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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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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유명 민주인사의 이중생활 가면/이경자/1990년 1990년대 인기 드라마 중에 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정확하게는 1991년 MBC에서 방영됐던 드라마였다. 20여 년이 지났지만 이 드라마가 아직도 회자되는 이유 중 하나는 드라마 속 ‘대발이 아버지’라는 캐릭터 때문일 것이다. 전통적 가치관으로 무장한 지극히 가부장적인 아버지였다. 아무리 호랑이처럼 엄한 가부장적 아버지상이지만 결국에는 시대의 흐름에 순응할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처하고 만다. 이 집안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자유분방한 며느리를 들이고 나서 ‘대발이 아버지’의 가부장적인 권위는 조금씩 조금씩 도전을 받게 되는데……. 1987년 이후 달라진 우리 사회의 단면을 코믹하게 그린 이 드라마에서 ‘대발이 아버지’ 역을 맡았던 이순재는 이 인기에 힘입어 국회의원까지 당..
일상탈출을 갈구했던 아내의 꿈과 그 한계 내 여자의 열매/한 강/1997년 모 결혼정보회사가 이혼 남녀 93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로 남성은 경제적 요인, 시댁·처가간 갈동, 성격·가치관의 차이, 배우자의 불건전한 생활 순으로, 여성은 경제적 요인, 배우자의 불건전한 생활, 시댁·처가간 갈등, 성격·가치관 차이 순으로(충청일보 인용) 조사됐다고 한다. 결혼도 이혼도 자유로운 시대라지만 이혼은 결국 가정이 무너지는 비극의 시작일 뿐이다. 특히 현대사회처럼 각자의 활동영역을 존중하며 이어나가는 부부생활에서 대화의 부족은 이 모든 이혼 이유들을 아우르는 원인이 되고 있다. 오죽 했으면 개그 코너의 제목이 '대화가 필요해' 였을까. 마치 판타지 소설을 읽는 듯한 한강의 소설 에서도 주인공 부부의 판타스틱한 비극은 소통 ..
아내의 상처를 치유한 남편의 결정적 한가지 병신 손가락/함정임/1995년 어릴 적 살았던 시골집 흙벽에는 한 눈에 봐도 대여섯 살 아이의 작품으로 보이는 그림이며 낙서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그 위에 흙만 한 번 바르면 될걸 어찌된 일인지 사는 내내 지워지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빛만 바래갔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흙벽 낙서의 주인공은 내가 두 살 때 죽은 네살 터울의 형의 작품이었다. 아이들이 죽으면 동네 어른들이 나서서 부모가 모르는 곳에 돌무덤을 만들어 매장하는 풍습 때문이었던지 어머니는 그 낙서를 통해 죽은 형을 기억하려 했고 또 그 낙서 때문에 자식 잃은 슬픔이 불현듯 떠오르곤 했던 것이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가슴 깊숙한 곳에 상처 하나쯤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다. 타인의 시선으로야 상처의 패인 자국이 크든 작든 당사자에게는 하루..
아내를 보는 두개의 시선, 은희경vs현진건 빈처/은희경/1996년 6월17일 나는 독신이다. 직장에 다니는데 아침 여섯 시부터 밤 열 시 정도까지 근무한다. 나머지 시간은 자유다. 이 시간에 난 읽고 쓰고 음악 듣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외출은 안되지만. - 중에서- 은희경의 소설 는 주인공이자 남편인 '나'가 화장대 위에 놓인 가계부인 줄 알았던 아내의 일기장을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아내의 일기를 읽을 때마다 '나는 그녀가 ○○○ 줄은 몰랐다'를 반복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나'와 아내는 사랑해서 부부가 되었지만 둘 사이에는 크나큰 장벽같은 것이 있었음을 또 아내는 극심한 소외감 속에 살아가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즉 허다하게 반복되는 부부의 일상 중에서 아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몰랐을 뿐더러 그녀에게도 아내로서의 삶, ..
당나귀와 아내 저녁에는 젊은 시절부터 줄곧 함께 지내온 늙은 당나귀 한마리를 때려죽였다네 이유인즉슨, 그 망할 녀석이 사사건건 내게 시비를 걸어왔기 때문이지 내 몸은 아직 청년처럼 힘이 넘쳐 십리를 더 갈라치면, 녀석은 나를 노인네 취급하며 바닥에 주저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고 내가 새로운 돈벌이를 생각해내면, 나를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애 취급하며 콧방귀를 뀌지 않았겠나 나는 말일세 죽은 녀석의 몸을 보기 좋게 토막을 내어 부대자루에 옮겨담았다네 미운 정이 깊어 가슴이 짠하기도 했지만 속은 더할 나위 없이 후련했다네 그날 밤 나는 술을 진탕 마신 뒤 모처럼 홀가분한 마음으로 잠이 들었고, 꿈에서 친구들과 함께 소풍을 가서 먹고 마시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네 그리고 이튿날 잠에서 깨어 죽은 당나귀의 토막이 들어 ..
핵가족 시대 가족과 부부의 의미를 되짚어보다 김도연의 /2011년 인터넷을 검색하다 재미있는 기사 하나를 발견했다. 전북 농업기술원이 1~3kg의 미니수박 출하를 앞두고 있다는 기사였다. 농산물 품종개량 소식이 그리 놀라울 것 없는 세상이지만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핵가족 시대에 안성맞춤’이라는 기사제목이었다. 기술원측의 의도된 보도자료인지 아니면 담당 기자의 탁월한 센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요즘 세태를 잘 반영한 기사제목으로 보인다. 맞춤식 과일이 출시될 만큼(?) 핵가족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변화요 더욱 더 분화될 수밖에 없는 미래의 가족 형태다. 미국의 인류학자 G.P 머독이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핵가족(核家族, nuclear family)은 부부를 중심으로 한 소가족이 독자적인 가구를 구성하고 있는 집단적 구성단위로 산업화와 근대화..
한 달을 살기 위해 열한 달을 죽어 사는 아내 문순태의 /1986년 최근 주요 정당 대표들이 모두 여성들로 채워짐으로써 새 정치에 대한 바램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불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들이 살아온 삶의 이력들은 극과 극의 대비라 할 정도로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당정치 역사상 처음일 것 같은 여성대표 시대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여성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특성 때문이 아닌가 한다. 사랑을 이야기할 때 흔히 언급하는 에로스니 플라토닉이니 하는 단어들이 특정 상황을 아우르는 시각적이고 제한적인 사랑을 의미한다면 모성(애)는 이들 단어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가장 근원적 그것이라 할 수 있다.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은 실체가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에로스니 플라토닉이니 하는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근원적 그것..
이런 아내 또 없습니다 현진건의 /1921년 "4주 후에 뵙겠습니다."라는 짤막한 대사가 인상깊던 드라마가 있었다. '부부 클리닉'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매회 새로운 주제로 이혼을 둘러싼 부부들의 사랑과 갈등을 다룬 옴니버스 드라마였다.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부부의 갈등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는 얼핏 보면 막장 수준이었지만 시청자의 제보로 제작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이혼 사유들은 부부의 개인적인 갈등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부부갈등의 원인을 세심히 들여다보면 경제적이고 사회구조적인 원인들이 심심찮게 발견되곤 한다. 특히 이런 원인으로 인한 이혼 사유들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그 갈등이 오로지 부부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이혼 사유 중 경제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1996년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