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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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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은 있다 스승은 있다/우치다 타츠루/2012년 만약 선생이라는 존재를 어떤 지식과 기술을 구체적인 형태로 소유하고 그것을 고객에게 전수한 대가로 보상받는 직업인으로 정의한다면 그와의 관계를 사제 관계라고 부를 수 없을뿐더러 진정한 의미의 배움 또한 얻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관계에서는 배우는 자가 자신에게 어떤 지식과 기술이 결여되어 있는지 사전에 알고 있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저민 돼지고기 2백그램 주세요." "네, 5천원입니다." 이것은 건전한 거래이긴 합니다만 배움은 아닙니다. 왜냐면 이러한 관계에서 스승이 갖고 있는 지식과 기술은 제자가 이미 소유하고 있는 것과 같은 것으로, 단지 양적으로 많이 소유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뭔가를 배운다는 것은 정액의 대가를 지불하면..
뺏기지 않는 놈은 도적질할 권리도 없다 [20세기 한국소설] 중 채만식의 『명일』/「조광」12~14호(1936.10~12)/창비사 펴냄 만일 내일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무슨 색깔일까? 노란색, 파란색, 흰색…아마 검정색이나 회색으로 내일을 표현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내일을 의미하는 또 다른 한자인 명일의 명 자도 ‘밝다(明)’라는 뜻이다. 새 날이 밝아온다는 직접적인 의미이기도 하겠지만 옛 사람들은 내일이 가지는 속성을 희망이고 꿈이고 기대라는 믿음으로 그렇게 표현하지는 않았을지 어설픈 생각을 해 본다. 그러나 여기 내일을 온통 회색빛으로 채색하고 있는 지식인이 있다. 그는 소위 룸펜(Lumpen) 지식인이다. 그에게 내일은 명일(明日)이 아니라 명일(冥日)이다. 채만식의 소설 『명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서 발표된 『레디메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