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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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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민족론의 허구, 고려는 다문화 사회였다 고려사의 재발견/박종기 지음/휴머니스트 펴냄 한국사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각 왕조의 장기 지속성이다. 고구려, 백제, 신라는 700여 년간, 고려와 조선은 500여 년간 각각 존속했는데, 이러한 예는 세계사에서도 드물다. 한국인의 역사 관심은 그중에서도 고대 또는 조선시대에 편중되어 있어, 500년간 지속된 고려왕조에 대한 역사 이해는 높지 않은 편이다. 은 그간 특정 시대와 영역에 편중되어 있던 한국사 이해의 편식증을 극복하고, 한국사 이해의 영역을 고려로 확장함으로써 고려사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환기시킨다. 고려왕조는 한반도 역사상 가장 진취적이고 개방적이며, 다양한 사상이 공존한 다원사회였다. 문화와 사상 면에서의 다양성과 통일성, 정치와 사회 면에서 개방성과 역동성을 지닌 이 시대를 은 수많은..
증인, 나는 당신이 그날 한 일을 알고 있다 박연희의 /1956년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장기집권 꿈이 무산되는 것처럼 보였다. 1954년 11월27일 국회는 3선 제한 철폐를 골자로 한 헌법 개정안을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부결시켰다. 개헌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 203명의 2/3인 136명을 넘겨야 했지만 참석의원 202명 중 찬성표를 던진 의원이 135명에 그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틀 후 역사를 한 편의 코미디로 전락시키고 만 희대의 정치쇼가 벌어졌다. 자유당은 제적의원 203명의 2/3는 정확히 135.333…명으로 0.333…명은 존재할 수 없는 자연인이기 때문에 수학의 4사5입 법칙에 따라 반이 넘지 않으면 버리는 것으로 해서 의결 정족수는 135명이 맞다는 희한한 논리를 적용해 개헌안을 통과시켰던 것이다. 이렇게..
민우의 전향은 진심이었을까? [20세기 한국소설] 중 한설야의 『이녕』/「문장」4호(1939.5)/창비사 펴냄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Korea Artista Proleta Federatio, 이하 카프)을 인정하지 않았던 일제는 두 차례의 사상 탄압을 감행했다. 1931년 8월 도쿄에서 발행된 [무산자]의 국내 유포와 영화 [지하촌] 사건이 발단이 된 제1차 카프검거사건이 있었다. 또 1934년에는 전북 금산(현재는 충남)에서 일어난 ‘신건설사 사건’으로 80여 명의 맹원이 검거된 제2차 카프검거사건이 있었다. 한설야는 제2차 카프검거사건으로 체포되었다가 그 해 12월 집행유예로 석방되었다. 한설야의 소설 『이녕』은 시기적으로 두 차례의 사상탄압이 있은 뒤 발표된 소설이다. 좌파 작가들에게는 그만큼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정제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