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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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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전, 여왕을 사모했던 말단관리의 운명은? 수이전/작자 미상(신라 시대로 추정, 57~935년)/이대형 편역/소명출판 펴냄 나무 목[木]자 둘을 합치면 수풀 림[林]자가 된다는 것은 한자 문외한이 아닌 이상 누구나 다 아는 상식 중의 상식이다. 그렇다면 물 수[水]자 셋을 합치면 어떤 글자가 될까? 아니 그런 한자가 있기나 할까? 나무가 둘 모여 수풀을 이루니 물이 셋 모이면 어떤 의미일지는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묘[淼]자란다. 수면이 아득할 정도로 '물이 많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조선시대 궁궐 전각에는 화재예방을 위해 수[水]자를 새긴 육각형 은판을 봉안했다고 한다. 물론 '드므'라는 커다란 물항아리를 건물 곳곳에 배치했다고는 하나 건축물 대부분이 나무로 지어져서 한 번 불이 나면 인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런 주술적 힘이라..
모란은 정말 향기가 없을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꽃을 보며 성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바치는 꽃 한송이는 세상 그 어떤 선물보다 진한 감동을 준다. 꽃이 발하는 빛은 눈을 즐겁게 하고 그 꽃이 풍기는 향기는 심신을 평안하게 해준다. 그런데 향기없는 꽃이 있단다. 그야말로 '앙꼬없는 찐빵' 신세란 말인데, 바로 모란이 그렇단다.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모란을 꽃 중의 왕으로 여겼다. 서양에서 장미를 꽃의 여왕으로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신라시대 설총이 신문왕의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해 지었다는 [화왕계]를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할미꽃은 꽃들의 왕 모란에게 아첨하는 장미를 경계하라고 간했으나 듣지 않았다. 그러자 할미꽃은 '요염한 꽃을 가까이 하면 충신을 소원하게 여긴다'며 떠나려하자 왕이 크게 깨닫고 사과했다." ..
김유신과 김춘추는 어떻게 사돈이 되었을까? 정몽주와 정도전, 이황과 조식, 김구와 이승만, 히틀러와 스탈린, 케네디와 닉슨,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다리우스 3세, 김대중과 김영삼, 최근에는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까지....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본인들이야 어떻게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역사는 이들을 라이벌(Rival,맞수)이라 부른다. 어느 분야에서건 라이벌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라이벌은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반목과 혼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역사 속 인물 중에는 라이벌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얼핏보면 맞수가 될 법하지만 라이벌보다 동반자의 길을 선택한 경우도 있다. 반쪽짜리이긴 하지만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김춘추(602~661)와 김유신(595~673)이 바로 그들이다. 신라 왕족 출신의 김춘추, 패망한 가야 왕족 출신의..
시월엔.... 회색 빌딩숲 틈새로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들릴 것 같은 가을도 어느덧 겨울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9월 마지막 날이다. 가을 맛을 제대로 느껴보기도 전에 매서운 겨울을 걱정해야 하는 건 인간의 욕심을 보다못한 크로노스의 분노일 것이다. 그래도 10월은 여전히 가을을 대표하는 달이 아닌가 싶다. 10월의 마지막 밤은 비단 어느 가수만의 향수는 아닐 것이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풀벌레 우는 소리도 들을 수 없고, 바람에 속절없이 하늘거리는 가녀린 코스모스도 볼 수 없는 이 도심 속에서 나만의 가을을 무엇으로 채워볼까? 아무래도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을 부끄럽지 않게 하는 것도 계절을 대하는 나의 의무는 아닐까? 연인의 손길보다 보드라운 갈바람과 팔등신 미녀보다 매혹적인 갈빛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