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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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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5주기, 이런 바보 또 없습니다 이런 바보 또 없습니다. 아! 노무현/유시민·진중권·홍세화 외 지음/책보세 펴냄/2009년 살아 있는 권력의 가학성 앞에 죽은 권력이 죽음으로 응답했다. 성찰할 줄 모르는 권력이 성찰과 비판을 죽이는 시대를 반영하는가. 온건한 나라, 정상적인 사회라면 있을 수 없는 참담한 일이다. 실상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말뿐이었다. '잃어버린 10년'을 내세우며 앞선 정권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새 정권과, 새 정권의 충견 노릇을 마다하지 않는 검찰에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애초 기대할 수 없었다. 검찰은 가학성에서 하이에나 같은 족벌언론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인가, 그들은 직접 추궁하는 대신 언론에 연일 수사기록을 흘리는 행위를 예우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모든 권력이 위험하지만, 견제되지 않는 권력은..
국가정책에 무너지는 선량한 개인들의 일상 암소/이문구/1970년 한국 유기농업의 발상지인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의 유기농지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3년 만에 해결됐다고 한다. 국토해양부와 농민 측이 유기농 하우스단지가 있던 두물머리를 생태학습장으로 조성하자는 종교계의 중재안을 받아들였다는데 못내 씁쓸한 여운이 가시지 않는 것은 일방통행식 국가정책의 폭력성과 그로 인해 파괴되어가는 선량한 개인들의 일상이 여론의 관심 저 편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 때문일 것이다. 다수의 행복이 민주주의가 존재하는 원칙이라지만 그 지고지순한 원칙보다는 다수의 행복을 가장한 위장 민주주의가 횡횡하는 현실에서 그것 때문에 소외받는 소수는 민주주의가 만들어낸 희생양인지 아니면 민주주의를 위한 거룩한 제물인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실제 두물머리 유기농지 이전을 둘러싼 갈등은 복..
집의 의미를 생각하다 이성미의 시 '집의 형식' 코끼리의 발이 간다. 예보를 넘어가는 폭설처럼, 전쟁의 여신처럼, 코끼리의 발은 언제나 가고 있다. 코끼리의 발이 집을 지나가며 불평한다. 더 무자비해지고 싶어. 비켜줄래? 거미의 입이 주술을 왼다. 거미는 먼저 꿈을 꾸고 입을 움직인다. 너의 집에서 살고 싶어. 너의 왕처럼, 너의 벽지처럼. 푹퐁이 모래언덕을 따끈따끈하게 옮겨놓을 때, 나의 집이 나를 두고 무화과 낯선 동산으로 날아가려 할 때. 나는 모래의 집을 지킨다. 매일 거미줄을 걷어내고 코끼리가 부서뜨린 계단을 고친다. 가끔 차표를 사고 아침에 버리지만. 상냥한 노래는 부르지 않을래. 폭풍에게 정면을 내주지 않을래. 코끼리를 막을 힘이 나에겐 없지. 코끼리의 발이 코끼리의 것이 아닌 것처럼. 거미는 나를 쫓아낼 수 없..
삼각의 집, 꿩과 함께 날아가버린 꿈 하근찬(1931년~2007년)의 /1966년 1966년 가을바람이 스산하게 불어대는 어느 날 오후, 미아리 산비탈은 온통 아수라장이었다. 집은 부숴져 내리고 허옇게 사람들이 들끓으며 여기저기 아우성으로 가득 찼다. 무너져 내린 집은 벌써 납작해져 버려 예전의 형체는 보이지도 않았다. 이 참혹한 광경에 누구든 횡경막이 수축되어 공기는 성대를 뚫지 못할 것이다. 멀리서 처량하게 트럼펫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빠—ㅇ 빠빵 빠—ㅇ 빠빵 빠응빠응 빵빠빠—ㅇ. 빠—ㅇ 빠빠응 빠응빠응빠응 빠—ㅇ 빠빵빵. …… 2009년 1월20일 북극바람이 공기마저 얼어붙게 만든 새벽,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 옥상에는 강제철거를 반대하며 생존권을 외치는 이들이 겨울바람을 막아서고 있었다. 이들을 생존권의 마지막 보루..
역사의 뒤안길에는 대한민국 원주민이 있다 최규석의 /2008/창비사 지난 1월20일은 용산참사가 일어난지 2년이 되는 날이었다. 2년 전 차디찬 겨울의 한 복판에서 그들은 살을 에는 물대포 세례를 받아야 했고 급기야 추위를 녹위는 거대한 화염 속에 피끓는 절규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고 새까만 주검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우리는 분노했다. 심지어 국가가 망자들의 손목에까지 쇠고랑을 채웠을 때 국가는 한낱 거추장스러운 사치품에 불과했다. 여전히. 그들의 타들어가는 절규가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할 만큼 그렇게 불순한 것이었을까? 단지 내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것 뿐이었는데, 국가에 더 달라고 손벌리는 것도 아니고 그냥 우리 살던대로 그렇게 살게 해달라는 것 뿐이었는데... 인간을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지금 우리는 2년 전의 분노도 눈물도 어느..
노무현, 그가 다시 그리워집니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지은이 오연호 상세보기 포근했던 봄 햇살이 여름으로 녹아 들어가던 2009년 5월, 지구본을 몇 바퀴 돌려도 찾기 힘든 반도의 나라 대한민국에서는 오 천년 세월을 거쳐 뼛속까지 스며든 아름다운 전통이 산산이 부서져 내리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건 바로 죽은 자를 안타까이 보내려던 시민들의 자발적 추모행렬과 그의 죽음을 자신의 반이 무너져 내린 심정이라고 슬퍼하던 선배 대통령의 추모사가 공권력에 의해서 방해를 받은 사건이다. 그렇게 인간 노무현은 핏빛 오월 햇살에 기꺼이 자신의 몸을 맡기고 부엉이가 되어 우리 곁을 떠나갔다. 2009년 5월23일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적지 않은 페이지를 할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직 대통령의 충격적인 자살과 그의 죽음이 일깨운 시민 스스로의 각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