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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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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를 술 푸게 하는가 술 권하는 사회/현진건(1900~1940)/1921년 하루가 멀다 하고 술에 절어 사는 남자가 있었다. 술만 취하면 파출소를 제 집 드나들 듯 했다. 난동까지야 아니었지만 인사불성이 된 남자는 이런저런 하소연을 구구절절 늘어놓고는 으레 한마디씩 외치곤 했다. 그것은 누군가를 향한 독설 같았다.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맨정신인 사람들은 정신이 반쯤은 나갔을 남자의 이 한마디에 열광했고 환호했다. 한때 인기리에 방영됐던 KBS 2TV 개그 콘서트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의 한 장면이다. 비록 곤드레만드레 취한 남자의 주정이었지만 시청자들은 이 한마디에 십 년 묵은 체증이 쑥 내리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열렬한 관심과 달리 이 코너는 어느 날 개그 콘서트에서 빠지고 말았다. 방송국..
'국가가 나에게 해준 게 뭐 있어' [20세기 한국소설] 중 채만식의 『논 이야기』/「협동」(1946.10)/창비사 펴냄 파출소 한 켠 긴 의자에는 늘 한 남자가 자고 있다. 넥타이는 반쯤 풀어져 있고 양복 윗도리는 의자에 걸쳐져 있으며 흰색 와이셔츠는 바지 밖으로 삐져나와 추레하기 짝이 없다. 신문지로 경찰서 아니 스튜디오의 환한 조명을 가리고 자고 있는 이 남자. 그도 평범한 늑대인지라 여우의 향기에 벌떡 일어나 방청객을 향해 사자후(?)를 토해낸다.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국가가 나한테 해준 게 뭐 있어” 방청객들은 박수를 넘어 열광적인 환호로 이 술취한 남자의 등장을 맞이해 준다. 많은 논란 끝에 폐지되었던 KBS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 코너에서 박성광은 이렇게 세상을 향해 소리쳤다. 방청객들과 시청자들은 묘한 카타르..
꼴찌를 일등으로 ■김성근 지음■박태옥 말꾸밈■(주)자음과모음 펴냄 바야흐로 예능인 암흑시대다. 윤도현과 김제동의 KBS 퇴출에 이어 김미화에 대한 노골적인 압력이 누리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뿐만 아니다. 모순된 세상을 향한 동혁이형의 샤우팅마저 개미소리로 만들려는 압박이 자행되더니 급기야는 허구한날 술에 취해 파출소를 드나드는(?) 박성광이마저 맘에 들지 않는다며 노골적인 압력이 시작되었다. 힘겨워진 삶의 무게에 어깨가 축 처져있는 서민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주는 예능인들이 정작 자신들은 거대한 권력 앞에서 생존을 걱정해야 되는 처지가 되고 만 것이다. 지난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회의에서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은 김인규 KBS 사장이 출석한 가운데 의 한 코너인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에서 박성광이 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