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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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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왜 탈출을 꿈꾸는가 산/이효석(1907~1942)/1936년 196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시작된 산업화는 섬유나 의류봉제공업 등 경공업을 중심으로 본격화되었다. 경공업이 발전하기 위한 핵심은 충분한 인력 공급이었다. 1980년대 중반까지 농촌은 산업화 시대 도시에 생긴 국가공단의 주요 인력 공급처였다. 너나 할 것 없이 도시로 떠났다. 도시 변두리가 농촌에서 올라온 젊은이들로 넘쳐나는만큼 농촌은 노인들과 빈집들만이 늘어났다. 산업화라는 명목으로 농촌은 국가정책으로부터도 철저하게 무시되었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렸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은 더 이상 농촌 마을에 내걸린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깃발이 아니었다. 농촌경제는 그야말로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었고 전통은 구시대 악습 취급을 받았다. 더..
짜장보다 더 맛있는 우리말, 짜장 한때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KBS 개그콘서트의 ‘현대레알사전’이란 코너의 한 토막이다. “남자에게 나이트클럽이란?” “여자 꼬시러 갔다가 아무 소득 없이 돈만 쓰고 오는 곳" “여자에게 나이트클럽이란?” "양주, 맥주 공짜로 얻어먹고 싶을 때 가는 곳"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같은 단어를 두고 남녀의 해석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 나이트클럽에 대한 중년 남녀의 서로 다른 해석까지 나오면 관객들은 그만 배꼽을 잡으며 자지러지고 만다. ‘자기들끼리 갔다가 신나게 놀고 물 흐리고 오는 곳’이 중년 남자에게 나이트클럽이라면, 중년 여자에게는 ‘자기들끼리 신나게 갔다가 자기들끼리만 놀고 오는 곳’이란다. 사진> 다음 검색 이 코너를 재미있게 보면서도 정작 코너 제목에 대해서는 무슨 뜻인지..
엉뚱한 상상, 소설 '돈'과 무분별한 언론 보도 돈(豚)/이효석/1933년 눈만 뜨면 연예인들의 잡다한 일상이 새까맣던 TV를 화려한 색으로 가득 채운다. 어디 TV 뿐이겠는가! 우리네 일상 속 대화에서도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우리네 삶을 속박하는 제도나 시스템에 대한 딱딱한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고 상대의 관심을 끄는데 이만한 얘깃거리도 없다. 가수 누구와 탤런트 누구가 사귄다느니, 가수 누구는 16살 연하의 또 다른 가수와 사귄다느니, 심지어 탤런트 누구는 띠를 두 번이나 도는 연하의 누구와 사귄다느니, 모 스포츠 스타와 모 연예 스타의 몰래 데이트 장면이 우연히 찍혔다느니, 며칠 전까지만 해도 모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마치 잉꼬부부의 표상인 양 수다를 떨던 연예인 부부가 이혼했다느니, 심지어 자살한 유명 스타의 장례식은 실시간으로 생중계 되기도..
금지된 사랑과 실천하지 못했던 지식인의 고민 이효석(1907~1942)의 /「춘추」4호(1941.5) 혹자는 이효석의 작품 중 세 편을 골라 ‘영서 삼부작’이라는 이름으로 묶기도 한다. 이효석의 고향인 강원도 평창을 비롯해 영서지방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일컫는 말일 게다. ‘영서 삼부작’은 (1936), (1937), (1941)으로 이 소설들에는 공통적인 주제가 있다. 고향과 핏줄과 근대화를 수용하지 못한 전통적인 생활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일제의 사상탄압과 위선적 문화정책이 시작되던 시기라는 점과 동시에 이효석의 말년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효석은 말년에 왜 그토록 향토적 묘사에 집착하였을까? 사실 이효석은 대학 졸업 후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조선총독부 검열계에 취직할 만큼 현실인식이 투철하지는 못했다. 한..
봉평 메밀밭과 하얼빈 카타이스카야 이효석의 /「문장」19호(1940.10) 영화 보기를 좋아했고, 도시의 정서를 사랑하고, 깨끗한 린넨 식탁보가 깔린 테이블에서 예쁜 잔에 커피를 마시고, 버터를 좋아했던 사람 바로 작가 이효석을 두고 한 말이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이 깊이 각인된 까닭에 서구적 취향을 즐겼다는 이효석을 선뜻 상상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소설이 작가 상상력의 발로라지만 작가 자신의 삶이나 정신과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작품을 대하면서 그 감동을 봄눈 녹듯 기억 속에서 지워야만 하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서로 다른 이질적인 풍경의 묘사가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효석의 소설 이 그렇다. '합이빈(哈爾賓)'은 중국의 도시 하얼빈을 한자식으로 이르는 말이다. 우리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왼손잡이의 동행 [20세기 한국소설] 중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조광」12호(1936.10)/창비사 펴냄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릭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혀 하앴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은 한 편의 짧지 않은 시를 읽는 듯 서정적이다. 소설을 시문학으로 한단계 올려놓았다는 평을 받는 이유다. 유진오 등과 동반작가로도 불리는 이효석은 구인회에서 활동하기도 했으며 그의 소설과 달리 실제 생활은 커피를 마시고 버터를 좋아하는 등 도시적 면모가 강했다고 한다. 『메밀꽃 필 무렵』만 본다면 작가 이효석의 작가로서의 천재성을 확인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