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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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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눈에 비친 산업화의 어둡고 긴 그림자 최일남의 /1974년 여기 집나간 두 마리의 노새가 있다. 한 마리는 암탕나귀와 수말의 교배에서 태어난 실제 노새다. 이 녀석은 아버지의 연탄 마차를 끄는데 어느날 비탈길 돌부리에 바퀴가 걸려 마차가 되집어지는 틈을 타 냅다 도망쳐 버린 놈이다. 우리를 버리고 간 노새. 그는 매일매일 그 무거운, 그 시커먼 연탄을 끄는 일이 지겹고 지겨워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자기의 보금자리를 찾아 영 떠나가버렸는가. - 중에서- 또 한 마리는? 연탄 마차의 주인이자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착한 우리 아버지다. 노새가 우리를 버리고 간 며칠 후 이 놈의 노새가 온동네를 휘젓고 다녔던 바람에 아버지는 도로 무슨 법이니 하며 으름장을 놓는 경찰을 따라 집을 나갔다. "이제부터는 내가 노새다. 이제부터 내가 노새가 되어야지..
고향을 버려야 하지만 버릴 수 없는 사람들 이호철의 /1955년 작가 이호철은 원산이 고향인 실향민이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에는 인민군으로 동원되었다가 국군의 포로가 되기도 했다. 이후 단신으로 월남해 부산에 정착하게 되는데 이때 그는 부산항 부두 노동자로 일하면서 김동리의 소설 배경이 된 밀다원 다방을 자주 드나들었다고 한다. 이호철의 데뷔작 은 당시 부산항 부두 노동자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한 자전적 소설이다. 이호철의 단편소설 은 전쟁의 충격으로 허무주의와 패배주의로 점철된 당시 전후소설들과는 사뭇 다른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전쟁의 상처를 딛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 이는 실향민으로서 낯선 타향에서 홀로 서야만 했던 저자 자신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았나 싶다. 저자는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고..
'강원도 달비장수' 가난으로 붕괴된 공동체의 실상 전병순의 /1967년 언제부턴가 대한민국이 '매춘 천국'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돈으로 타인의 육체를 거래하는 매춘이 일명 '사창가'라 불리던 성매매 집결지뿐만 아니라 골목 구석구석 생활 주변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말 그대로 매춘은 성을 파는 행위다. 즉 매춘이 수요자인 남성보다는 공급자인 여성에게 사회적 비난이 집중되었던 남성 우월주의적 용어였다. 그래서 매매춘이라는 용어로 대체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성의 수요자와 공급자가 특정 성에 한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성매매'라는 용어로 통용되고 있다. 한국이 매춘과 강제노동을 하는 남성과 여성의 공급지이자 경유지이고 최종 도착지라는 미 국무부의 연례 인신매매실태 보고서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매춘, 성매매는 단순한 윤리적 가치를 뛰어넘어 우리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