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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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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한 남자만을 기다려온 여인에의 헌사 협죽도 그늘 아래/성석제/1998년 협죽도. 얼핏 들으면 무협소설에 나오는 명검 중의 하나인가 싶을 것이다. 잘 어울릴 것 같지는 않지만 협죽도는 협죽도과의 상록관목이란다. 시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최근 협죽도 관련 뉴스를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협죽도는 아무데서나 잘 자라고 공해에 강하기 때문에 몇몇 지자체에서 가로수로 조경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협죽도 특성상 가로수로는 제격일지 모르지만 독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협죽도는 아주 미량만 사용해도 치사율이 높아 과거 독화살이나 사약으로 이용했다. 이런 사실을 모른 채 관상용으로 심어온 지자체들이 협죽도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가로수로 조경된 협죽도 관련 피해사례가 보고된 적은 없지만 안전을 위해 점차 제거해 나가야 한다고 시민들은 요구하고 있다. ..
소년체전 축구 예선전, 무슨 일이 있었나 저녁의 눈이신/성석제/2003년 달구벌 대구에서는 오는 5월25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제42회 전국소년체육대회가 열린다. 한때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해서 문제가 되던 시대도 있었지만 지금은 정작 엘리트 체육에 밀려 생활체육으로써의 스포츠가 냉대받는 현실이고 보면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질 정도다. 필자와 동갑내기이니 꿈나무들의 제전인 소년체전도 이름에 걸맞지 않게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 필자에게 소년체전은 아주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어 결코 잊을 수 없는 스포츠 행사이기도 하다. 기억을 더듬어보매 1982년 제11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운동에는 잼뱅이인 필자가 소년체전에 참가했을 리는 없고 도대체 1982년 그해 필자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어찌어찌해서 친구 녀석 둘이 소년체전 수영 군예선에 ..
역전파출소 점거사건 영웅의 파란만장 일대기 조동관 약전(略傳)/성석제/1997년 남산의 못생긴 바위에는 '똥깐이바위'라는 이름이 붙었고 그 아래의 굴에는 '똥깐이굴'이라는 이름이 보태졌고, 그 앞의 비석은 '똥깐이비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훌륭한 깡패가 되려는 소년은 모름지기 그 바위, 그 굴, 그 비석으로 순례를 떠나야 한다는 전통이 생겨났다. - 중에서- 무릇 전(傳)이라 함은 이나 , 처럼 한문 문체의 하나로 어떤 사람 특히 영웅의 행적을 기록하고 여기에 교훈적인 내용이나 비판을 덧붙인 글이거늘 작가 성석제는 은척마을 역사상 불세출의 깡패, 똥깐이의 영웅적 일대기를 이 형식에 맞춰 기록했으니 이도 傳이라면 傳이라 할 수 있을런지……. 이름하여 이다. 이 세상 많고 많은 영웅 중에 '하필 왜 깡패냐' 할지 모르겠지만 어디 고상하고 ..
소문이 권력인 시대의 현명한 대처법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성석제/1995년 호랑이가 소머리를 쓰고 곶감을 사칭하며 여우떼를 물리친다는 마해송의 동화 은 호랑이가 곶감을 무서워했다는 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엄마는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호랑이가 잡아간다고 무서운 표정으로 말하지만 아이는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세상에 무섭다는 것은 다 동원해 보지만 아이의 울음은 그칠 줄 모른다.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한 것은 엉뚱하게도 울지 않으면 곶감을 주겠다는 엄마의 단 한마디였다. 이 말을 밖에서 듣고 있던 호랑이는 곶감의 정체를 알지도 못한 채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한 엄마의 말에 곶감을 무서워하게 됐다는 내용이다.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한 엄마의 재치라고 할 수 있는 이 설화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실체도 없는..
다시는 말(言)의 향연에 홀리지 말자 성석제의 /2011년 아마 5년 전이었을 것이다. 아니다. 5년마다였다. 누군가의 말에 홀려 좀비처럼 끌려다니다 5년을 다 채울 즈음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내 삶의 일부는 이미 악취나는 시궁창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5년을 주기로 기억과 망각을 넘나들고 있다. 5년 전 뒷 겨울 우리네 영혼을 홀리고 만 것은 어이없게도 ‘747’이라는 결코 낯설지 않은 숫자이고 말았다. ‘숫자놀음’이라는 경박한 단어도 있지만 우리는 그 숫자가 주는 장밋빛 미래에 영혼을 홀리고 만 것이다. 실로 대단한 숫자의 위력이었다. ‘경제성장률 연7%,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그 어디에도 내 삶의 질을 담보해주는 숫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성장과 복지는 그렇게 샴쌍둥이처럼 하나의 몸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