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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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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도 모르는 박근혜가 전태일을 만난다? 지난 8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뉴미디어 토론회 현장. 서민 상식에 관한 퀴즈를 풀던 중 사회자는 박근혜 후보에게 "2012년 기준으로 아르바이트 최저 시급이 얼마냐"는 질문을 했다. 박근혜 후보는 "5000원……좀 넘는 것 아니냐"고 대답했다. 박근혜 후보의 답변을 들은 사회자는 "올해 최저임금은 4580원"이라고 정정했다. 그러자 박근혜 후보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5000원도 안됩니까"라고 말을 이어갔다. 서민 정당(?)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어제 전태일 재단을 방문했단다. 올해 최저임금이 얼마인지도 모른 박근혜가 노동자의 영원한 벗 전태일 열사를 말이다. 언론은 광폭행보라며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하고 있다. 야권 대선 후보가 올해 최저임금이 얼마인지도 몰랐다면 어땠을까. ..
공순이라 불렸던 우리네 엄마와 누이의 이야기 몽기미 풍경/송기숙/1978년 1979년 8월9일 YH무역 여성 노동자들이 당시 야당이었던 신민당사로 몰려들었다. 수당도 받지 못한 채 하루에 14시간 이상을 일해야만 했던 이들이 요구한 것은 체불임금지급과 회사 정상화였다. 1960,70년대 가발제조업은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수출에 기반한 한국경제의 한 축을 형성했다. YH무역은 이런 시대적 상황 속에서 경기호황과 정부지원에 힘입어 급성장한 가발제조업체였다. 그러나 이 회사 설립자는 미국에 외화를 빼돌리고 무리한 사업확장을 하면서 1978년 제2차 석유파동의 직격탄을 맞게 되었다. 결국 YH무역은 노동자들을 대량해고하고 이듬해에는 회사 폐업공고까지 하게 된다.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게 된 YH무역 여성 노동자들이 기댈 곳은 당시 김영삼 전대..
야간 노동자는 유통기한 지난 커피라도 먹어야 버틴다 작년 7월3일 우여곡절 끝에 2011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된 상황을 보면서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노동계가 요구한 최저임금에 턱없이 모자란 시급 4,320원으로 결정된 것이다. 2010년도 시급 4,110원보다 200원이 오른 것이다. 200원, 일당으로 따지면 2,000원이 채 안되는 돈이다. 정확히 말하면 일당 1,600원, 이 돈으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생각해 본다. 한 끼 식사는 물론이거니와 요즘은 아이들이 즐겨찾는 아이스크림도 어중간한 것은 1,000원이 넘어간다. 현실을 모르는건지, 외면하는건지 자본과 권력의 횡포는 조금 세련되어 졌을 뿐 20세기와 다를 게 없다. 이나마도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가 수백만에 이른다니 그들이 주구장창 자랑하는 성장의 단맛은 도대체 누가 맛보..
장례식장에 울려퍼진 메이데이의 노래 [20세기 한국소설] 중 이북명의 『질소비료공장』/「분가꾸효오론」(1935.5)/창비사 펴냄 이북명의 소설 『질소비료공장』은 그가 흥남비료공장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로 1932년 조선일보에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했다. 조선일보에 연재되던 『질소비료공장』은 연재 도중 일제의 검열로 중단되기도 했으나 한국 프로 문학의 대표 작품으로 인정받아 일본이나 중국에 번역 소개되기도 했던 소설이다. 창비사에서 발굴 소개한 『질소비료공장』의 출처가 일본의「분가꾸효오론,文學評論」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해방 후 이북명은 조선플롤레타리아문학동맹에 가담했고 이 후 북한에서도 문화계 요직을 두루 거친 북한 문단의 대표적인 작가로도 유명하다. 여기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일제의 사상탄압으로 중단되었던 연..
평화고무 노동조합과 삼성의 무노조 신화 [20세기 한국소설] 중 김남천의 『공장신문』/「조선일보」(1931.7.5~15)/창비사 펴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어느 기업의 업무평가에는 전체 직원의 5%가 무조건 하위 고과를 받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하위 고과는 전부 출산휴가를 쓴 여사원들의 몫이 되었으며 회사는 출산하고 복귀한 여사원들에게 ‘희망퇴직’을 강요하고 그렇지 않으면 업무평가에서 나쁜 점수를 계속 매기겠다고 겁을 준다고 한다. 결국 여사원들은 임신해도 회사에 말도 못하고 노동강도를 버티다 못해 유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단다. 60,70년대 대한민국의 얘기가 아니다. 21세기 그것도 일등 기업, 일류 기업, 글로벌 기업이라 자부하는 삼성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이런 사실을 폭로한 삼성 직원은 노동조합의 ..
나는 평양석공조합 대표 박창호다 [20세기 한국소설] 중 송영의 『석공조합 대표』/「문예시대」2호(1927.1)/창비사 펴냄 현정부 초기 한국노동연구원 박기성 원장이 헌법에서 노동3권을 빼야 한다고 밝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합리적인 노동정책 개발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책연구기관의 수장으로서 본분을 망각한 망언이었다. 본인의 소신이었던지 아니면 집권자의 입맛에 맞추기 위한 과욕이었던지 노동자를 바라보는 천박함의 극치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노동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은 노동자의 권리이기 전에 약자가 강자에 대항하기 위한 아니면 약자와 강자가 공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이다. 그나마도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노동자를 바라보는 천박함은 비단 국책연구..
노동자 창선의 손바닥에는 소 우(牛)자가 찍혀 있었다 한설야의 /1929년 우리가 태어나고 자라온 이 땅/우리의 노동으로 일떠세운 이 땅에/사람으로 살기 위하여 사랑으로 살기 위하여/저 지하 땅끝에서 하늘 꼭대기까지/우리는 쫓기고 쓰러지고 통곡하면서/온몸으로 투쟁한다 피눈물로 투쟁한다/이 땅의 주인으로 살기 위하여 -박노해의 시 중에서- 박노해 시인만큼 우리 노동현실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작가도 없을 것이다. 개발이라는 명분 하에 삶의 터전을 빼앗긴 사람들, 그 사람들을 유혹하는 공단의 불빛, 산업역군이라는 권력과 자본의 달콤한 말에 하루가 멀다 하고 강행하는 잔업과 철야, 잘도 도는 미싱에 벌집이 돼버린 손가락, 그러나 노동자에게 돌아오는 건 개 돼지만도 못한 처참한 생활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시름시름 앓다가 차가운 쪽방 한 켠에서 맞이하는 죽음…’얼굴없는..
화수분을 꿈꾸며 거리로 내몰린 우리시대 화수분들 전영택의 /1925년 최근 언론의 외면 속에 홍익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사측의 집단해고에 맞서 매일같이 눈덮인 아스팔트 위에서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의 임금은 고작 75만원이라고 한다.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학교측이 해고된 청소노동자들을 감시하기 위해 고용한 아르바이트 학생들의 일당이 최고 12만원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실소마저 자아낼 수 없는 현실에 막막해질 뿐이다. 한편 작년 7월, 결정시한인 6월30일을 넘기면서까지 노동계와 경영계 사이에 지루하게 진행된 2011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4320원으로 결정됐다. 2010년의 4110원에서 고작 210원 인상된 금액이다. 실업난과 치솟는 물가상승률을 도외시한 비현실적인 결정이다. 게다가 틈만 나면 '서민'을 외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