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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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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의 여신들⑤ 이오, 질투였을까? 복수였을까? 욕하면서도 본다는 게 막장 드라마다. 여기서 막장이란 광산이나 탄광의 갱도 끝에 있는 채굴이나 굴진 작업장을 말한다. 즉 더 이상 갈 데가 없는 곳이다. 고로 막장 드라마는 시쳇말로 갈 데까지 간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시청 중에도 자연스레 욕이 나올 수밖에 없는 설정들이지만 막장의 중독성이 얼마나 강한지 단 하루라도 건너뛰면 궁금해 죽을 지경인 것이 막장 드라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타인의 욕망은 헌신짝 버리듯 무시하는 게 막장 드라마의 주된 흐름이다. 갈 데까지 간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소재를 동원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막장 드라마의 종결자로 불륜만한 게 없다. 늘 결말은 해피엔딩이지만 막을 내리는 그 순간까지 조강지처나 팔불출 남편은 가련하고 불쌍하다. 복수는 꿈도 못꾸는 그런 성격의..
목적이 상실된 현대인의 초상 이상한 정열/기준영/2013년 세족식(洗足式, 카톨릭 교회 의식의 하나)이 열리고 있는 성당, 남자의 시선이 한 여성의 다리를 향하고 있다. 이 남자의 이름은 프란시스코이고 그가 그렇게 집중하고 있던 다리의 주인은 글로리아다. 그 날 이후 프란시스코는 병적일 만큼 글로리아에게 집착한다. 글로리아는 프란시스코의 친구와 결혼할 사이다. 프란시스코는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글로리아에게 끊임없는 구혼을 하고 끝내 결혼에 성공한다. 그러나 이들의 결혼 생활은 순탄하게 흘러가지 못한다. 프란시스코의 의처증 때문이다. 결국 두 사람은 짧은 결혼 생활을 청산하고 프란시스코는 사제의 길을, 글로리아는 라울과 결혼해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과 함께 프란시스코가 있는 성당을 방문한다. 헤어진 아내를 몰래 훔쳐본 프란시스코는..
왜 불륜과 비극의 장소로 물레방아였을까 물레방아/나도향/1925년 바야흐로 프로야구의 계절이다. 올해는 창원을 연고로 한 제9구단 NC 다이노스까지 합세해 꿈의 양대 리그가 현실화되고 있으니 야구팬들에게는 희망 부푼 한 시즌이 될 것이다. 필자도 이런 부류 중 한명이다. 1982년 여섯 개 구단으로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도 이제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만큼이나 야구장을 찾는 관중들의 응원문화도 한층 성숙해졌다. 남성 일색이던 초창기와 달리 지금은 야구장을 찾는 여성들의 수도 만만찮게 늘어나고 있다. 야구장 여기저기서 벌어지던 추태는 거의 자취를 감췄고 직장인들은 회식장소로 야구장을 이용하기도 한다. 각자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고 희비가 엇갈릴 때마다 애교섞인 다툼을 하는 어느 커플은 모 야구장의 명물이 되었다. 한때 ..
도시도 농촌도 아닌 그곳에도 사람이 살았다 박영한의 /1989년 시골 제비족으로 한때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쿠웨이트 박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MBC 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에서 순박한 만수 아빠로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었던 최주봉이다. 1989년 방영되었던 KBS 드라마 '왕룽일가'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쿠웨이트 박의 강렬한 인상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도시와 농촌의 어정쩡한 중간지대에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당시의 표현)의 삶을 그린 '왕룽일가'는 당시 시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해서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로 박영한의 소설 (1988년작)가 원작이다. 박영한의 소설 은 전작 의 연작이다. 1978년 으로 제2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기도 했던 박영한은 여러 중편들을 모아 와 을 표제로 한 두 권의 연작소설을 발표했다. 각각 세 개의 중편소..
요지경 세상을 조롱하다 유주현의 /1959년 풍자(satire,諷刺)의 사전적 의미는 '주로 문학이나 연극에서 사회 또는 개인의 악덕·모순·어리석음·결점 따위를 비웃음, 조롱, 익살스러운 모방, 반어법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비난하거나 때로는 개선하기 위한 의도로 쓰는 예술 형식'이다. 우리의 고전 예술 중 탈춤에서 보여주는 풍자는 그야말로 풍자 예술의 진수다. 지배자의 억압에 대항해 직접적인 저항이 힘든 경우 풍자는 가장 적절한 저항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탈춤에서 양반이 늘 고약하고 우스꽝스러운 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위의 사전적 의미에서도 봤듯이 풍자에는 사회든 개인이든 그 대상이 있게 마련이다. 그 대상이 정해질 때 풍자의 표현방식인 해학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통쾌하고 짜릿한 감정적 지지를 유..
쥐불놀이, 도박 그리고 불륜 이기영의 /1933년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냈던 30,40대 이상 성인이라면 누구나 쥐불놀이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설날 세뱃돈만큼이나 소중하게 모아두었던 빈 깡통도 보름 뒤에 있을 쥐불놀이를 위해서였다. 깡통에 구멍을 뚫고 그 속에 마른 풀이나 종이로 밑불을 놓아 불씨를 만든 다음 마른 장작을 빼곡히 채운다. 꺼지지나 않을까 깡통을 살랑살랑 흔들면서 너른 들판 한가운데로 모인다. 어느 틈엔가 들판은 쥐불을 하나씩 들고 나온 동네 아이들로 북적대기 시작한다. 누구의 신호랄 것도 없이 각자 크게 원을 그리며 쥐불을 돌리면 겨울 들녘은 온통 새빨갛게 불춤의 향연이 한판 벌어진다. 작가 이기영의 시선은 지금 이 쥐불놀이를 향하고 있다. 한데 난데없는 불빛이 그 산 밑으로 반짝이었다. 그것은 마치 땅 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