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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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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통, 그 혼돈의 시간으로의 초대 배반의 여름/박완서/1978년 하루 걸러 종아리가 터질 듯 아팠다. 종아리뿐만 아니었다. 한 번 통증이 올 때면 무릎이며, 허벅지까지 온통 성한 데가 없었다. 그때마다 잠을 설치곤 했다. 변변한 보건소 하나 없었던 오지의 섬이라 그 정도로 육지까지 먼 항해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밤새 엄마가 다리를 주물러 주는 것이었다. 어느샌가 잠이 들었고 다음 날 아침이면 멀쩡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국민학교(초등학교) 어느 무렵이었던 것 같다. 어느 날부터인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 지긋지긋한 통증이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말았으니까. 나이가 들어서야 알았다. 그게 바로 성장통이었다는 것을. 오지도 오지였지만 엄마가 육지 병원에 나를 데려가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었으리라. 어쨌든 나는 ..
[펌]부모로 산다는 것 부모로 산다는 것/제니퍼 시니어 지음/이경식 옮김/알에이치코리아 펴냄 저자는 2008년 1월 어느 날 첫 아이를 세상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뉴욕매거진’ 기자로 ‘직장맘’이었던 그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한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자식이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결코 더 행복하지 않으며 오히려 몇몇 경우에는 덜 행복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부모가 된다는 것이 부모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이는 부모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취재하기 시작했다. 2010년 뉴욕매거진에 ‘모든 게 기쁨, 그러나 재미는 전혀 없음’(All joy and no fun)이라는 책 원제와 같은 기사를 냈다. 책은 수년간의 추가 취재, 연구를 보탠 것이다. 저자는 “부모가 된다는 것은 성인의 삶에서 맞이할 수 있..
야마시꾼은 절대 못당할 참꾼의 염력, 현실에서도 그럴까 고수/이외수/1979년 노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아마 '참꾼'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속임수를 전혀 쓰지 않는 사람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참꾼의 무기는 염력이다. 오직 마음의 힘만으로 승부를 가늠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속임수가 뛰어난 '야마시꾼'이라 해도 이 참꾼을 당할 재간은 없다고 들은 적이 있다. -이외수의 중에서- 이외수의 소설 는 참꾼과 야마시꾼이라는 노름판 주역(?)들 사이에 떠도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사기와 협작만 존재할 것 같은 노름판에도 거스를 수 없는 일종의 진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속임수가 뛰어난 야마시꾼이라 해도 절대 참꾼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참꾼'이 정정당당하게 겨루는 노름꾼이라면 '야마시꾼'은 사기꾼 정도에 해당할 것이다. 문득 떠..
삼십년 묵은 족제비의 정체가 사람이었다고? 하근찬(1931~2007년)의 /1970년 하근찬 소설을 대표하는 단어를 꼽으라면 역사와 민초일 것이다. 태평양전쟁에 강제징용되어 한쪽 팔을 잃은 아버지와 한국전쟁에서 한쪽 다리를 잃은 아들의 수난을 다룬 가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줄곧 사회고발적 소설을 써온 하근찬은 역사의 격랑 속에서 민초들이 겪어야만 했던 수난과 고초를 때로는 진지한 시선으로 때로는 웃음이 묻어나는 글쓰기로 실감나게 그려냈다. 1970년 제7회 대한민국 문학상 수상작인 또한 그의 뚜렷하고 일관된 주제의식을 보여준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 는 저자 하근찬이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을 동원해 아이의 눈에 비친 부조리한 세상을 해학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의 일제 말기 사회상을 그려낸 작품들 대부분은 아이들..
민족문제연구소가 추천하는 아이와 함께 보는 동화책 고정욱 글, 박재현 그림의 /2012년/맹&앵 출판사 "친일작가의 이름을 붙여놓은 문학관은 그 자체로서 친일작가를 기념하는 사업이 됨으로 문학관의 운영 내용을 떠나 친일작가의 이름을 딴 문학관 명칭은 근본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일이다....그의 친일작품이 뜨거운 논쟁거리가 된 것은 기념사업이 빌미가 되긴 했지만 논쟁의 핵심은 친일행위가 명백한 친일작가에게 시민의 혈세로 그를 기념하고 기릴 수는 없으며 그런 일은 국가의 정체성에도 국민의 정서에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친일작가 이원수 기념사업 저지 창원시민대책위원회 성명 중에서- 작년부터 경상남도 창원에서는 한 동화작가의 문학관 건립을 두고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다. 언론을 통해 바라본 이 논쟁이 씁쓸한 이유는 문학관 건립을 찬성하는 단체건 반대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