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죽음

(23)
아버지의 흔적에 하염없이 눈물만 주룩주룩 한남철의 /1991년 유방암 수술, 당뇨, 골다골증, 고혈압…. 아버지가 떠난 후 종합병동인양 갖가지 질병을 포도알처럼 주렁주렁 달고 사는 어머니가 가장 걱정스러웠다. 게다가 미운 정도 정이라고 평생 무능력한 알콜 중독 남편을 떠나보내고 그 외로움은 어떻게 견디며 살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다행히 고단한 세월의 무게로 단련되었던지 그래도 몇 달 동안은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나도 그동안의 불효의 시간들을 만회라도 할까싶어 그 싫어하던 전화도 자주 하고 틈나는대로 집에 내려가는 걸 보면 아버지가 나에게 훈계라도 하려고 그렇게 일찍 돌아가셨나 싶기도 하다. 얼마 전 집에 내려가서 우연찮게 아버지의 흔적들을 발견하고는 울컥하고 말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부자지간에 그리 살갑게 살아오지 못한..
그가 죽음을 선택한 이유 오상원의 /1955년 앙리 뒤낭(Jean-Hemri Dunant, 1828~1910)은 1858년 이탈리아 통일전쟁 당시 제분회사의 수리권을 얻기 위해 나폴레옹3세를 만나러 가던 중 솔페리노 전투에서 수천명의 부상병이 신음하는 참혹한 현장을 보게된다. 이 때 경험을 바탕으로 앙리 뒤낭은 국적에 구애됨없는 전쟁 부상자 구호를 위한 중립적 국제민간기구의 창설을 역설하게 되는데 이 기구가 바로 국제적십자사다. 그러나 전쟁의 특성상 국적을 떠나 전시에 부상당한 군인과 민간인에 대한 보호는 말뿐인 구호에 그치게 된다. 1949년 제네바 회의에서 체결된 '제네바 협약'은 전쟁 중 부상당한 군인이나 민간인뿐만 아니라 전쟁 포로에 대한 인권을 명시한 국제협약이다. '제네바 협약'에는 전지(戰地)에 있는 군대의 부상자 ..
친구야, 사는 게 그렇게 힘들었니? 이봉구의 /1958년 블로그를 멀리 한지 벌써 넉달이 다 되어간다. '일일 일포스팅'이라는 나름의 원칙을 지켜오다 5월 중순 정확히 말하면 5월19일 이후로 포스팅도 건너뛰는 날이 많아졌고 내 블로그를 찾아준 이웃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해 포스팅을 해보지만 안그래도 허접한 글에 먹물만 더 번지게 할 뿐이었다. 5월19일. 도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길래.... 토요일 아침 여느 때처럼 밝게 인사하고 헤어졌던 직장동료, 이 친구가 일요일부터 연락을 끊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결근이나 지각에 대해서는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철두철미한 친구였던 터라 며칠 동안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전신을 파고들었다. 마침내 수요일 저녁 이 친구를 찾았다는 소식으로 찰나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어제(화요일) 한 ..
새까맣게 탄 예수만 있을 뿐 기적은 없었다 송상옥(1938~2010)의 /「현대문학」128호(1965.8) 작가 송상옥이 궁금했다. 라는 파격적인 제목만큼이나 분열된 현대인의 심리묘사가 충격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송상옥', '흑색 그리스도'를 몇번이고 조합해서 검색창에 입력해 봤지만 언론인 출신에 재미작가라는 이력 외엔 눈에 띌만한 작가 소개글을 찾기가 어려웠다. 작가 송상옥은 195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로 입선한 후 이 사상계의 추천을 받으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1969년 현대문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송상옥은 , , 등 단편소설과 , , 등의 장편소설을 집필했는데 그 중에서도 는 작가 송상옥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는 종교색 짙은 제목과 달리 주제는 자신을 잃고 방황하는 현대인의 심리를 묘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산업..
육체에 대한 배타적 권리로써의 사랑을 거부하다 이상의 /1936년 본웅은 친구이자 청년시인인 이상을 위해 사랑을 포기할만큼 헌신적이다. 본웅은 만성결핵을 앓고 있는 이상을 위해 요양처를 마련해 준다. 그러나 이상은 그곳에서 금홍이라는 기생에 빠져 난잡한 생활을 한다. 어느날 이상은 시 '오감도'를 두고 문학적 위기를 맞으며 금홍과 다투고 헤어지게 된다. 본웅은 금홍과의 이별 이후 점점 황폐해지는 친구 이상을 위해 금홍을 찾아가지만 거절당하고 만다. 결국 이상은 죽었고 본웅은 죽을 때까지 금홍을 잊지 못했던 이상의 유품을 들고 다시 금홍을 찾는다. 1995년 개봉된 영화 는 이상의 소설 를 영화적으로 각색했지만 소설 속 인물들이 그대로 등장한다. 주인공 이상과 금홍 그리고 본웅(소설에서는 K군). 또 이들은 실존인물이기도 하다. 이상의 소설을 특징짓는..
시한부 여자의 애인이 되어주고픈 남자 [20세기 한국소설] 중 이태준의 『까마귀』/「조광」3호(1936.1)/창비사 펴냄 호상(好喪)이란 말이 있다. 복을 누리고 오래 산 사람의 죽음을 일컫는 말이다. 요즘에는 고통없이 생을 마감하는 죽음에도 호상이라는 말을 사용하곤 한다. 오래 살면서 고통없이 죽는다는 것은 인간이 지상에서 열망하는 마지막 바램인지도 모른다. 또 인간은 사후세계에 대한 아름다운 꿈을 꾸기도 한다. 간혹 사후세계를 경험했다는 이들의 말을 빌리자면 죽음 뒤에 오는 세상은 꽃과 빛으로 가득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죽음도 아름다워야 할 것이다. 정말 그럴까? 세상에 아름다운 죽음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이태준의 『까마귀』는 죽음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아름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에서 찾고자 한다. 그래서인지 ..
소크라테스가 닭 한마리 빚진 까닭은? "오, 크리톤,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내가 닭 한 마리를 빚졌네. 기억해 두었다가 갚아주게." 플라톤의 [파이돈]에 의하면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기 전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스클레피오스는 '의술의 신'으로 통한다. 그의 능력이 얼마나 신통했던지 죽는 사람까지 살려냈다고 한다. 누군가 죽어야 존재의 의미가 있는 '저승의 신' 하데스의 노여움을 산 아스클레피오스는 제우스의 벼락을 맞고 죽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병이 나으면 감사의 뜻으로 아스클레피오스신에게 닭을 바치는 관습이 있었다고 한다. 대단한 역설이 아닌가! 죽음을 코앞에 두고 의술의 신에게 감사를 표하다니....또 이 얼마나 당당한 포스인가! 예수, 석가, 공자와 함께 4대 성인으로까지 추앙받는 소크라테스다운 의연함이 돋보이는 극적..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