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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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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기억하지 않는 소시민들의 일상의 기록 서정인의 /1968년 E.H 카는 1961년 1월부터 3월까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강연한 내용을 묶은 책 라는 책에서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역사란 역사와 사실 사이의 지속적인 상호과정이며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끝없는 대화'라고 했다. 더불어 역사가와 그가 선택한 사실의 상호작용은 추상적이고 고립된 개인들 사이의 대화가 아니라 현재의 사회와 과거의 사회 사이의 대화로 '역사란 한 시대가 다른 세대 속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일들에 관한 기록'이라고 했다. E.H 카의 역사에 관한 명쾌한 정의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고 또한 영웅들의 놀이터란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그가 말한 주목할 만한 가치란 승자가 된 몇몇 영웅들에 의해 평가되고 왜곡되기도 하며 폄하..
증인, 나는 당신이 그날 한 일을 알고 있다 박연희의 /1956년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장기집권 꿈이 무산되는 것처럼 보였다. 1954년 11월27일 국회는 3선 제한 철폐를 골자로 한 헌법 개정안을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부결시켰다. 개헌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 203명의 2/3인 136명을 넘겨야 했지만 참석의원 202명 중 찬성표를 던진 의원이 135명에 그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틀 후 역사를 한 편의 코미디로 전락시키고 만 희대의 정치쇼가 벌어졌다. 자유당은 제적의원 203명의 2/3는 정확히 135.333…명으로 0.333…명은 존재할 수 없는 자연인이기 때문에 수학의 4사5입 법칙에 따라 반이 넘지 않으면 버리는 것으로 해서 의결 정족수는 135명이 맞다는 희한한 논리를 적용해 개헌안을 통과시켰던 것이다. 이렇게..
고부 갈등으로 되돌아본 보도연맹사건의 진실 김원일의 /1982년 어머니와 할머니의 싸움은 늘 일방적이었다. 어머니 쪽에서 먼저 발작적으로 할머니의 마땅치 못한 행동거지를 두고 험구했고 할머니는 조개가 아가리를 다물 듯 침묵으로 며느리의 그 따가운 수모를 목묵히 견뎌냈다. 어머니의 일방적인 공격이 잠잠해지면 할머니는 담배를 한 대 물고는 이렇게 어머니 듣게 혼잣말을 했다. "그래, 그래. 니 말이사 다 맞지러. 등신같은 이 늙어빠진 시에미가 잘한 기 머 있노. 자슥을 잘 낳았나. 낳은 자슥을 잘 키웠나. 아무것도 잘한 기 읎지러. 하늘 보기 부끄러버 거리귀신 돼서 객사하든가, 약 묵고 죽든가 해야지러." - 중에서- 범같은 체격의 어머니는 왜 그렇게 장작개비처럼 깡 마른 할머니를 구박했을까. 시어머니의 며느리에 대한 구박이라는 상식을 파괴한 이 집..
전쟁이 남긴 가족의 상처 그리고 치유 송기원의 /1977년 전세계에서 한국처럼 전쟁의 잔혹성과 후유증이 국민들 개개인의 사생활 깊은 곳까지 침투해 있는 곳은 드물 것이다.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열강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국토는 허리를 잘리게 되었고 단일민족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했던 가족의 이별, 그리고 전쟁. 형제끼리 총칼을 겨눠야만 했던 야만성과 고착화된 분단상황에 냉전적 이데올로기가 더해지면서 지금까지도 전쟁과 이념대립의 트라우마들이 사회 구석구석에서 화합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데탕트 분위기와는 별개로 움직이는 사회. 바로 한국사회의 현주소다. 벌써 분단 1세대들은 세월의 무게에 쓰러져가고 있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남과 북의 위정자들은 그들의 이해타산에 따라 날선 대립각만을 고집하고 있..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과 통쾌한 복수가 남긴 것 문순태의 /1981년 '인류가 전쟁을 전멸시키지 않으면 전쟁이 인류를 전멸시킬 것이다.' 존 F. 케네디의 말이다. 인간의 다양한 행위 중 전쟁만큼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 했던 것은 없을 것이다. 전쟁없는 세상, 평화가 인류의 요원한 꿈처럼 생각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끊임없이 전쟁을 하는 것일까. 당시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해 출판되자마자 금서가 되었던 조나단 스위프트의 중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독자들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는 제4장 '말들의 나라' 편에는 휴이넘(Houyhnhnm)이 반짝이는 돌 때문에 싸우는 야후(Yahoo)를 경멸하는 대목이 나온다. 야후는 다름아닌 인간이다. 그렇다. 모든 전쟁은 인간의 욕망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런데도 인간은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다양하고 그럴..
'해구' 부성애로도 막지못한 자연과 시간의 공습 백시종(1944~)의 /「현대문학」148호(1967.4) 올림푸스의 주인 제우스에게는 출생의 비밀이 있다. 제우스가 신 중의 신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출생의 비밀 때문이다. 제우스는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 하데스, 포세이돈 등 그리스 신화의 쟁쟁한 이 신들이 사실은 제우스의 누이이고 형이었다. 그러나 이들 남매의 아버지에게는 엽기적인 버릇이 있었다. 자식을 낳는 족족 집어삼켜버렸던 것이다. 다행히 제우스는 어머니 레아의 지혜로 이 운명을 피했던 것이다. 훗날 제우스는 메티스에게 구토제를 구해 아버지가 삼켰던 누이와 형들을 토해내게 한다. 이들은 신생아 적 모습 그대로였다. 가장 늦게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제우스가 신들의 제왕이 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렇다면 이런 ..
체 게바라는 왜 콩고로 갔을까? 혁명, 열정, 이상주의의 상징인 체 게바라의 본명은 에르네스토 게바라였다. 그는 입을 열 때마다 ‘체(che)'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내뱉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체 게바라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혁명을 완성한 게바라는 쿠바 중앙은행 총재, 기업 국유화와 토지개혁 단행 당시 공업부장, 쿠바를 소련의 핵무기 계획에 포함시키는 협정의 쿠바 협상대표 등을 역임했으나 1965년 4월 갑자기 쿠바를 떠났다. 수개월 후 모습을 드러낸 게바라는 콩고에서 무장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는 왜 모든 명예와 이익을 버리고 생사의 갈림길을 오가는 혁명에 다시 뛰어들었을까? 역사는 미스터리이다. 이 미스터리가 아니었다면 인류의 운명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특히 인류의 삶을 지배해 온 전쟁의 역사에서 영웅들이 ..
나는 이래서 XX단에 가입했다 [20세기 한국소설] 중 최서해의 『탈출기』/「조선문단」6호(1925.3)/창비사 펴냄 ‘조선의 막심 고리키’ 최서해를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냉전 이데올로기로 점철된 한국 근·현대사의 슬픔이자 아픔이다. 나의 저급한 문학적 소양을 일반화시키는 오류일수도 있겠지만 우리 과거가 그랬고 현실이 또 그렇다. 색안경을 끼고 볼 기회조차도 억압받았던 시대, 소위 좌파문학이라 일컫는 우리 소설들은 교과서에서도 외면받았고 가령 교육을 받았다손치더라도 몇 줄에 불과한 설명뿐이었다. 최서해의 『탈출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약하나마 출판사가 제공한 작가 최서해에 대한 간략한 소개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본명이 학송인 최서해는 1901년 함경북도 성진의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품팔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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