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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재기 파문과 좋은 책 고르는 방법 인간의 습성이란 참 무섭다. 이성적으로는 부정한 행위인 것을 알면서도 육체는 어느덧 이성의 통제 밖에서 허우적대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걸 두고 관행이라고 하나보다. 잊을 만 하면 터지는 사재기 의혹이 유명 작가들의 절판 선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이번 사건의 파문이 쉽게 사그러들 것 같지 않다. 지난 7일 SBS 시사 프로그램 '현장21'은 자음과 모음 출판사에서 황석영 작가가 등단 50주년 기념으로 낸 장편소설 와 김연수 작가의 장편소설 , 백영옥 작가의 이 사재기를 통해 베스트셀러로 조작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의혹은 사실로 밝혀지면서 그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황석영 작가는 이번 사재기 의혹은 작가에 대한 모독이라며 의혹에 휩싸인 자신의 책을 절판시키고 출판권 회수는 물론 출판사를 상대..
아리송한 창조경제, 기본부터 시작하라 지난 달 박근혜 정부 첫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교육부는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대학의 역할을 정립하고 구조개혁 및 지방대학, 전문대학 육성 등 주요 대학정책 방안 마련을 위한 민관 전문가로 대학발전기획단을 구성·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고용노동부 장관은 '창조경제로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방사청장도 '방위산업과 창조경제 전략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대통령을 비롯해 각 부 장관은 물론 장관 후보자들까지 기계적으로 외치는 말이 바로 '창조경제'다. 작년 대통령 선거 당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처음 주장하면서 시작된 '창조경제'는 새정부 출범 한 달이 갓 넘었지만 어느덧 익숙한 경제용어가 되었다. 문제는 귀에 낯설지 않다고 해서 이 용어의 의미를 제대..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냐 묻는다면 김경후 시인의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피아(彼我)의 관계를 규정짓는 속담만은 아닌 것 같다. 나와 나의 관계 즉 요즘 육체적 나와 정신적 나의 관계도 이 속담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데 퇴화된 흔적처럼 남아있던 생채기가 자꾸 덧나기만 하니 요즘 나는 그야말로 독서삼매경(?)에 빠져있다. 속수무책 인도철학에 아트만(Atman)이란 용어가 있다. 를 읽다 이 말에 필이 꽂혀 '여강여호'와 함께 온라인 상에서 자주 쓰는 닉네임이기도 하다. 비록 철학 문외한인 나에게는 '자아' 수준으로밖에 해석하지 못하고 있지만 어쨌든 아트만은 신체 기관과 기능의 핵심적인 동력이다. 언제부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요가라는 것도 이 아트만을 표현하기 위한 수..
오자의 기행으로 본 질서정연한 보편적 권위의 실체 오자(誤字)/김형수/2012년 소설 제목보다는 수필 제목에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오자(誤字)'란 말 그대로 '잘못 쓰인 글자'를 말한다. 책을 읽는 사람이면 누구나 무수히 많은 글자들 속에 꼭꼭 숨어있는 '오자'를 발견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때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꼈는가? 아마도 책이라는 소름 끼치게 치밀한 권위로부터 자유로워진 해방감을 만끽했을지도 모른다. 도저히 다가갈 수 없을 것처럼 저자와 책의 완벽함이 구축해놓은 장벽이 비로소 무너지는 느낌같은 것 말이다. 한편 '오자' 하면 떠오르는 그리 멀지 않은 기억이 있다. 지난 4.11총선 당시 국회의원으로 변신한 어느 스포츠 스타가 박사논문 표절로 자격시비가 한창일 때 표절의 결정적 증거로 내놓은 자료가 바로 '오자'였다. 즉 오자만큼은 표절..
책이 무서운 당신이 책과 친해지는 방법 책 앞에서 머뭇거리는 당신에게/김은섭/지식공간/2012년 2002 한일 월드컵이 시작되기 직전인 5월 어느 날에 대전으로 생활 터전을 옮겼으니 벌써 햇수로 11년이 되었다. 타향도 정들면 고향이라고 일 년에 몇 번 찾는 고향이 때로는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낯선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음식만한 게 있을까. 대전에 내려와 1년 가까이를 맛집 탐방에 열심이었던 이유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 당시 가장 자주 찾았던 식당이 바로, 으느정이 거리가 끝나고 삼겹살 골목이 시작되는 지점 모퉁이에 자리잡은 춘천 닭갈비였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라 대전이라는 낯선 이름과 친해지기에는 딱 알맞은 장소였던 것 같다. 지금도 그 자리에 있는지 익숙함은 때로는 게으름으로 표현되기도 하나보다. 타향의..
대통령 후보들에게 드리는 제안, 대한민국을 책 읽는 나라로 “대한민국을 책 읽는 나라로” 책 읽기 좋은 계절, 가을이다. 너무 덥지도 않고 너무 춥지도 않은 그래서 책 읽기 좋은 계절이라는 가을은 또 떠나고 싶은 계절이기도 하다. 배낭 하나 달랑 매고 정처없이 걷고 싶은 계절이 바로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의 진짜 얼굴이다.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하고 노래하는 시인은 있지만 '가을에는 책을 읽게 하소서' 라고 노래 부르는 시인은 없다. '독서의 계절' 가을이 책을 가장 읽지 않는 계절이라는 모순은 이해 차원을 넘어 자연과 인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소통인지도 모른다. 어느 신문을 보니 출퇴근 시간에 가장 호감가는 여자는 '자리를 양보하는 여자'란다. 그렇다면 남자는 어떤 모습이 이성으로 하여금 호감을 불러일으킬까. '책 읽는 남자' 라고 한다. 이 말을 뒤..
재미있는 책읽기, 만화책과 깡통의 같고도 다른 것 어린 시절 추억의 책장을 넘기다보면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만화다. 예나 지금이나 극성스런 교육열 탓에 부모들의 아이들에 대한 금지사항 중 하나가 만화였지만 어찌됐건 만화와 얽힌 어린 시절은 가장 행복한 시간 중 하나였을 것이다. '미래소년 코난', '마징가 Z', '은하철도 999', '천년여왕', '로보트 태권V'…. 필자 또래의 세대들에겐 아직도 주제곡을 흥얼거릴만큼 어린 시절 추억의 한 켠을 채우고 있는 만화들이다. 애니메이션 만화 말고도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는 만화방은 킬링 타임으로 이만한 게 없었을 것이다. 불량 청소년들이나 출입한다던 어른들의 믿음과 달리 실제로 누구든 만화방에서 하루종일 죽치고 앉아 만화 삼매경에 빠져보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추억은 아마도 없지싶다. 게다가 이발관..
아무리 바빠도 책 읽을 시간은 냅니다 "아무리 바빠도 책 읽을 시간은 냅니다." 필자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공무원 중 가장 격무에 시달린다는 소방관들의 얘기다. 24시간 비상대기에 온 신경이 곤두서 있을 이들이 짬짬이 주어진 시간에 독서삼매경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이 존경스럽기도 하고 이들에 비하면 한가한 시간이 수없이 주어지는 필자가 부끄럽기만 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행하는 위클리공감 175호는 '독서의 해' 기획특집으로 '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제목으로 독서 관련 특집기사를 실었다. 그 중에서도 '책 읽는 119대원들' 기사는 책을 읽지 않는다는 독서의 계절 가을이 멋적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별로 새로울 것도 없고 이미 발표된 통계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독서의 계절' 가을이 그 이름값이라도 했으면 하는 생각으로 소개해 보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