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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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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의 시대를 살아가는 법 한계비용 제로 사회/제러미 러프킨 지음/안진환 옮김/민음사 펴냄 ‘협력적 공유사회(Collaborative Commons)’라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이 세계무대에 등장하고 있다. 이것은 19세기 초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출현 이후 처음으로 세상에 뿌리내리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다. 협력적 공유사회는 이미 우리가 경제생활을 조직하는 방식에 변혁을 가하고 있다. 이로써 21세기 전반부에 걸쳐 신규 사업과 수백만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득 격차를 줄여 글로벌 경제의 민주화를 촉진하는 한편 환경 지향적인 사회를 정립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대규모 경제적 변혁을 촉발시키고 있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의 비범한 성공이다. 영리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생산 ..
19세기 프랑스에도 된장녀가 있었다 목걸이/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 1850~1893, 프랑스)/1885년 작년에 꽤 재미있게 읽었던 기사 하나가 생각난다.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전국 남녀 대학생 1,48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였는데 제목이 ‘캠퍼스 된장남 된장녀의 소비와 저축’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체 응답자 중 10%가 캠퍼스 내에서 ‘된장남’, ‘된장녀’로 불린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된장남’, ‘된장녀’ 대학생들의 소비와 저축은 어떤 특징이 있었을까? 알바천국에 따르면 ‘된장남녀’ 대학생들의 평균 용돈은 43만 3천원으로 일반 대학생들의 26만 3천원에 비해 17만원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된장남녀’ 대학생들의 지출 항목 중 일반 대학생들의 그것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
반레와 김지하, 두 시인의 같은 듯 다른 삶의 이유 존재의 형식/방현석/2002년 “문재인 지지하는 48%는 국가전복세력이고 공산화시키려는 세력이다.” 어느 극우주의자의 발언 같지만 안타깝게도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유신독재투쟁의 상징적 존재였던 김지하 시인이 모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한 말이다. 그를 두고 누구는 화합을 위한 변신이라고도 하고 누구는 역사를 부정한 변절이라고도 한다. 변절을 밥 먹듯 하는 정치의 계절에 변신과 변절의 차이가 백지장보다 얇다고 하지만 민주주의를 향한 타는 목마름을 호소했던 김지하 시인의 그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신이든 변절이든 당사자에게는 그만의 변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변화된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눈높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을 ..
왜 징후를 예감하는 사람은 외로울까 팽(부풀어오르다)/천정완/2011년 런던 올림픽이 끝난지 2주가 되어가지만 그 날의 감동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한 켠을 메우고 있다. 이번 올림픽은 오심이 유독 많았고 그 대상이 우리 선수들인 경우가 많았던지라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고 메달을 목에 거는 장면들은 두배 세배의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체조 도마 부분에서 자신의 이름이기도 한 '양학선'이라는 독보적인 기술로 세계를 제패한 양학선 선수의 활약은 올림픽이 주는 감동의 절정이었다. 게다가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까지의 일대기를 그린 다큐 형식의 방송 프로그램들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런 감동의 실체를 애국심으로 단순화하기에는 선수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경험과 감정들이 뒤섞여 있다. 예술도, 문학도, 소설도 마찬가지일..
아Q의 정신승리법은 21세기 중국에도 있다 루쉰(1881년~1936년)의 /1921년 이 남자가 사는 법은 독특했다. 건달들에게 변발을 잡히고 실컷 두들겨 맞은 후에도 “나는 자식에게 맞은 셈 치자, 요즘 세상은 정말 개판이야……”라고 생각하고는 스스로 만족해 하며 의기양양했다. 그는 오른손을 들어 자기 뺨을 힘껏 때리고는 때린 것이 자기라면 맞은 것은 또 하나의 자기라고 생각했다. 잠시 후에는 자기가 남을 때린 것으로 간주했다. 맞는 ‘나’와 때린 ‘나’를 분리하니 분노와 굴욕감을 느낄 필요도 없었다. 오히려 자기가 누군가에게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으니 그에게는 패배란 있을 수 없었다. 소위 ‘정신승리법’이라 불리는 이 남자의 사는 법은 금세 사람들에게 노출됐고 이 남자에게 폭력을 휘두를 때마다 이를 교묘하게 이용했다. 분노도 ..
삼각의 집, 꿩과 함께 날아가버린 꿈 하근찬(1931년~2007년)의 /1966년 1966년 가을바람이 스산하게 불어대는 어느 날 오후, 미아리 산비탈은 온통 아수라장이었다. 집은 부숴져 내리고 허옇게 사람들이 들끓으며 여기저기 아우성으로 가득 찼다. 무너져 내린 집은 벌써 납작해져 버려 예전의 형체는 보이지도 않았다. 이 참혹한 광경에 누구든 횡경막이 수축되어 공기는 성대를 뚫지 못할 것이다. 멀리서 처량하게 트럼펫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빠—ㅇ 빠빵 빠—ㅇ 빠빵 빠응빠응 빵빠빠—ㅇ. 빠—ㅇ 빠빠응 빠응빠응빠응 빠—ㅇ 빠빵빵. …… 2009년 1월20일 북극바람이 공기마저 얼어붙게 만든 새벽,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 옥상에는 강제철거를 반대하며 생존권을 외치는 이들이 겨울바람을 막아서고 있었다. 이들을 생존권의 마지막 보루..
김명학씨가 현관에 발돋움길을 만든 이유 김광식(1921~2002년)의 /1956년 김명학씨는 길가에서 현관으로 들어오는 뜰길에 발자국을 내고 그 발자국 하나하나를 파낸 다음 벽돌 두 장씩을 홈에 넣어 발돋움길을 만들고 있다. 뿐만 아니다. 부엌에서 식칼을 들고 나와서는 현관문 손잡이 근방을 미친듯이 파내고는 눈을 감고 손잡이 부근을 쓸어보고 있다. 돌았냐는 아내의 핀잔에 김명학씨는 가엾은 대답만 할 뿐이다. "돌아? 누가…… 돌지 않기 위해서 이렇게 해놓는 거야" 그리고는 길가로 나가 현관 발돋움길을 눈을 감고 걸어가 문의 손잡이 부근을 쓸어보고는 문을 열어보는 동작을 몇 번이고 반복한다. 남편의 이런 행동을 지켜보는 아내의 눈에서는 서러운 눈물이 흐른다. 김명학씨의 기이한 행동으로 결말을 맺는 김광식의 소설 은 찰리 채플린의 영화 (1936..
문학은 자본의 상업적 가치로 평가될 수 없다 구효서의 /1993년 풋풋한 첫사랑을 떠올릴 때면 추억하는 단어가 있다. '문학소녀', '문학소년'. 모든 첫사랑이 해당되는 건 아니다. 사랑을 하면 시인이 되는 그런 나이가 있었다. 감정의 변화가 질풍노도처럼 휘몰아치던 시절 방황의 한 켠을 매우고 있는 것은 늘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부족한 사랑의 감정이었다. 문학을 진짜 마음을 담아 접했던 처음이자 마지막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사춘기 시절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을 시인의 마을. 당시 작가란 직업은 물욕의 정점, 종교와도 같은 순수한 영혼의 상징이었을지도 모른다. 세월이 흘러 첫사랑이 떠나가고 그 거리만큼 문학이 소원해질 때도 상상 속 작가의 이미지는 그때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실제로 작가의 삶은 우리네 상상 속 그것일까? 구효서의 소설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