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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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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한 남자만을 기다려온 여인에의 헌사 협죽도 그늘 아래/성석제/1998년 협죽도. 얼핏 들으면 무협소설에 나오는 명검 중의 하나인가 싶을 것이다. 잘 어울릴 것 같지는 않지만 협죽도는 협죽도과의 상록관목이란다. 시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최근 협죽도 관련 뉴스를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협죽도는 아무데서나 잘 자라고 공해에 강하기 때문에 몇몇 지자체에서 가로수로 조경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협죽도 특성상 가로수로는 제격일지 모르지만 독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협죽도는 아주 미량만 사용해도 치사율이 높아 과거 독화살이나 사약으로 이용했다. 이런 사실을 모른 채 관상용으로 심어온 지자체들이 협죽도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가로수로 조경된 협죽도 관련 피해사례가 보고된 적은 없지만 안전을 위해 점차 제거해 나가야 한다고 시민들은 요구하고 있다. ..
못난 남자 손광목이 이해되는 이유 안개 너머 청진항 2/유시춘/1992년 지난 달 26일은 천안함이 침몰된 지 4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전국 곳곳에서 추모제가 열려 희생된 장병들의 넋을 기렸지만 추모하고 싶어도 추모식에 참석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추모식 참석을 거부당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통합진보당이 그랬다. 통합진보당은 천안함 침몰 이후 처음으로 '천안함 용사 추모식'에 참석하려 했지만 유족들의 반발로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비단 통합진보당 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추모식에 참석했던 다른 야당 의원들도 유족과 여당, 보수 언론의 곱지않은 시선을 견뎌야 했고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명확한(?)은 해명을 강요당했다. 왜 안타까운 죽음을 두고 누구는 추모를 거부해야 하고 또 누구는 추모를 거부당..
노부부가 수몰지구 오두막집에 사는 이유 당제/송기숙/1983년 정부는 지난 8일 대한적십자사 총재 명의로 북측 조선적십자중앙위원회에 통지문을 보내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재개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실무접촉을 17일 개성이나 문산에서 개최할 것을 제안했지만 북측은 5.24조치(2010년 3월26일 발생한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발표한 대북경제제재로 남북교역 중단, 방북 중단, 북한선박 운행 금지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조건으로 내세우며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체적 부실정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5년간의 역사를 뒤로 한 채 마지막으로 치닫고 있다. 단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었던 이명박 정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독선과 오만, 불통이라는 부정적 단어들을 빼면 딱히 설명..
만나야하는 사람들의 조각난 퍼즐 맞추기 이균영의 /1983년 술먹고 난 다음날 찾아온 두통과 갈증은 순간 술과의 종언을 고할만큼 고통스러운 경험이다. 헛개나무의 아세트알데히드 분해효소나 콩나물의 아스파라긴산도 광고효과로 인한 심리적 안정감을 줄 뿐 숙취의 고통을 완전히 털어낼 수는 없다. 인간은 간사하다. 그놈의 망각 때문이다. 망각은 고통의 기억을 순간의 희열에 무릎꿇게 한다. 알코올이 사라진 간(肝)은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다시 술을 흡수할 공간을 만들어낸다. 언젠가 썩어문드러질 간을 걱정하는 것은 속좁은 남자의 핑계가 되기 일쑤다. 그러나 끊어진 필름만큼 고통스런 숙취는 없을 것이다.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 기억, 쾌락과 고통 사이에 존재하는 그것은 자기상실이다. 아무리 꿰맞추려 해도 조각난 파편들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지 못한..
세 친구의 기막힌 이별과 어색한 재회 문순태의 /1985년 문순태의 은 최인훈의 을 떠올리게 한다. 해방 후 만주에서 귀국한명준은 월북한 아버지로 인해 경찰서로 끌려가 고문을 받게 된다. 이로 인해 현실에 눈을 뜨게 된 명준에게 남한의 현실은 타락했고 인간적 확증을 확신하며 살 수 없는 땅에 불과했다. 결국 인천에서 배를 얻어 타고 월북을 감행한 명준은 북한에서 아버지의 도움으로 노동신문 기자가 된다. 그러나 북한 사회 또한 그에게는 기계적 관료 사회에 불과할 뿐 인간이 인간됨을 느끼며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결국 그는 한국전쟁 중에 포로가 되고 남한도 북한도 아닌 중립국을 선택하게 된다. 최인훈의 은 명준이 인도로 가는 배 위에서 딸의 환영을 보고 바다에 자살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문순태의 에서 의 명준과 같은 선택을 한 인물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