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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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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평화란 무엇인가 저항하는 평화/전쟁없는 세상 엮음/오월의 봄 펴냄 는 군대와 군사주의를 거부하는 평화운동가들과, 냉철한 시선으로 권력을 해체하는 각계 지성들의 대담을 엮은 책이다. 대담에 참여한 엄기호, 김종대, 강인철, 정희진, 서경식, 조영선, 하승우, 최현정은 각각 ‘청년’ ‘징병제’ ‘종교’ ‘젠더’ ‘국민국가’ ‘교육’ ‘비폭력운동’ ‘트라우마’라는 주제 안에서, 대한민국 곳곳에 뿌리박힌 폭력과 우리의 저항에 대해 이야기한다. 치열한 사유와 대화의 결과물을 읽어가는 동안, 스펙트럼이 넓은 주제들이 하나로 모아지면서 지금 우리 사회를 포위하고 있는 폭력의 실체 그리고 그것에 맞설 ‘진짜 평화’라는 과제와 대면하게 될 것이다. 흔히 ‘평화’라고 하면 말 그대로 ‘평화로운’ 상태를 떠올린다. 서로 간에 아무 갈등이나..
넷상의 여성혐오와 정치의 역할 출처>레디앙/짤방칼럼 '성재기 대표의 죽음과 여성혐오에 대하여' by 최성용/20대 대학생 지난 7월 25일. 이제 고인이 된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의 웹자보가 올라왔다, 시민들의 십시일반을 통한 총 1억 원의 후원을 부탁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퍼포먼스를 벌이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소식은 25일 당일에 SNS를 통해 빠른 속도로 넷상에 퍼졌다. 당시에는 설마 그런 퍼포먼스를 하겠는가, 웃긴다, 는 식으로 주로 조롱조의 여론이 컸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다음날 26일 오후, 성재기 대표는 서울 마포대교에서 투신했고 3일 뒤 서강대교 근처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곧 장례가 치러졌고, 그의 발인은 8월 1일에 진행됐다. 애초에 성재기 본인이 트위터에 “내일 저녁 7시 사무처 불고기 ..
긴급조치 9호 위반 리빠똥 장군, 이유 있었네 리빠똥 장군/김용성/1971년 박정희가 1972년 일본의 메이지 유신을 본따 만들었다는 유신헌법은 입법부와 사법부의 권한을 제한하고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대폭 강화해 영구집권을 가능하게 한 한국 현대사에서 대표적인 악법으로 꼽힌다. 결국 김재규의 총탄에 의해 무소불위의 권력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긴 했지만 최근 박근혜 전 대표가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면서 유신의 역사적 평가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역사적 평가가 끝난 사안을 두고 다시 역사적 평가에 맡기자는 그들의 논리를 보며 지난 5년 동안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자행되었던 '역사의 후퇴'가 다시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긴급조치는 유신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조치로 박정희는 긴급조치를 발동함으..
입영통지서는 그를 어떻게 변화시켰나? 최상규(1934~1994)의 /「문학예술」14호(1956.5) 306보충대에 입소하는 날 아침 머리를 깎았다. 그날만큼은 촌스럽다며 발길을 끊은지 오래된 이발소를 찾았다. 이발소여야 했다. 거울에 비친 나의 마지막 얼굴(?)을 그토록 유심히 바라본 적은 없었다. 애써 웃어보지만 거울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는 흰옷의 정체가 이내 몸을 얼게 하고 말았다. 바리깡이 쓸고간 자리는 횡하니 신작로가 생기고 한움큼씩 바닥에 떨어진 나의 자화상은 불에 그을린 듯 새까만 잔디밭이 되었다. 거울 속의 낯선 그는 왈칵 눈물이라도 쏟을 듯 나를 애처로이 바라보았다. 나도 그를 슬피 바라보았다. 흑백필름이라도 돌리는 것일까? 길지 않은, 결코 순탄했던 그의 인생이 얼키성키 가시밭처럼 거울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이 앞에는 ..
손자병법, 병법서로만 보지마라 2차 대전 당시 영국의 명장으로 연합국 사령관을 지냈던 몽고메리가 1961년 9월 중국을 방문해 모택동을 만난 자리에서 전 세계 군사 아카데미와 사관학교의 교재로 삼자고 제안한 고전이 있다. 바로 손무(BC535년~BC480년)의 이다. 우리에게는 손자라는 명칭이 더 익숙하다. 세계적인 명장으로 이름을 떨쳤던 몽고메리가 왜 하필 수많은 병법서 중에서 2,500년이나 지난 을 그렇게 극찬했을까? 에는 전쟁에서 이기는 모든 수단과 방법이 망라되어 있기 때문이다. 삶을 송두리째 내놓아야 하는 전쟁은 피하는 게 최상책이다. 그러나 일단 어떤 형태로든 전쟁이 시작되었다면 이기는 것이 미덕(?)이다. 윤리를 논하고 도덕을 논하는 공자와 노자가 평시에 위대한 사상가라면, 전시에는 손무만한 위대한 사상가도 없다. 승리..
배추값 폭등으로 떠올린 군시절 악몽 1994년이었는지, 1995년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마 상병쯤 되었으니까 1994년이 맞나보다. 나는 강원도 철원에서 포병 측지병으로 복무했다. 말이 측지병이지 주특기보다는 각종 작업과 대민지원으로 26개월을 채웠다. 특히 김장철이 다가오면 배추 수확을 위한 대민지원도 늘 우리 분과 몫이었다. 그날도 기상점호를 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무슨 일이었는지 그날따라 식당안이 술렁거리고 있었다. 먼저 배식을 받은 이들도 다들 궁시렁궁시렁...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무뚝뚝한 남자들만 모인 그곳에서 수다떠는 소리가 담을 넘고 있었을까? 내 배식 차례가 되고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삼시 세끼 빠지지 않는 메뉴라 있으면 젓가락만 깔짝깔짝 거리지만 정작 없으면 밥먹은 것 같지 않은 마력을 가진 그것....바로 김치..
군면제자들의 황당한 군대 이야기 지금은 추억이 되었지만 한때 동사무소에 도시락을 싸들고 출퇴근하는 군인들이 있었다. 소위 '방위'라 불렸던 단기사병이 그들이었다. 또 남자들의 술자리에 단골메뉴였던 군대 얘기에서도 '방위'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단연 최고봉이라 할 수 있을만큼 얘기거리가 다양했다. 가령, 남북한간에 전쟁이 일어나면 북한군이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이 방위란다. 그들은 군인임에도 사복을 입고 다녀 군인인지 민간인인지 구분이 어렵고 출근할 때 필수품인 도시락은 밥과 반찬이 들어있는 평범한 도시락이 아니라 '도시락 폭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하나 더, 방위의 영문 약칭은 거창하게도 KGB로 통했다. 옛 소련의 비밀경찰조직인 KGB(Korea Gookto Bangwi) 말이다. 이래저래 남자들 술자리에서의 군대 얘기는 여자 셋이 ..