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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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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자본주의의 축소판, 강남을 말하다 황석영의 /2010년 1995년 6월29일. 전역을 3개월 앞두고 2년여 군생활을 마감하는 마지막 훈련을 마치고 복귀하는 날이었다. 며칠을 몸에서 삭힌 악취는 내무반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그 정체를 드러냈다. 사회와 격리되고 또 며칠은 더한 오지로 한번 더 격리되어 생활했으니 TV 속 세상이 궁금한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비로소 전우의 악취가 내 코를 자극하기 시작할 즘 TV 속 화면에 누구랄 것도 없이 동작그만을 하고 말았다. 분홍색깔 기둥이 텔레비전 양 기둥을 받치고 그 사이로는 무너진듯 한 건물 잔해들 위에서 여태 흙먼지가 날리고 있었다. 꿈이 아니었지만 분명 꿈을 꾼듯 했다. 꿈을 꾼듯 했지만 분명 현실이었다. 백화점이 무너졌단다. 대학 때문에 서울 생활 갓 1년 하고 군대에 온 지방촌놈에게 ..
장례식장에 울려퍼진 메이데이의 노래 [20세기 한국소설] 중 이북명의 『질소비료공장』/「분가꾸효오론」(1935.5)/창비사 펴냄 이북명의 소설 『질소비료공장』은 그가 흥남비료공장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로 1932년 조선일보에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했다. 조선일보에 연재되던 『질소비료공장』은 연재 도중 일제의 검열로 중단되기도 했으나 한국 프로 문학의 대표 작품으로 인정받아 일본이나 중국에 번역 소개되기도 했던 소설이다. 창비사에서 발굴 소개한 『질소비료공장』의 출처가 일본의「분가꾸효오론,文學評論」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해방 후 이북명은 조선플롤레타리아문학동맹에 가담했고 이 후 북한에서도 문화계 요직을 두루 거친 북한 문단의 대표적인 작가로도 유명하다. 여기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일제의 사상탄압으로 중단되었던 연..
'레디메이드 인생'으로 본 청년실업의 진실 레디메이드 인생/채만식/1934년 청년실업이 날로 심각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도 언론도 취업시즌에만 반짝 관심을 가질 뿐 강 건너 불구경이다. 2009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청년 인구 중 비경제활동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56%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청년 고용률은 외환위기 당시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하는데도 진지한 공론의 장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비경제활동인구의 증가는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도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의 눈높이를 낮추라느니, 중소기업에는 아직도 인력이 모자란다느니 하는 청년실업대책과 이를 받아쓰기에 급급한 언론의 태도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저렇게 취직만 하려고 애를 쓸게 아니야. 도회지에서 월급 생활을 하려고 할 것만이..
'민촌' 쥐는 쥐인 척 해야 제격이다 [20세기 한국소설] 중 이기영의 『민촌』/「조선지광」50호(1925.12)/창비사 펴냄 "쥐는 쥐인 척하는 것이 오히려 제격에 들어맞는 법이다. 작자는 여실하게 부르조와 연애소설이나 쓰던지 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비위에 맞는 강담소설이나 쓸 것이지 아예 이와 같은 무모한 경거망동의 만용은 부릴 것이 아니다. 아무리 관념론자이기로 이만한 이해관계는 구별할 만한 두뇌가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라는 사람이 있다면 가슴을 쓸어내려도 될 듯 싶다. 그대가 아니니 안심해도 좋다는 말이다. 쥐이면서 쥐가 아닌 양 행세한다는 이는 다름아닌 춘원 이광수이기 때문이다. 조국해방을 황국신민이 못된 아쉬움으로 토로했던 뼛 속까지 친일파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근대문학의 개척자로 추..
지형근, 그는 왜 노동자이기를 거부했을까? [20세기 한국소설] 중 나도향의 『지형근』/「조선문단」14~16호(1926. 3~5)/창비사 펴냄 "교직원 한 명 나와보질 않아요. 그래도 매일같이 자신의 사무실을 쓸고 닦아주시던 분들인데 그렇게 하대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더욱이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말이죠." 배우 김여진의 말이다. 그는 요즘 용업업체와의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평생 일터에서쫓겨날 위기에 처한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을 위한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홍익대뿐만이 아니다. 최근 한양대, 한국교원대 등 지성을 대표한다는 대학에서 해고의 칼바람이 북풍한설보다 더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겉으로는 용업업체와의 계약만료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대학들의 의도는 여지없이 드러나고 만다. 바로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결성이다. 대학 ..
소설 '감자'를 통해 무상급식의 당위성을 보다 김동인의 /1925년 어제(12월8일)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놓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과 '국군부대의 아랍에미리트 파병 동의안' 등 그동안 여야 대립이 심했던 법안들도 예산안 처리와 동시에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해 한나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벌써 3번째 예산안 '날치기'다.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외쳐대는 '소통'은 어디론지 사라지고 '먹통'만 남은 꼴이 되었다. 한편 언론의 관심이 온통 '난장판 국회'로 쏠려있는 동안 내년도 예산안에 방학 중 결식아동 지원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얼마 전에는 서울시 의회가 무상급식 조례안을 통과시키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에 항의하며 잠적해 버리는 일도 있었다. 두 사건..
슬픈 모순, 백화가 죽었다 양건식의 /1918년 올해는 전태일 열사 40주기가 되는 해이다. 평화시장 봉재공장 재봉사였던 그는 1970년 11월13일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 자결했다. 전태일 열사의 분신은 대한민국 노동운동사의 한 획을 그었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사회적 자각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로부터 40년, 대한민국 노동자의 권리와 삶은 얼마나 개선되었을까? 글쎄... 대한민국 천만 노동자는 경제의 최일선을 담당하고 있다는 권력과 자본의 추임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최저임금 사각지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가 수백만이고 살을 애이는 북풍한설에도 차가운 아스팔트로 내몰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재벌가 어떤 이는 백주대낮에 생존권을 요구하는 노동자에게 '매값 야구 방망이'를 휘둘렀단다. 사회주..
장하준, 시장만능 자본주의의 실체를 고발하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 반환점을 돌았다. '실용'으로 포장된 철저한 시장주의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를 시작하면서 느닷없이 '공정한 사회'를 화두로 꺼내들었다. 그동안 경제는 물론 사회, 문화, 교육 분야 등에서 보여주었던 시장논리에 대한 부작용과 그에 따른 따가운 여론을 의식한 다분히 정치적인 선택이 '공정한 사회'다. 공정한 사회는 기회의 균등으로부터 시작한다. 기회의 균등의 이념적 동의어는 평등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평등'이란 말만 나오면 콤플렉스적 반응을 보여왔다. '평등'을 들고나온 집단은 막무가내로 좌파로 낙인찍곤 한다.(좌파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기회의 균등이란 결과의 균등이어야 함에도 어느 것 하나 정책으로 즐거이 받아들인 적이 없다.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