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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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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출근 찬바람 부는 계절이 오면 뭐가 그리도 급한지 해는 서둘러 서산을 넘는다. 여름이었다면 한창 마지막 열기를 내뿜고 있을 시간인데 말이다. 초봄인 양 따사로왔던 낮의 열기는 에레보스(그리스 신화, 카오스와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암흑의 신)의 방문과 동시에 급격히 시들해지기 시작한다. 때를 놓칠세라 동장군은 도둑처럼 찾아오고야 만다. 낮 동안 텅 비었던 아파트 주차장은 크고 작은 차들이 제자리를 찾기위해 분주하다. 아기새에게 먹일 먹이를 물고 둥지로 돌아온 새들이 누르는 초인종 소리가 아파트 복도를 가득 채운다. 뉘 집에서 새어나오는지 청국장 냄새가 스멀스멀 콧끝을 자극한다. 언젠가 본 적 있는 윗층의 젊은 부부와 아이들은 한나절만의 상봉이 그리도 즐거운지 쿵쾅쿵쾅 요란스럽다. 이 부부는 뉴스도 안보다보다...
나폴레옹도 떨게 만든 동장군의 위세 겨울 추위를 표현하는 우리말 한여름 숨쉬는 것조차 힘들게 했던 햇살이 어느덧 기다림과 갈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번 힘을 잃은 더위는 빠른 속도로 추위로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푸릇푸릇해지는 봄날 담벼락 아래 앉아 봄볕을 벗삼아 망중한을 즐기는 병아리마냥 틈만 나면 햇살이 비치는 양지로 양지로 빼꼼히 고개를 들이미는 요즘이다. 사막을 방불케 했던 여름만큼이나 올 겨울은 한파에 눈까지 많이 내린다고 하니 일찌감치 월동 준비라도 해야지 싶다. 지난주에 이미 대관령에는 얼음이 얼었다고 하니 오색 찬란한 가을을 즐기려는 인간을 향해 동장군(冬將軍)의 질투가 시작되었나 보다. 올 겨울도 어김없이 동장군의 위세가 미디어를 뜨겁게 달구게 될 것이다. 겨울을 맞이하는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이미 예상되긴 했지만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