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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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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체면을 위해 내 꼬리를 자르라고? 그리스 신화에는 프로크루스테스라는 노상 강도가 등장한다. 잔인하기로 치면 프로크루스테스를 능가할 자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하기야 그의 잔인한 살인 수법 때문에 오늘날까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으니 강도치고는 꽤 성공한(?) 경우가 아닌가 싶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아테네 교외의 케피소스 강가에 살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강도짓을 했다고 한다. 그의 집에는 철로 만든 침대가 하나 있었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이 침대는 마음대로 길이 조정을 할 수 없었다고 하는데, 조금은 억지스럽다. 나는 여태 길이 조절이 가능한 침대를 보지 못했으니까. 프로크루스테스의 엽기적인 행각을 부각시키기 위한 사족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쨌든 프로크루스테스의 명성은 그 침대로부터 시작됐다. 프로크루스테스는 강도라는 직업..
어느 유명 민주인사의 이중생활 가면/이경자/1990년 1990년대 인기 드라마 중에 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정확하게는 1991년 MBC에서 방영됐던 드라마였다. 20여 년이 지났지만 이 드라마가 아직도 회자되는 이유 중 하나는 드라마 속 ‘대발이 아버지’라는 캐릭터 때문일 것이다. 전통적 가치관으로 무장한 지극히 가부장적인 아버지였다. 아무리 호랑이처럼 엄한 가부장적 아버지상이지만 결국에는 시대의 흐름에 순응할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처하고 만다. 이 집안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자유분방한 며느리를 들이고 나서 ‘대발이 아버지’의 가부장적인 권위는 조금씩 조금씩 도전을 받게 되는데……. 1987년 이후 달라진 우리 사회의 단면을 코믹하게 그린 이 드라마에서 ‘대발이 아버지’ 역을 맡았던 이순재는 이 인기에 힘입어 국회의원까지 당..
능지처참 능지처참/티모시 브룩/너머북스/2010년 1904년 가을, 왕 웨이친(王維勤)을 처형장으로 데리고 가는 행렬은 베이징 성내에서 시작해 선무문(宣武門)을 지나 남쪽 ‘채소시장 입구(菜市口)’로 알려진 큰 시장 교차로까지 이어졌다. 중년 남자인 죄수는 북양군(北洋軍) 분대에 속해 있던 병사들과 함께 방책이 쳐진 수레를 타고 도착했다. 형부(刑部)에서 파견한 관리들도 이 행렬과 함께했다. 이 쌀쌀한 아침, 형부 관리들의 임무는 날이 밝기 전 교차로 옆에 미리 설치해 놓은 차양 아래에서 죄수 처형 절차를 감독하는 일이었다. 죄수를 처형하기에 앞서 형부 관리 한 명이 그의 범죄를 청(淸) 왕조의 대법전인 《대청율례(大淸律例)》에 정한 죄목과 언어를 사용하여 읽었다. 청 정부가 법의 테두리 내에서 내린 가장 가혹한..
노르웨이 테러범의 한국사회에 대한 오해와 진실 해마다 각 분야별로 세계와 인류에 공헌한 인물에게 주어지는 상이 노벨상이다. 노벨상은 스웨덴의 화학자인 알프레드 노벨이 만들었다. 그는 다이너마이트를 최초로 발명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발명한 다이너마이트가 자신의 기대와 달리 군사적으로 사용된 데 회의를 느껴 유산으로 노벨상을 설립했다. 1901년부터 시작된 노벨상은 평화상, 문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의학상 등 5개 분야로 나누어 시상했는데 1969년 경제학상이 추가되어 6개 분야로 시상하고 있다. 노벨상은 통상적으로 스웨덴에서 추천하고 결정해서 시상하지만 노벨 평화상만은 노르웨이 국회인 스토르팅에 의해 구성된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서 추천하고 시상식은 수도 오슬로에 있는 노르웨이 국회에서 진행된다. 2000년 한국 최초 노벨상 수상자인 김대..
반값 등록금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눕히지 마라 "너무 조급하게 서둘러서 하지 말고 차분하게 시간을 갖고 진지하게 대안을 마련하라"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을 두고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부가 정책을 한 번 잘못 세우면 국가가 흔들릴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두고 주객이 전도되었다고들 하던가! 현정부 초기 각종 국책사업을 두고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했던 얘기들을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대통령이 다시 국민들에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문득 그리스 신화의 유명한 도둑 프로크루스테스가 떠오른다. 그에게는 아주 요상하면서도 살벌한 취미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스의 시조영웅이자 아테나이 왕 아에게우스의 사생아였던 테세우스는 아버지가 남긴 신표인 가죽신과 칼 한자루를 찾아..
그리스 시인 사포는 정말 레즈비언이었을까? 며칠 전 세계 각국이 동성애에 대해 관대해졌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미국 시카고 대학교 국가여론연구센터(National Opinion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1988년부터 2008년까지 전 세계 30여개 국가에서 동성애에 관한 견해를 묻는 5가지 설문조사를 했는데 구사회주의권 국가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예전에 비해 너그러워졌다고 한다. 현대사회에서 동성애에 관한 인식의 차이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 같다. 이념적으로는 진보와 보수를 구분하는 잣대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차별의 대표적 상징으로서 사회적 편견의 정도를 가늠해 주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사회주의권 국가들과 사랑으로 대표되는 종교를 국가적 이념으로 채택하고 있는..
꼴찌를 일등으로 ■김성근 지음■박태옥 말꾸밈■(주)자음과모음 펴냄 바야흐로 예능인 암흑시대다. 윤도현과 김제동의 KBS 퇴출에 이어 김미화에 대한 노골적인 압력이 누리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뿐만 아니다. 모순된 세상을 향한 동혁이형의 샤우팅마저 개미소리로 만들려는 압박이 자행되더니 급기야는 허구한날 술에 취해 파출소를 드나드는(?) 박성광이마저 맘에 들지 않는다며 노골적인 압력이 시작되었다. 힘겨워진 삶의 무게에 어깨가 축 처져있는 서민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주는 예능인들이 정작 자신들은 거대한 권력 앞에서 생존을 걱정해야 되는 처지가 되고 만 것이다. 지난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회의에서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은 김인규 KBS 사장이 출석한 가운데 의 한 코너인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에서 박성광이 매..
<인생은 아름다워>, 알고보면 더 재밌다 '시청률 보증수표'로 통하는 김수현 작가가 오랫만에 내놓은 SBS 주말 드라마 가 많은 논란을 일으키며 시청률 고공비행을 준비중이다. 최근 드라마의 경향을 보면 소위 '욕 들으면서 돈 버는' 이야기 전개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보여주는 이해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상황을 접하면서 인터넷상에 비난성 댓글을 쏟아낸다. 반면 봇물 터지듯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들은 그동안 그 드라마의 존재여부를 모르고 있던 많은 네티즌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브라운관 앞으로 모이게 함으로써 악플과 시청률이 정비례하는 공식이 성립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완성된 대본보다는 쪽대본으로 네티즌들의 악플을 유도하는 드라마도 여럿 보인다. 김수현 작가가 드라마 작가로서의 확실한 위상을 갖추게 된 것도 이런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