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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늦으면 소환되는 신, 아시아크 빙벽 등반에 나섰던 중현과 우성은 조난을 당하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중현은 다리에 심한 부상까지 입고. 해외원정과 조난 모두가 처음인 우성에게 차가운 설산에서의 고립은 두려움을 증폭시킨다. 어두운 얼음 동굴 속 잠들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조금씩 각자의 기억을 더듬으며 생의 마지막 순간을 이어가는 그들. 순간 중현과 우성은 이상한 예감에 멈칫한다. 지금 조난의 극한 상황 아래서 이 두 사람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단 한 사람 경민에 대한 기억이다. 두 사람이 아시아크를 찾은 이유는 한 가지였다. 한 남자는 잃어버린 사랑을 만나기 위해서, 또 한 남자는 이루고 싶었던 사랑을 만나기 위해서다. 2004년 개봉한 영화 ‘빙우(氷雨)’의 줄거리이다. 제목조차 생소한 걸 보니 흥행에는 그리 성공하지 못한 영화이지 싶..
오로모족 풍요와 봄의 여신, 아테테 아테테Atete는 오로모족(아프리카 북동부 에티오피아의 최대 부족) 여신으로 풍요와 다산, 봄을 관장한다. 그녀는 풍요를 갖다 주기도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아테테는 오로모족 전통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들도 숭배했다고 한다. 오로모족 기독교도들에게 아테테는 동정녀 마리아와 동일시되었다. 그녀는 전통적인 오로모족 이름이 아닌 마리아의 에티오피아식 변형이었다. 의식 자체는 오로모족 전통에서 기원했지만 기독교도들은 이 의식을 그리스도의 어머니를 숭배한다고 인식했다. 그녀의 전통적인 기능 외에도 기독교적 맥락에서 아테테는 신과의 중재자 역할을 한다. 아테테는 주로 여성들에 의해 숭배되었으며, 여성들은 아테테 여신에게 임신과 안전한 출산, 건강한 자녀를 기..
윤동주의 '봄' 그리고 우리의 '봄' 저녁 출근길 촉촉이 젖은 길가에 흐드러진 벚꽃이 터널을 만들었다. 벚나무 허리 아래로는 개나리가 질세라 노란 빛깔을 연신 뿜어내고 있다. 저만치 목련은 이미 작별 인사를 할 모양인지 고개를 숙인다. 멋없는 자동차들은 벚꽃 터널을 무심하게 씽씽 내달리고 있다. 연신 하늘만 쳐다보며 걷다보니 목이 다 아프다. 이런 나를 노란 달이 벚꽃 사이로 빼꼼이 엿보며 웃고 있다. 아! 드디어 봄이 왔나 보다. 유난히 길었던 올 겨울도 끝내는 봄빛에 길을 내주고 마는구나. 작년에도 그 작년에도 자연의 봄은 왔다. 어느 시인의 말대로 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았을 뿐이다. 4년이 그랬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어도 마음의 봄은 늘 잿빛 꽃으로 물들었다. 봄놀이 간 아이들은 겨울에 갇혔고 봄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4..
무서운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그 남자의 정체는 강성은 시인의 '겨울방학' 목포에서 뱃길로 2시간. 어릴 적 기억으로는 2시간이 훨씬 넘었던 것 같다. 육지로 나오는 일이 연중행사보다 더 더물었을만큼 낙도 중의 낙도가 내 고향이다. 중국 쪽에서 들리는 닭우는 소리에 잠을 깨고, 중국 쪽 하늘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 저녁 때가 되었음을 안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있을 정도로 오지 중의 오지였다. 하기야 바닷가에 산 친구들에 따르면 태풍이 불 때면 중국 어선들이 정박했다고 하니 실제로 중국이 그리 멀지 않은 섬임에 틀림없었다. 육지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이었는데도 대부분이 농사를 생업으로 삼고 살았기 때문에 태풍 때문에 중국 사람들을 봤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는 호기심으로 귀를 쫑긋하기에 충분했다. 변변한 장난감 하나 구하기 힘들었던 터라..
낙화(落花)가 더 아름답더라! 봄이면 갈마동 국민생활관 담벼락에는 개나리 군락이 주변까지 온통 노란빛으로 물들이곤 한다. 그런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낼 여유라도 가질라치면 늘 노란빛이 사라진 자리에는 상큼한 초록이 대신하고 있었는데....오늘은 우연히 담벼락 아래 떨어진 개나리꽃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흙에서 바로 피어난 노란 새싹처럼 봄빛에 또 하나의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청춘만이 아름다움을 독식할 권리는 없는 것 같다. 무르익을수록 또 다른 꽃을 피울 수 있기에 인생이 아름답지 않을까? 지친 일상 어딘가에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고 있으리라!!!
북풍(北風) 조장하는 나경원, 천박스럽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닥쳐올 북풍을 예고하듯 흐드러진 벚꽃 사이로 불어오는 춘삼월 바람이 살을 에인다. 눈이 시리도록 빛나는 꽃을 시샘하는 동장군도 스쳐지나가는 앙탈일뿐 짙어가는 봄빛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최근 한명숙 전국무총리가 '곽영욱 뇌물수수 사건'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으며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급부상하자 '실패한 정권'의 '실패한 총리'로 비난했던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지난 10년 동안 북한에 퍼부은 4조원이 어뢰로 돌아왔다며 신북풍 조장의 선봉임을 자임하고 나섰다. 나경원 의원의 발언이 더더욱 씁쓸한 이유는 천안함 침몰로 40여명 젊은이들의 희생으로 온국민이 슬픔에 잠겨있는 시점에서 그들의 불꽃같은 희생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경원 의원 뿐만 아니다. 한나라당 ..
형이 떠난 자리엔 푸른 이끼만 무성하더이다 미안합니다. 삶의 무게가 너무도 힘겨웠을까요? 아니면 벌써 형의 빈자리가 채워졌을요? 하얀 목련이 지기만을 기다리다 1주일을 놓치고 뒤늦게 형을 찾았습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동생들도 형들도 형과 헤어지던 날을 넘기고서야 부랴부랴 전화기를 들었으니 우리는 너무도 이기적인가 봅니다. 어머니도 형을 찾아주지 못한 우리들이 무척이나 서운했을 겁니다. 올해로 벌써 3년째군요. 조금 늦긴 했지만 올해도 형이 떠난 자리에서 소주 한 잔들 들이키며 무심하게 먼저 간 형을 안주로 대신했습니다. 형은 먼저 갔지만 남아있는 우리는 아직도 형으로 인해 소원해질만 하면 만나서 서로 부대끼며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올해도 형이 떠난 그 자리에는 겨우내 동면하던 수정이 녹아 계곡 바위 틈 사이를 흘러 봄기운에 취한 푸른 이끼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