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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북유럽

서리거인 이미르, 잠자던 북유럽 신화를 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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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르(Ymir)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최초의 거인이다. 세계가 창조되기 전 태초에는 긴눙가가프(Ginnungagap)라는 허공만이 존재했다. 이 태초의 허공인 긴눙가가프 양편에 두 영역이 나타났는데 남쪽에는 불의 영역인 무스펠하임(Muspelheim) 이 북쪽에는 추위와 얼음의 영역인 니플하임(Niflheim)이 그것이었다. 두 영역 사이에는 무스펠하임의 뜨거운 공기와 니플하임의 차가운 공기가 만나는 곳이 있었는데 이 곳에서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서 북유럽 신화 최초의 거인인 이미르라는 서리 거인이 형성되었다. 최초의 거인인 이미르는 무스펠하임의 따뜻한 공기 속에서 잠이 들었고 그의 몸에서는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미르의 땀에서는 또 다른 서리 거인들이 나타났는데 그들이 바로 요툰(Jotunn)이다. 흉악한 거인인 요툰은 온 대지를 뒤덮을 정도로 번성했다. 요툰은 이미르와 운명을 같이 하게 된다.

 

 

그렇다면 허공만이 존재한 긴눙가가프에서 이미르는 어떻게 생존할 수 있었을까? 이미르와 함께 얼음이 녹으면서 생긴 거대한 황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르와 다른 서리 거인들은 아우둠라(Audhumla)의 젖을 먹고 생존할 수 있었다. 이미르의 땀에서 태어난 서리 거인족인 요툰이 번성하는 데도 아우둠라가 있어서 가능했다. 아우둠라가 긴눙가가프를 돌아다니며 얼음을 핥아 나가자 얼음에 갇혀 있던 서리 거인들이 얼음에서 풀려났고 점차 무리를 형성했던 것이다. 아우둠라 때문에 얼음에서 풀려난 서리 거인 중 부리의 아들 보르와 볼트호른의 딸 베스틀라가 결혼해 북유럽 최초의 신이 오딘(Odin), 빌리(Vili), (Ve)를 낳았다. 삼형제 중 오딘이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처럼 신 중의 신으로 등극하게 된다.

북유럽 신화에서 이미르의 존재가 중요한 것은 이미르로 인해 긴눙가가프 시대를 지나 새로운 세계가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아버지 세대와의 전쟁을 통해 세대교체를 이룬 것처럼 오딘, 빌리, 베는 끊임없이 공격해 오는 이미르와의 전쟁을 통해 북유럽 신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된다. 오딘 빌리, 베 등 세 신은 이미르의 공격을 물리쳤고 이 때 죽은 이미르의 피는 모든 서리 거인들이 빠져죽을 만큼 거대한 바다를 이루었다. 베르겔미르와 그의 아내만이 살아남아 요툰하임(Jotunnheim)에 정착해 지금까지 신과 인간에 대한 복수를 꿈꾸고 있다고 한다. 지금의 노르웨이 중앙의 빙하를 안고 있는 고원을 요툰하임으로 부르고 있다.

중국 신화에서의 반고처럼 이미르의 죽음은 천지창조의 새 시대를 여는 일대 변혁의 시기이기도 했다. 오딘, 빌리, 베는 이미르의 살로 지구를 만들었고 부러진 뼈로는 산맥을 만들었다. 이미르의 피는 강과 바다와 호수가 되었고 두개골은 거대한 하늘의 천장이 되었다. 또 불의 영역인 무스펠하임에서 불꽃을 쏘아 올려 태양과 달과 별을 만들었다. 이미르의 사체로 세상을 창조한 오딘, 빌리, 베는 드디어 물푸레나무로 최초의 남자인 아스크(Ask)를 창조했고 느릅나무로 최초의 여자인 엠블라(Embla)를 창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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