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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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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줄 모르는 이들에게 권하는 시(詩) 윤동주 시집/윤동주 지음/범우사 펴냄 빨래줄에 걸어 논 요에다 그린 지도 지난밤에 내 동생 오줌 싸 그린 지도 꿈에 가본 엄마 계신 별나라 지돈가? 돈 벌러 간 아빠 계신 만주땅 지돈가? - '오줌싸개 지도' 중에서- 40대 이상 성인들에게는 결코 낯설지 않은 풍경일 것이다. 어쩌면 저마다 이 풍경 속 주인공을 한번쯤 해보지 않았을까. 이불에 지도를 그린 날 아침에는 어김없이 머리에는 키를 쓰고 손에는 바가지를 들고 동네방네 소금을 구하러 다녔다. 창피를 주기 위함일 것이고 또 하나는 짜게 먹으면 물을 많이 마셔 오줌을 싼다는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으리라. 주절주절 읽으며 떠오르는 상상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절로 퍼지는 재미있는 시(詩)다. ▲ 이불에 지도를 그린 날 아침에는 어김없이…… 한편 이 '오줌싸..
사람을 보는 9가지 지혜 공자가 말했다. 무릇 사람의 마음은 험하기가 산천보다 더하고 알기는 하늘보다 더 어렵다. 하늘에는 그래도 봄, 여름,가을, 겨울의 사계절과 아침, 저녁의 구별이 있지만 사람은 꾸미는 얼굴과 깊은 감정 때문에 알기가 어렵다. 외모는 진실한 듯하면서도 마음은 교활한 사람이 있고, 겉은 어른다운 듯 하면서도 속은 못된 사람이 있으며, 겉은 원만한 듯하면서도 속은 강직한 사람이 있고, 겉은 건실한 듯하면서도 속은 나태한 사람이 있으며, 겉은 너그러운 듯하면서도 속은 조급한 사람이 있다. 또한 의로 나아가기를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듯 하는 사람은 의를 버리기도 뜨거운 불을 피하듯 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사람을 쓸 때에, 1. 먼 곳에 심부름을 시켜 그 충성을 보고, 2. 가까이 두고 써서 그 공경을 보며, 3. ..
독서의 해에 되새기는 문고본의 가치 오늘은 좋은 글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2년을 '독서의 해'로 지정하기는 했지만 독서 환경은 그리 나아져 보이지는 않는다. 학생들은 무한경쟁의 입시제도로 인성교육은 뒷전으로 밀린지 오래고 성인들은 삶 자체가 전쟁인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입시에서 논술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학교나 가정에서 독서교육이 활성화되고는 있다지만 순전히 입시를 위한 도구일뿐 인성교육 길라잡이로서의 독서라고 할 수 없는 처지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종이책의 위기라고도 하는 요즘 비록 오래된 글이긴 하지만 프랑스 서점 견학을 통해 얻은 독서 대중화의 대안으로 제시된 문고본의 부활이 시대를 뛰어넘은 혜안으로 보인다. 흔히 문고본을 선진국형 독서 형태라고 하는 것도 장소와 시간을 구애받지 않고 읽을 수 있..
이솝우화에서 여치가 베짱이로 둔갑한 사연 겨울이었습니다. 개미가 저장한 곡식이 젖어서 말리기 위해 그것을 펴 널고 있었습니다. 배고픈 매미가 먹을 것을 달라고 부탁을 했지요. "왜 너는 우리처럼 여름에 먹을 것을 모아두지 않았니?" 하고 개미가 말했습니다. "노래 부르느라고 시간이 없었거든." 하고 매미가 대답했습니다. 개미가 코웃음을 쳤습니다. "여름에 노래했으니 겨울에는 춤이나 추렴." - '게으름뱅이여, 개미한테 가보라' 중에서- 우리가 '이솝'이라고 부르는 '아이소포스(Aisopos)'는 고대 그리스의 전설적 인물이다. '전설적 인물'이라는 소개에서 보듯 이솝에 관한 기록들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페르시아 전쟁을 중심으로 그리스와 동방의 여러나라 전설과 역사를 기술한 의 저자인 고대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Herodotos, BC4..
우리말도 일본말도 아닌 외계어 국어사전 서울작명소 ‘좋은이름연구원’의 송학 선생은 고희의 연세에도 후학 양성을 위해 이름 하나로 30년 외길 인생을 살면서 쌓아온 노하우를 강의하고 있다. 공부를 하러 찾아오는 이들은 이미 작명소나 철학관을 운영하고 있는 기라성 같은 대단한 학자들이다. 그러니 이들이 이름을 지을 줄 몰라 5개월이 넘는 시간을 작명 공부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다. 좋은 이름을 제대로 짓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드는 것이다. -2012년 7월27일, 중앙일보 '사람의 인생을 설계하는 이름, 신중하게 결정해야' 기사 중에서- Q. '도둑들', '베를린'을 보면 집중적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원톱 주연도 아니고 비중도 작다. A. 비중은 중요치 않았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착 달라붙는 느낌이 있었기에 기대가 됐다. 게다..
지나치게 솔직한, 그래서 더욱 매력있는 백운거사 수필가 피천득은 수필은 그 쓰는 사람을 가장 솔직히 나타내는 문학형식이라고 했다. 덧붙여 필자가 가고 싶은대로 가는 것이 수필의 행로지만 차를 마시는 것과 같이 차가 그 방향을 가지지 아니 할 때에는 수돗물같이 무미한 것이 되어 버리는 것이 또한 수필이라고 했다. 어찌 보면 비문학인이 가장 쓰기 쉬운 게 수필인듯 하면서도 일정부분 정형성을 띠고 있는 시나 소설에 비해 일정한 틀이 없기에 더 까다롭게 느껴지는 것이 수필이라는 의미같아 더 난해해 지는듯 하다. 수필이 그 쓰는 사람의 가장 솔직한 내면을 보여주는 문학형식이라고는 하나 자신의 글을 타인이 읽는다고 생각하면 아름답게 포장하고픈 유혹을 떨쳐버리기 힘든 게 인지상정이 아닐까? 더욱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야만 한다면 말이다. 범우사에서 출판한 『돌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