thyone)라는 신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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