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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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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부는 사나이, 마르시아스 독일의 작은 도시 하멜른은 쥐가 많아 골칫거리였다. 심지어 쥐들이 사람들까지 공격하니 하멜른 시민들은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하멜른 시 당국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 때 초라한 차림의 낯선 남자가 하멜른을 방문했는데 그는 시장에게 도시의 모든 쥐들을 없애줄테니 금화 천냥을 요구했고 시장은 남자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시장은 내심 설마 하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남자의 제안은 허언이나 허풍이 아니었다. 남자가 도시 곳곳을 다니면서 피리를 불자 쥐들이 남자를 따르기 시작했고 급기야 도시의 모든 쥐들이 피리 부는 사나이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남자는 쥐들을 강가로 끌고가서 모두 물에 빠뜨려 죽였다고 한다. 피리 부는 사나이, 마르시아스 도시의 골칫거리가 해결되었지만 시장은 처음에 했던 약속을 지키..
아르테미스, 잔인할만큼 순결한...연인도 잃었다 올림포스의 12신 ②아르테미스(Artemis) 루이 14세가 말했다는 '짐은 국가다'라는 말은 18세기 프랑스 계몽주의를 대표했던 볼테르(Voltaire, 1694~1778)의 창작이었다고 한다. 사실은 루이 14세가 죽음을 앞두고 했던 말은 '짐은 이제 죽는다. 그러나 국가는 영원하리라'였다고 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프랑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전제군주였던 루이 14세(Louis ⅩⅣ, 1638~1715)는 스스로를 '태양왕'이라고 칭했다. 즉 스스로를 그리스 신화 속 아폴론에 비유했고 그에 걸맞게 베르사이유 궁전 정원도 태양 형상으로 조각하고 많은 양의 아폴론 조각상을 제작했다고 한다. 루이 14세는 스스로 태양의 신, 아폴론이 되기 위해 온갖 사업들을 진행하기 위해 백성들의 혈세가 필요했다. 백성..
헤스티아, 늘 곁에 있지만 존재감은 제로인 이유 올림포스의 12신① 헤스티아 성냥이 최고의 집들이 선물이던 시절이 있었다. 더불어 양초도 빠지지 않았다. 전기가 귀하던 시절이기도 했지만 새로 이사온 집 살림살이가 불처럼 활활 타오르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전기 보급이 늘어나면서 불은 공기나 물처럼 흔하디 흔한 그래서 그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집들이 선물도 성냥이나 양초에서 화장지나 세제로 다시 집주인이 필요로 하는 자그마한 선물로 대체되고 있다. 불과 관련된 이야기들 참고로 필자 세대의 남성들에게 성냥은 집들이 선물보다는 우정과 의리의 상징이었다. 지금의 한류처럼 1980년대는 홍콩 느와르 열풍이 대단했던 시절이었다. 특히 영화 ‘영웅본색’ 속 주인공 주윤발의 폼나는 낡은 바바리코트나 선글라스는 그저 그런 흔한 장면에 불과했다..
오리온, 오줌에서 태어나 별이 된 거인 밤 하늘을 바라볼 때마다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어릴 적 보았던 밤 하늘이 아니어서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밤 하늘을 가득 채운 별들은 어릴 적 꿈의 대명사였다. 황사니 미세먼지니 해서 요즘 밤 하늘은 달만 덩그러니 떠 있고 별은 좀체 보이질 않는다. 도시의 밤 하늘은 더더욱 그렇다.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자연의 대상이 바로 밤 하늘의 별이다. 별을 바라보며 운명을 점쳤고 먼 바다의 여행자에게는 별이 길라잡이 역할을 했다. 또 별을 보며 변치 않을 우정을, 사랑을 약속한다. 수만 년의 인류 역사에서 수많은 변화가 있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별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겨울은 별을 많이 볼 수 있는 계절이다. 밤이 길어서이기도 하겠지만 겨울이 차고 건조한 바람..
아폴론과 히아킨토스, 너를 영원히 기억할께 히아신스라는 꽃이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일 것이다. 하지만 이름이 낯설어서 그렇지 동네 꽃집을 지나치다 보면 한번쯤 보았을 그런 꽃일 수도 있다. 마치 수국처럼 보라색의 작은 꽃잎이 대여섯 장씩 붙어 있는 꽃이 히아신스이다. 때로는 투명 유리컵에 꽂아 놓아 물밑으로 보이는 하얀 수염뿌리가 보이기도 한다. 대부분의 꽃이 그렇듯이 히아신스도 꽃말이 있는데 '기억'이라고 한다. 히아신스의 꽃말이 '기억'이 된 데는 그리스 신화 속 히아킨토스Hyakintos라는 청년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태양신 아폴론의 사랑은 늘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으로 끝난다. 다프네와의 사랑이 그랬고, 카산드라와의 사랑이 그랬다. 요정이나 공주와의 사랑조차도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이었거늘 사내와의 사랑은 오죽 ..
아폴론과 카산드라, 누가 국민을 카산드라로 만드는가 재정 위기를 필두로 시작된 그리스 경제 위기 당시 두 명의 전직 장관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한 명은 2001년 연금 개혁안을 내놓았다가 여야 모두의 비난으로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했던 타소스 야니치스 전 노동장관이었고 또 한 명은 야니치스 노동장관의 개혁안을 유일하게 찬성했던 알레코스 파파도풀로스 전 재무장관이었다. 이들은 오래 전부터 그리스의 경제 위기를 예견하고 기득권층의 희생을 전제로 한 개혁안을 내놓았지만 동료 정치인들에게 외면당하기 일쑤였고 심지어는 심한 구타와 욕설까지 들어야 했다. 이들의 예견을 무시했던 그리스 정부는 경제 위기의 긴 나락으로 추락했고 세계 언론은 이 두 전직 장관을 ‘카산드라 정치인’이라고 불렀다. 비단 그리스의 이 두 정치인만 카산드라일까? 세월호 참사와 경주 지진을 겪..
아폴론과 다프네, 월계수가 된 사랑 【그리스 신화】 올림픽의 하이라이트는 마라톤이다. 마라톤 우승자에게는 명예와 영광의 상징인 월계관을 씌워준다. 흔히 월계관은 월계수 잎으로 만든 것으로 생각하나 고대 그리스 올림픽 제전에서는 올리브 가지를 엮어 월계관을 만들었다. 월계수 잎으로 월계관을 만들어 승리자에게 씌워준 것은 고대 그리스의 피티아 제전이었다. 제1회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올리브 가지로 월계관을 만들었지만 그 이후 올림픽에서는 그 지역의 생태계에 맞는 식물로 월계관을 만든다고 한다. 가령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가 쓴 월계관은 참나무 가지로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계관이 상징하는 명예와 승리의 의미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월계관이 이런 의미를 갖는 데는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아폴론..
닭을 슬프게 하는 것들 파이돈/플라톤(BC427~BC347) 지음/최현 옮김/범우사 펴냄 우리는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눈물을 삼켰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이리저리거닐다가 한참 후에 다리가 무겁다고 하면서 반듯이 누웠습니다. 그분에게 약을 내민 사람이 그렇게 일렀던 것입니다. 소크라테스가 자리에 눕자 사나이는 종종 소크라테스의 손과 발을 살펴 보았습니다. 그리고 한참 후에 발을 꾹 누르면서 감각이 있느냐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감각이 없다고 대답하자 다리를 눌러 보면서 우리에게 몸이 식어가고 굳어진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나서 다시 말하였습니다. “독이 심장에까지 퍼지면 마지막이 됩니다.” 하반신이 거의 다 식었을 때에 그는 얼굴을 가렸던 것을 제치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이것이 그분의 마지막 말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